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0년 신재생 에너지 시장 규모가 1조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STX 등 국내 업체들은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임택 한국풍력산업협회 회장은 최근 21세기경영인클럽(회장 김동욱 전 국회 재경위원장)이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신·재생 에너지와 풍력발전」 주제로 주최한 조찬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에너지 자원국의 꿈
전기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재화다. 에너지 관점에서 역사를 보면 1800년대까지는 자연 에너지를 이용한 원시적 미개발 사회였고, 1900년부터 현재까지는 화석 연료 및 원자력을 이용한 산업혁명의 시대였다.
조선 시대는 정치공학 상 우리가 비교적 선진국이었으나 산업혁명이란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고통을 겪었다.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 연료는 오랫동안 인류의 산업화에 기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 등 많은 문제를 야기시켰다. 또 화석 연료는 고갈되게 마련이다. 석유는 앞으로 30~40년, 가스는 50~60년, 석탄은 100~150년이면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50년 이후엔 인류가 태양계의 재생 에너지(풍력·태양광·수력·조력 등)를 이용해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우리가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화석 연료는 특정 지역에 편재돼 있지만, 자연 에너지는 비교적 균등하게 분포돼 있다. 따라서 신·재생 에너지를 잘 개발하면 자원의 최소 20~30%, 최대 50~60%까지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역시 에너지 자원국이 된다.
화석 연료로 산업혁명을 일으켰던 유럽이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고민도 가장 빠르게 시작했다. 선두 주자인 독일의 경우 체르노빌 사건으로 독일 북부의 농산물을 몇 년 동안 못 먹게 됐다. 이를 계기로 대체 에너지를 생각했는데, 태양광에서 시작하여 풍력으로 변화했으며, 2050년대에는 대체 에너지를 100%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조수 간만의 차이를 이용한 조력 발전이 가능하지만, 환경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일이다. 국내 자원 수입이 연간 1,226억 달러로 우리 수출액의 1/3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이용해야 할 것이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투자
최근 무더위로 인한 정전 사태가 발생했는데, 그만큼 전기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더불어 우리나라 전기 요금은 원가의 90% 수준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국민의식을 개선하지 않고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지금 지불하고 있는 전기 요금의 5%만 가산해도 가능하다.
에너지 수급 현황을 보면 1일 원유 수요가 2008년 8,650만 배럴에서 2030년엔 21% 증가한 1억 배럴을 넘어서게 되고, 1차 에너지는 2008년 1만2,000toe에서 1만6,800toe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총 소비가 2030년엔 70% 이상 증가할 것이다. 전원별로는 풍력이 2008년 2%에서 2030년엔 15.7%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경우 20%, 유럽은 33%까지 증가가 예상된다.
설비 용량도 원자력이 2008년 372GW에서 2030년엔 615GW로 증가하는데 비해, 풍력은 같은 기간 120GW에서 2,300GW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참고로 2000~2010년 사이 EU의 발전 설비 증설 용량을 보면 가스나 풍력·태양광 발전소는 증가했으나 원자력·석유·석탄은 감소했다. 자연 에너지만으로도 인류는 충분히 살 수 있는 상황이다.
세계 1·2차 대전이나 그 이후의 크고 작은 전쟁은 에너지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갈등이었음을 알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 시장 규모를 보면 2009년 1,600억 달러에서 2015년 4,000억 달러, 2020년엔 1조 달러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에서도 중소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 대기업의 신수종 사업 일환으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고용 인원 1만7,161명, 생산 14조5,000억 원, 수출 84억2,000만 달러로 성장이 예상된다.
또한 장기적으로 2015년엔 생산 50조 원, 수출 362억 달러, 고용 11만 명, 민간 투자 8조6,000억 원 등으로 5대 신재생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전략적 R&D 추진, 시장 수요 창출, 수출 산업화 촉진, 기업 성장 기반 강화 등에 민관 합동으로 40조 원(민간 33조 원, 정부 7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무담보 대출 펀드 조성
대기업·한전·발전 자회사가 일시 출연 방식으로 630억 원, 은행이 400억 원 등 1,030억 원의 신재생 에너지 보증 펀드를 출연해 관련 중소기업에 100억 원, 중견 기업에 70억 원씩 담보 없이 대출해 주는 등 지원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풍력 산업을 살펴보면 세계적으로 현재 신재생 에너지의 2% 정도, 2030년 20%, 2050년엔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형에서 대형 터빈으로, 육상에서 해상 풍력으로 변화 추세이다.
