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Z세대 ‘앱테크·짠테크·빈테크’ 일상화
요즘 MZ세대들은 리워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앱테크 매력에 푹 빠졌다. 결제하면 포인트가 쌓이는 방식을 넘어 미션을 수행하거나 광고를 시청하는 등의 방식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캐시도 모을 수 있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에 따르면 지난 5월 직장인 1000명 중 39.2%는 앱테크로 재테크를 하고 있다. 예·적금 가입(77.8%)과 주식 투자(59.8%)에 이어 세번째다. 펀드·ETF(25.9%)와 부동산(18.8%), 가상화폐(18.5%)보다 많다. 특히 MZ세대의 경우 2명 중 1명은 앱테크를 이용하고 있다.
MZ세대 사로잡은 각양각색 ‘앱테크’ 콘텐츠
직장인 A(26)씨는 매일 1만보를 걸으면 100원을 적립해주는 애플리케이션에 빠져있다. 중간에 돈 버는 퀴즈를 풀면 하루 200원 이상 적립도 가능하다. 하루 몇백원씩 차곡차곡 모은 돈이 벌써 1만 3000원이다. 그는 “하루 열심히 걷고 퀴즈까지 풀었더니 어느새 1만원 이상의 큰 돈이 됐다”며 “처음에는 푼돈이라 무시했는데, 막상 이 돈으로 커피 뿐 아니라 햄버거, 피자까지도 기프티콘으로 구매해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영수증만 모아도 돈이 되는 ‘네이버마이플레이스’는 가게를 방문한 뒤 영수증 인증 사진을 첨부하고 후기를 남기면 포인트로 보상하는 ‘영수증 리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첫 방문한 가게라면 50원, 재방문이라면 10원을 지급한다. 2019년 11월 출시 이후 1년 만에 리뷰 1억4000만건에, 일평균 영수증 제출수 65만장을 기록했다.
‘브이리뷰어’는 온라인 쇼핑을 즐기거나 제품을 구매한 뒤 동영상 리뷰 올리기에 익숙한 이용자가 사용하기에 좋은 서비스다. 리뷰어가 직접 올린 동영상 리뷰를 통해 제품이 판매될 경우 판매에 기여한 만큼 일정 부분 금전적 보상을 제공한다. 현재 베타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리뷰어를 모집 중으로, 선정된 리뷰어는 베타 서비스 기간 동안 최대 7%까지 적립 리워드를 제공받는다.
카카오 에듀테크 계열사 야나두는 동기부여 플랫폼 ‘유캔두’를 선보였다. 외국어 공부부터 건강, 독서, 취미, 다이어트 등 자기개발과 관련된 전 분야에 걸쳐 이용자의 목표 달성을 돕는다. 하루 1번 하늘 보기, 3줄 일기 쓰기, 매일 스트레칭하기, 2주간 뽀송한 피부를 위한 물 마시기, 매일 영양제 챙겨 먹기 등 소소한 일상 속 미션이 가능하다. 미션에 참여해 성공 인증하면 성공지원금을 리워드로 제공받아 상품권, 커피 쿠폰 등으로 현금화가 가능하다.
은행권에서도 목돈으로 재테크가 어려운 MZ세대를 겨냥한 앱테크 이벤트가 한창이다. 은행 입장에선 금융 경험이 부족한 MZ세대를 앱 충성 고객으로 잡아둘 수 있고 MZ세대는 다양한 금융 경험을 쌓으며 소소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일 모바일 앱 ‘올원뱅크’에서 대표 캐릭터인 올리가 농작물을 재배해 농장을 경영하는 게임형 콘텐츠 ‘올리네 농장’을 출시했다. 콘텐츠 참여 고객에게 농협 계열사에서 현금처럼 결제하거나 캐시백 할 수 있는 NH포인트를 제공한다.
지난 1일에는 짠테크를 응원하기 위한 특화상품 ‘NH샀다치고 적금’을 출시했다. 올원뱅크 페이지에서 소비와 관련된 아홉 가지 아이콘을 원하는 이름과 금액으로 설정한다. 소비를 참았을 때 해당 아이콘을 클릭해 입금하면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금리는 12개월 가입 기준 기본금리 0.6%(8월 31일 기준)에 ▲아이콘클릭 입금 횟수 150회 이상(1.2%p) ▲올원뱅크에서 적립된 올원캔디 활용(0.2%p) 우대금리를 포함하여 최고 연 2.0%의 금리를 제공한다.
MZ세대의 수요가 많은 토스는 걸음 수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는 ‘만보기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나 혼자 걸음 걷기 10원을 비롯해 ▲나 혼자 1만보 걷기 30원 ▲친구들과 합산 3만보 20원 ▲친구들과 합산 5만보 40원 등이다. 하루 최고 수익은 100원으로 토스 앱을 통해 친구를 초대한 뒤 함께 참가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회사에 흩어진 자신의 금융정보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금융 플랫폼, 앱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도 앱테크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 은행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중은행은 디지털과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미래 고객인 MZ세대 고객을 유치하는 게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앱테크 이벤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티끌모아 티끌’이지만 이보다 ‘확실한 보상’도 없어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변화에 유연하며 새롭고 이색적인 것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반면, 그들은 유례없는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코로나19시대가 불러온 불확실한 미래 상황 속에 놓여있기도 하다.
제로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MZ세대에게 ‘짠테크(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와 ‘빈테크(가난할 빈(貧)과 재테크의 합성어)’같은 신조어는 이제 일상이 됐다. 취업, 결혼,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MZ세대가 작지만 확실한 보상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앱테크 관련 ‘티끌모아’ 커뮤니티에는 만 명 가까운 가입자들이 ‘돈 버는 앱’, ‘투잡’, ‘재테크’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디지털 금융 소비의 주역인 MZ세대가 일상과 리워드를 접목한 다양한 앱테크 활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이들이 티끌만큼 작더라도 확실한 보상을 받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는 모습이 어려운 현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설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