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국민연금, 탈석탄 투자 방침 세우고 책임투자 강화로 기후변화 대응에 즉각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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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솔루션 "국민연금, 탈석탄 투자 방침 세우고 책임투자 강화로 기후변화 대응에 즉각 나서야"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2.26 2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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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세종 변호사 "탈석탄 투자는 환경문제 넘어서 금융 건전성 관리 문제...석탄은 시장 경쟁력 상실"
- 한국 석탄투자 규모 세계 9위…국민연금, 주식과 채권합쳐 세계 11번째 규모로 석탄 투자 중
- "국민연금, 지금까지 지배구조 주로 관리...향후 환경·사회 관리 확대 논의 중"
- "최대 기관투자자 국민연금 시장에 큰 영향력...책임투자부문 가이드 역할 해야"
윤세종 변호사 [사진=기후솔루션 홈페이지 캡처]

환경단체 기후솔루션(대표 김주진)은 국민연금이 탈석탄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며 탈석탄 방침을 세우고 기후변화 위험 대응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26일 밝혔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석탄사업은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탈석탄 투자는 환경 문제라기보다는 금융의 건전성 관리 문제”라며 “우리나라 전체 석탄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변화가 시급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달 기후변화를 중점관리사안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세종 변호사는 “국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하나금융그룹을 제외한 KB, 신한, 우리, 농협이 탈석탄을 선언한 만큼 국민연금도 탈석탄 투자 방침을 세우고 기후변화 위험 대응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 솔루션은 이날 독일 환경단체 우르게발트가 리클레임 파이낸스(프랑스), 열대우림 행동 네트워크(미국), 350.org 일본지부 등 25개 NGO 파트너와 함께 전 세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석탄 관련 사업 투자 규모를 조사한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를 인용해 "국민연금공단이 채권과 주식투자를 합해 114억2300만 달러(약 12조6500억원) 규모로, 국내 금융기관 중 가장 큰 규모로 석탄에 투자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전 세계 기관투자자 가운데서도 석탄 투자 규모로 11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채권과 주식 부문에서 석탄사업에 투자하는 규모와 순위. 국민연금은 약 13조원으로 올해 세계 11위를 차지했다. [자료=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기후솔루션]

윤 변호사는 녹색경제와의 통화에서 "그 동안 국민연금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에서 지배구조 부분에만 주로 신경을 썼다. 지난달 ESG 중에서 이제까지는 지배구조에 관한 부분을 중점관리 사안으로 두어왔다며, 향후 ES 즉 환경과 안전을 위주로 하는 사회부문도 관리를 확대한다는 발표를 했고, 이에 관한 (국민연금의) 반성과 함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서 이런 데이터가 나왔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전까지 석탄투자와 관련해서는 그린피스와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나왔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직접 투자 부문에 관한 것 뿐이었고, 주식부문은 따로 통계가 없다가 이번에 처음 나왔다"면서 "이것을 기회로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에 대해서 적극적인 대처를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투자를 하느냐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그런 차원에서 특히 책임투자 부분은 국민연금이 앞장서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정부도 국민연금에 대한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와 금융위·금감원이 일관된 의지를 갖고, ESG공시제도와 녹색채권등에 대한 관리제도 등에 대해 좀더 가속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현재도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적인 흐름에 비춰보면 너무 느슨하다. 기관투자자가 ESG투자를 하고 싶어도 국민연금이 앞장서지 않으면 기업들로부터 정확하고 자세한 데이터를 제공받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초 한국거래소에서도 ESG 공시 가이드라인 발표를 했었는데, 그 계획에 보면 오는 2025년까지는 자발적으로, 2025년부터 2030년까지는 일부 대기업, 30년 이후 모든 상장사가 (ESG 공시를) 하게 되어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올해부터 모든 상장기업들이 ESG공시를 하도록했다"며 "그만큼 우리 기업들이 뒤쳐지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윤 변호사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에서 국제적인 기준을 따라야 한다면, 국내에서도 일관성 있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 좋다"면서 "일반 기업들도 더 좋은 평가를 받고 더 좋은 금리로 더 원활하게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다른 나라 기업들에 뒤쳐지는 것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국민연금이 의사결정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변호사는 "(국민연금은) 투자 외에도 주주로서의 역할도 잘 수행해야 한다. 국내의 거의 모든 공기업과 대기업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기업에 문제가 있을 때 그냥 주식을 팔면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국민들의 돈으로 만들어진 초대 기관투자자인 만큼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해 기업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한전이나 포스코 등이 진행하는 석탄화력발전사업에서도 대주주로서 적극적인 우려를 제기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의견제시를 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도 내놨다. 

한편, 이날 기후솔루션은 "세계석탄퇴출리스트에 의하면, 주식과 채권 투자의 경우 전 세계 1조300억 달러(약 1142조2700억원) 규모의 석탄투자 중 한국은 9번째로 많은 투자를 했다"며 "한국의 석탄투자 규모는 총 168억 600만 달러(약 18조 6000억원)로, 회사채가 78억 3500만 달러(약 8조 7000억원), 주식투자가 89억 7000만 달러(약 9조 9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주식과 채권을 합쳐 12조6500억원으로 전 세계 11위, 대출에서는 공적금융기관인 KDB금융그룹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22억 1300만 달러(약 2조4300억원), 15억 6900만 달러(약 1조7300억원)으로 나란히 1, 2위에, 3위는 민간금융기관 중 가장 큰 규모인 3억 1800만 달러(약 3500억원)의 대출을 제공한 하나금융"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후솔루션은 "국내외 신규 석탄사업에 KDB와 수출입은행이 앞장서 대출을 제공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국내 투자 대상 기업 중에서는 한국전력공사(해외석탄발전사업), 두산중공업(석탄발전설비), 포스코(석탄소비 제철공정), LG상사(석탄광산사업)가 대표적인 ‘석탄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편, 석탄기업에 대한 주식과 채권 투자 규모 1위는 미국으로 전체의 약 58%(6020억 달러)를 차지했다. 개별 기관으로는 뱅가드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 860억 달러를 석탄에 투자 중이며, 블랙록(BlackRock, 840억 달러)이 뒤를 이었다. 뱅가드와 블랙록은 전 세계 전체 석탄 투자의 약 17%를 차지했다.

일본 3개 은행(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 미츠비시 UFJ 파이낸셜그룹)이 세계 1~3위를 차지하면서 은행 대출 부문에서 일본이 1등으로 나타났다.

얀 루블 리클레임 파이낸스 애널리스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포괄적이고 즉각적인 탈석탄 정책”이라며 “악사(AXA), 크레디트 무투엘(Crédit Mutuel), 유니크레딧(UniCredit), 데자르뎅(Desjardins) 같은 보험사나 오스트럼(Ostrum) 같은 자산운용사는 이미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에 있는 대부분의 회사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하며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석탄을 퇴출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며,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생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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