전 세계 풍력 산업 현황을 보면 연초 올해 신규 풍력 설비 용량이 40GW를 예상했는데, 최근 전망치가 44GW로 상향됐고, 2015년까지 누계 450GW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상반기에 중국은 52GW, 미국 42.4GW, 독일 27.9GW, 스페인 21.2GW, 이태리 6.2GW, 영국이 5.2GW 증대한 것으로 보이며, 연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240GW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풍력 발전 설비 설치도 2005년 당시 2030년 300GW로 전망했다가 2008년에 1,000GW로 수정했고, 1년만인 2009년엔 2,300GW로 업그레이드 된 전망치를 내 놨다. 2009년 현재 덴마크가 풍력 발전 비중이 20%를 상회하고 있고, 미국이 2%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0.17%로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풍력 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FIT(Feed in Tariff) 제도를 대체한 RPS(Renewable Portfolio System) 제도를 통해 풍력 산업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중공업 등 국내 기업들의 풍력 산업 진출로 국내 및 해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시작했으며, 2010년 풍력 발전량은 총발전량의 0.176%에 불과하지만 계속 증가 추세다.
민간 기업 투자 붐
풍력 발전기(WTG) 제조 시장은 낮은 발전 차액과 일부 민원 문제로 성장에 제약이 있어 TWl만 점차 풍력 산업에 대한 사업 기회를 깨닫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효성·두산·한진·유니슨 등 대형 WTG 선발 업체들은 연구개발을 통해 자체 모델을 개발하고 실증 작업 및 시장 개척을 진행 중이고,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 후발 업체들은 지난해 제조 설비를 갖추고 해외 선진 제작사들과 사업협력 및 기술도입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 부품 제조·소형 풍력 분야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시스템 업계는 현재 실적을 보유한 업체가 8개 회사로 정부 보조를 받아 개발하고 있는 업체는 부진한 반면, 독자적인 R&D 자금을 투입하고 기술을 도입하여 제조하고 있는 업체는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총 72기(128.6MW)를 수주하고, 대우조선해양은 55기(110MW)를 수주하여 제조 중이며, 최근 삼성중공업은 미국에 80기(200MW) 수출 MOU를 체결하는 등 본격 경쟁체제로 진입하고 있다.
해상 풍력 경우도 현대중공업이 연내 5.5MW급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내년까지 7MW를 개발 목표로 하고 있어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
정부도 향후 9년 동안 82억 달러를 투자해 2.5GW 이상의 해상 풍력 단지를 개발키로 하고 2013년까지 100MW, 2016년까지 900MW, 2019년까지 1.5GW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민관 합동으로 서해 상에 약 500개 WTG를 설치하고, 지방 자치단체도 4.5GW 해상풍력 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 의식도 긍정적
국내 풍력 산업계는 2030년까지 23GW 설치 용량과 50TWh의 발전 용량 도달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에너지 수요량의 10%를 풍력 발전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원 구성은 지난 연말 현재 화석 연료 58.3%, 원자력 35.2%에서 2050년엔 원자력 45%, 풍력 발전 25%로 풍력 발전의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전력 요금제가 발전 차액제에서 RPS제로 바뀌고, 국민의 수용 의지도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등 사업 환경도 어느 때보다 좋다.
정부도 지난해 10월 풍력 산업 전략을 발표하면서 제2 조선 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산업 측면에서도 풍력·태양력·조력·수력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목재에서 화석 연료를 이용한 에너지는 한계에 다다랐다.
육상 풍력 저변 확대를 위해 10MW 이하 풍력 발전 단지에 부지 소유자나 지역 주민이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 전력 계통을 은행화하는 제도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성인데 금융 비용을 최소화하고, 적합한 부지 선정과 공사비 최소화, 정부 지원 등을 포함해 경영 능력을 발휘한다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리스크는 기자재 공급 회사, 설계 및 건설 회사, 사업 개발 업체, 금융단, 보험 회사 등 이해 당사자들이 분담함으로써 최소화할 수 있다.
이처럼 풍력 발전은 향후 전망이 밝으며, 국민들은 물론 사업자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원자력 발전 수준의 경제성을 갖고 국민들에게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익한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연한국풍력산업협회 회장 이 임 택/
現 한국풍력산업협회 회장/ 한신에너지 회장/ 한라풍력 대표이사/·前 SK E&S 상임고문/ 한국에너지포럼 공동 대표/ 한국공학한림원 자문단 대표/ 한국남부발전 사장/ 한-페루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서울대 전기공학 석·박사/ 〃 전기공학과 졸업/ ·상훈: 은탑산업훈장, 신산업경영대상.
김환배 기자
김환배 hbkesa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