- 이부진, 영결식 도중 '눈물'...차량에서 내릴 때 휘청이자 홍라희 여사가 부축
- 운구차, 리움미술관·한남동 자택·이태원동 승지원 이어 삼성 화성사업장 지나
- 삼성 "반도체 100년을 향한 힘찬 도약을 회장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 현수막 걸어
"반도체 100년을 향한 힘찬 도약을 회장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반도체 신화 창조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운구행렬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지나자 임직원들이 내건 현수막 글귀다.
대한민국의 고도 경제 성장 '산업화 시대'를 이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과 발인이 28일 오전 엄수됐다. 영결식은 오전 7시30분부터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지하 강당에서 비공개 가족장으로 열렸다.
영결식에는 유족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고인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고인의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등도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들은 이재용 부회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줄곧 굳은 표정이었다. 이부진 사장은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다. 이 사장이 영결식 참석을 위해 차에서 내릴 때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자 홍라희 여사가 한쪽 팔을 부축하기도 했다.
영결식은 이수빈 삼성 상근고문(전 삼성생명 회장)의 약력보고와 고인의 고교 동창인 김필규 전 KPK 회장의 추억담, 추모영상 상영, 참석자 헌화 순서로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수빈 고문은 약력 보고에서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고인의 삶을 회고했다. 이 고문은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에서 목이 메여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김필규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고인의 비범함과 호기심, 도쿄 유학시절 모습 등을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勝於父,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뜻)를 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발인에는 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삼성전자 권오현 상임고문,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 이인용 사장 등이 함께 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 오전 8시55분경 운구 행렬이 장례식장을 나섰다. 이 회장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운구차 주위에는 25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운구 행렬은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과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살았던 한남동 자택, 이태원동 승지원(承志園) 등을 정차하지 않고 차례로 지났다.
이 회장이 지난 2014년 5월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후 6년5개월 만의 '귀가'였다. 승지원은 선대 이병철 회장의 집을 개조해 삼성그룹의 영빈관 역할을 했던 곳으로, 생전 이건희 회장이 집무실로 자주 이용했다.
운구 차량은 마지막으로 삼성전자 기흥·화성 반도체 사업장을 들렀다. 화성사업장은 1974년 이 회장이 사재를 털어 일군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핵심기지다. 이 회장은 1984년 기흥 삼성반도체통신 VLSI공장을 시작으로 2011년 화성 반도체 16라인 준공식까지 총 8번의 공식 행사에 참석하며 '반도체 신화'를 다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제시한 곳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2019년 4월 "메모리 반도체는 독보적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파운드리 세계 1위와 팹리스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금액만 133조원에 달한다.
이날 1000여명이 넘는 삼성 임직원들이 국화꽃을 손에 든 채 길가에 나와 이 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회장님의 발자취를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등 현수막이 내걸렸다. 오전 11시쯤 화성캠퍼스에 도착한 운구 행렬은 사업장 내부를 돌았다. 운구 차량은 잠시 사업장에 정차했고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이 차에서 내려 임직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건희 회장은 수원시에 위치한 가족 선산에서 영면했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부모와 조부가 잠든 곳이다.
이 회장은 삼성의 초일류 DNA 씨앗을 뿌리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이 회장이 써온 삼성의 반도체 성공 신화는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넘겨받아 '뉴 삼성' 새 역사에 도전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