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수차 피해 늘면서 자동차보험사 손해율도↑
- 전문가들 "정부, 침수차 중고매물 막는 제도 마련해야"
기록적인 폭우로 도로 및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면서 침수차 사고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폭우가 수도권에 집중됨에 따라 차량 피해액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침수차가 중고차 매물로 흘러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일 0시~9일 오후 1시 사이 ▲서울 442.0㎜ ▲산북(여주) 418.0㎜ ▲옥천(양평) 406.5㎜ ▲경기광주 400.5㎜의 폭우가 쏟아졌다. 현재(13시) 수도권과 강원내륙, 산지, 충청북부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30㎜ 내외의 매우 강한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침수 및 낙하물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차량 접수가 속출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4개사에 접수된 피해 건수는 4072건이다. 현재 접수된 손해액만 559억8000만원에 달한다. 12개사의 전체 추정 손해액은 658억원이 넘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어제 오늘 쏟아진 폭우로 침수 차량 접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번 폭우는 서울 강남권에 크게 타격을 입히면서 피해액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침수차 피해가 늘면서 자동차보험사들의 손해율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상반기 코로나 등으로 인해 차량 통행이 줄면서 손해율이 개선돼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폭우 피해로 손해율이 80%를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침수 피해로 인해 영업손해율이 급격히 늘고 있다. 영업손해율의 이븐포인트(손익분기점)를 78~80%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침수 피해가 커지면 손해율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내년도에 보험료 인하 얘기의 경우 상반기에 나왔었지만 하반기 태풍 상황이 발생하면서 보험료 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침수차의 유통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외관상 문제가 없는 침수차가 중고차 매물로 판매되면 고장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서구에서 중고차를 유통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사실상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등록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형태로 검수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보험사 통하지 않고 사설 정비업체에서 수리하고 번호판 바꾸면 완벽하게 잡아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침수차가 매물로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차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전손처리를 하면 보험사들이 보상하기 위해 매각처리를 하는데, 일부 보험사에서는 재산 보존을 위해 폐차 수순을 밟지 않기도 한다. 제도적인 구멍이다"라며 "소비자에게 알리고 판매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수 있지만 문제는 이런 부분들을 속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들을 완전히 제도적으로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