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머신러닝으로 만들어지는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분류’ 기능이다. 잘 분류할 수 있으면 그것이 곧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또 행동할 수도 있다.
사진에서 강아지를 인식한다는 것은 강아지가 맞는가, 아닌가의 분류이고, 바둑에서는 다음 수를 이곳에 두면 내가 더 유리한 가, 불리한 가의 분류이다. 즉 Yes와 No로 판단하는것이다.
이 사람을 고용하면 회사에 이익이 되는가? 지질 데이터로 미루어 볼 때 지진이 발생할 것인가? 이 주식의 가격은 오를 것인가? 등의 명제도 모두 분류 문제에 해당된다.
페이스북의 ‘딥페이스’는 인간 수준으로 얼굴을 인식할 수 있고, 스탠포드대학 비전랩은 사진 속 사물을 문자로 표현해주는 ‘덴스캡’을 개발했다. 더 나아가 구글에서는 사진 속 장면 인식과 자동 번역 기술을 융합하여 완전한 문장으로 묘사해주는 알고리즘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때 장면 인식에는 CNN 기술, 언어로 표현하는 단계에서는 RNN 기술을 이용했다.
반 고흐, 피카소 등 유명 화가의 화풍을 어떻게 특징화하여 요약할 수 있을까? 이것 역시 인간의 논리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대단히 추상화된 영역의 일이다. 딥러닝은 추상화된 특징표현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어서, 학습을 통해 반 고흐의 작품인지 아닌지를 순식간에 판단 할 수 있다.
◇얼굴표정이나 목소리에서 감정을 읽어내기도
과거에는 사람의 표정이나 목소리에서 감정을 읽어내거나, 입술의 움직임 만으로 대화를 해석하는 것은 정신적이고 추상적인 일이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또한 이모티언트(Emotient, 애플이 인수한 얼굴인식업체)와 립넷(LipNet, 옥스퍼드대의 입술판독기) 등의 사례와 같이 딥러닝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그림이나 이미지 외에도 음성, 동영상과 동작 등으로부터 각종 패턴을 인식하는 인공지능은 여러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다.
의료 분야를 예로 들자면 미국의 스타트업 메디매치(MedyMatch)는 의료영상 기반 뇌졸중 진단 AI 기술을 개발 중이고, 스탠포드대학 연구진은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사람의 질병을 미리 예측하는 기술을 공개했다.하버드대 연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의 채도, 색상, 자신의 표정 등을 분석하여 우울증을 70% 적중률로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였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어떤 콘텐츠를 소비자가 좋아할 것인가를 분류/예측함으로써 맞춤형 추천을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의 판도라(Pandora)와 넷플릭스(Netflix)는 각각 음악과 VOD을 추천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을 넘어 집안의 가전제품을 제어하거나 날씨와 뉴스 정보를 읽어주는 등 종합 인공지능 에이전트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로 아마존의 ‘에코(Echo)’, 그리고 kt의 ‘기가지니(GiGAGenie)’, SKT의 ‘누구’ 등이 있다.
그 외에는 문맥과 상황에 맞게 자연스러운 번역을 가능케 하는 기계 번역, 챗봇 알고리즘 등에서도 딥러닝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사물인식, 동작인식 등 다양한 모델의 집약체로 볼 수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서도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는 테슬라(Tesla), 구글(Google)을 비롯하여 포드, GM, 재규어 등의 기존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들도 관련 기술의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공지능의 창작 활동
딥러닝으로 학습한 유명 화가의 화풍을 분류나 예측이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한 흥미로운 시도가 있었다. 명화의 특징표현 정보를 합성하여 다른 사진을 그 화가의 화풍으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이미 세상을 떠난 거장의 그림을 무한대로 창조해 낼 수 있다. 인공지능이 예술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 방법을 활용하여 입력한 사진을 다소 몽환적인 느낌으로 변환시키는 ‘딥드림’을 공개하였고, 그 작품을 모아 전시회까지 열었다. 트위터의 ‘딥포저’와 러시아 개발사가 공개한 ‘프리스마(Prisma)’도 사용자가 사진을 올리면 피카소, 렘브란트 등 유명 화가의 화풍으로 변형시켜주는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림뿐만 아니라 음악 작곡이나 소설, 각본 등의 작품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의 역할이 가능하다.
딥러닝을 이용하여 유명 작곡가의 음악의 주파수와 화음조합 등의 특징표현을 발견하거나, 유명 작가의 소설이나 드라마 각본의 서술 형식과 스토리 전개 특징을 학습한다면, 이를 모방한 무수히 많은 곡이나 이야기를 재창조해 낼 수 있다.
영화감독 오스카 샤프는 딥러닝으로 수 백편의 SF 드라마와 영어 대본을 학습시킨 후 헐리우드 B급 수준의 쓸만한 내용의 SF 단편 영화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영화는‘선스프링’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고, 현재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다. 그리고 지난해 히토시 마쓰바라 교수팀이 인공지능으로 쓴 소설을 문학상 공모전에 출품하여 1차 심사를 통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음악 부문에서는 재즈 음악 작곡이 가능하다는 인공지능‘딥재즈’가 선보였고, 구글은 ‘마젠타’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기계를 통해 80초짜리 피아노 연주곡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믿었던 작품의 창작 활동에까지 인공지능의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계가 완전한 창의성을 가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기존의 작곡가나 작가의 스타일을 모방하여 약간의 변형을 가하여 재창조해 내는 수준이다.
한익재 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