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만 남은 씨티프라퍼티…투자회사 전락 우려
원영식 전 회장, 지오릿에너지·인크레더블버즈서 CB투자
[인사이트녹경 = 박준형 기자] 지난해 7월 빗썸 관계사 주가 조작에 연루되며 무분별한 메자닌(주식연계채권) 투자 중단을 선언했던 초록뱀 그룹이 메자닌 투자 재개 신호를 보내며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초록뱀 그룹 상장사 최상위에 위치한 씨티프라퍼티(전 초록뱀컴퍼니)가 지난해 신설한 상장회사의 지분취득 억제 정관 삭제에 나서면서다. 초록뱀 그룹이 메자닌 투자 재개 움직임을 보이자, 소액주주들은 분통을 터트리며 집단 행동을 시사하고 있다.
초록뱀미디어 매각대금 활용 목적?…메자닌 금지 정관 삭제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씨티프라퍼티 소액주주연대는 오는 29일 예정된 씨티프라퍼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확보에 나섰다. 씨티프라퍼티 소액주주가 의결권 확보에 나선 주요 목적은 △정관 ‘제55조 삭제 의안’의 반대표 행사다.
앞서 씨티프라퍼티는 지난 14일 주주총회 공고를 공시했다. 이번 주주총회에 부의안건은 △정관 변경 △주식병합 △이사선임 등이다. 정관변경에는 미영위 사업목적 삭제를 비롯해 정관 제55조의 삭제 건 등이 포함됐다. 씨티프라퍼티의 정관 제55조는 투자목적 증권 취득과 관련한 내용이다. 회사가 법인·조합 등 어떠한 형태를 불문하고 단순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상장회사의 지분증권 및 주권 관련 사채를 취득할 경우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해당 정관은 지난해 7월 원영식 전 회장이 빗썸 주가조작 연루 혐의로 구속되며 신설된 것이다. 당시 초록뱀 그룹은 원 전 회장의 회장직 사퇴와 함께 경영 정상화 방안으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우선주(CPS) 등 향후 메자닌 상품 투자 금지를 정관에 추가하는 정관변경안을 상정키로 했다.
때문에 이번 주총 안건인 해당 정관 삭제가 메자닌 투자 금지 조항을 없애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 일각에선 씨티프라퍼티의 정관 삭제를 초록뱀미디어 매각 대금을 활용하기 위함으로 해석하고 있다. 씨티프라퍼티는 지난 8월 초록뱀미디어 지분 33.44%를 1800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경영권 양도 일자는 오는 29일로 대금은 거래종결일에 받게 될 예정이다.
지난 3분기말 별도 기준 씨티프라퍼티의 현금성자산은 522억원에 달한다. 반면 부채총계는 18억원에 불과하다. 초록뱀미디어 매각 대금까지 들어올 경우 현금성자산만 2300억원을 넘어서게된다.
씨티프라퍼티는 초록뱀미디어 매각과 함께 △방송 제작 사업 △방송 채널 사업 △메니지먼트 사업 △외식 사업 등의 사업부분을 모두 중단했다. 본업은 △유리 도소매업 △부동산 임대업뿐이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은 50억원, 영업손실은 19억원이다. 초록뱀미디어 매각이 완료되면 사실상 자산만 남는 껍데기 회사로 전락하는 셈이다. 정관 개정을 통해 초록뱀미디어 매각 대금을 메자닌 등 지분투자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소액주주연대 이석빈씨는 “주요 자회사 매각대금 1800억원이 유입되는 시점 정관개정(제55조문)안이 통과된다면, 과거와 같이 무분별한 비영업 투자를 반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가의 이익을 위해 무분별한 투자를 벌여, 기업가치는 물론 주주가치 역시 지금보다 더욱 훼손될 것은 자명하다”며 “일가의 메자닌 금융은 소액주주들의 고혈을 착취해 그들의 부를 축적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원영식 전 회장, 보석 후 CB 투자자로 재등판
원 전 회장은 과거부터 무자본 M&A 및 메자닌 사채 투자로 코스닥 시장의 '큰 손'으로 이름을 떨쳤으며, 빗썸 주가조작 사태에서는 CB의 콜옵션을 활용해 배임성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기도 했다. 실제 강종현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비덴트,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 등이 CB, BW,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할 당시 각 계열사 외에 가장 많은 자금을 대줬던 곳이 바로 원영식 회장의 초록뱀그룹이다.
여러 투자조합으로 사채를 발행해 당시 이름을 숨겼지만, 실상은 대부분이 초록뱀그룹이었다. 지난 2020년 발행한 13회차 CB(300억원)는 케이터투자조합에 발행됐다. 해당 조합에서 가장 많은 출자금을 댄 곳이 초록뱀이다. 원 전 회장과 그의 배우자 강수진씨가 각각 30억원을 출자했고, 그의 아들 원성준씨는 40억원, W홀딩컴퍼니(현 씨티프라퍼티)가 20억원을 출자했다. 조합원 11명(개) 중 초록뱀 일가가 120억원을 출자했다.
검찰은 원 전 회장과 강종현씨 남매가 회사 재산을 사금고처럼 이용해 발행한 CB와 콜옵션을 사익 추구 목적으로 악용했다고 보고 있다.
원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CB 투자에 다시 나선 모습이다. 올해 8월 지오릿에너지(전 지엔원애너지) CB 210억원을 인수한 아름드리코퍼레이션은 원영식 전 회장이 대표로 있으며, 그의 아들 원성준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아름드리코퍼레이션은 앞선 7월에도 온시디움 컨소시엄 지분 30.77%를 확보하며 인크레더블버즈(전 웨스트라이즈) CB를 인수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원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회장 일가가 최상위 회사 지분을 100% 보유한 만큼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며 “과거 사례들을 볼 때 원 전 회장의 CB투자를 순수한 목적으로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