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IB 명가 입증...건전성도 우수
탄소배출권, STO 등 신사업 속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만들어갈 것"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지난해 긴축 한파에 잔뜩 웅크렸던 NH투자증권이 계묘년 도약에 성공한 모습이다. 영업이익 기준 지난 1, 2분기 연속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를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뒀다. 작년부터 전열을 가다듬어 온 리테일, IB(기업금융) 부문 영향이 컸다.
회사는 향후 리테일, IB 부문 고도화 밖에도 자발적 탄소배출권, STO(토큰증권) 등 신사업 진출을 통해 한층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작년 당기순이익 전년 대비 67.4%(6286억원) 하락한 3029억원을 거뒀다. 지난 5년(2018~2022년) 중 가장 낮은 규모다. 가파른 금리인상에 운용부문 손실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작년 회사는 자기매매 및 운용(트레이딩) 부문에서 수익 1999억원을 거뒀다. 전년도 대비 72%(5351억원) 하락한 크기다.
증시 거래대금 감소에 주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이익도 주춤했다. 같은 기간 32.3%(2961억원) 내린 6199억원이다. 반면 IB(기업금융) 부문은 10%대 하락에 그치면서 ‘기업금융 명가’ 위상을 유지했다.
다만 연초 이후 잔뜩 웅크렸던 회사의 실적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하고, 금리변동성이 줄어든 배경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반기 장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 거래대금은 2752조원으로 전반기 대비 32.3% 늘어났다.
같은 기간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 무보증 3년물(AA-) 금리, 91일물 CP(기업어음) 금리는 각 85bp(1bp=0.01%p), 120bp씩 내렸다.
지난해 회사는 WM(자산관리)·Namuh(나무)·PB(프리미어블루) 3개 영업채널 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리테일 총괄 부문을 신설하고, 운용 부문에선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및 보수적 리스크 관리 조치를 취하면서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지난 상반기 전년 대비 65.3% 증가한 누적 순이익 3667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1, 2분기 영업이익(각 2515억원, 2204억원) 모두 시장 컨센서스를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우호적인 업황 속 회사가 독보적인 실적을 거둔 비결은 IB 부문에 있다. 부동산 경기가 주춤하는 동안 DCM(채권발행시장), ECM(주식발행시장) 등 전통 IB 부문에서 성과를 냈다.
상반기 회사는 전년 대비 4조원 증가한 18조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주관했다. KB증권 다음 2위다. 또 9조원 크기의 채권 인수실적을 냈다. 전년 대비 3조원 늘어난 규모로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다음 3위다.
상반기 IPO(기업공개) 3건을 주관하면서 공모총액 800억원을 쌓았다. 업계 5위다. 하반기에는 에코프로머터리얼즈, 파두, SK에코플랜트 등 IPO(기업공개) 대어를 여럿 물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기업가치 10조원이 예측되는 연 공모 최대어 중 하나다.
회사 관계자는 “2분기 총 3.3조원에 이르는 국내 회사채 발행을 대표 주관하며 주관실적 시장점유율 1위를 수성했다”며 “또한 오스템임플란트 인수금융 및 공개매수 패키지 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종합적인 IB 딜 메이킹 역량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담이 낮은 점도 회사의 실적 변동성을 낮춘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 회사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크기는 28.7%로 동기간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사 평균치 53.8%를 절반가량 밑돈다.
최근에는 국내외 부동산 자산을 둘러싼 부실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건전성 지표는 우수한 편이다. 지난 1분기 대표 건전성지표인 순자본비율(NCR)은 1858%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 규제치 100%를 18배 웃도는 크기다.
신사업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연초 운용사업부 내 탄소금융팀을 신설했다. 국내외 탄소감축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관련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은 2030년 약 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회사는 바이오차 생산기업 ‘4EN(포이엔)’과 온실가스 감축사업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커피박(커피찌꺼기)을 원료로 바이오 플라스틱 등을 제조하는 친환경 벤처기업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총 16만7000톤에 달하는 자발적 탄소배출권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 최대 화두인 STO 시장에서도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회사는 업계 두 번째 협의체인 ‘STO 비전그룹’을 구성했다. 그룹에는 조각투자 사업자, 비상장주식 중개업자 등 8개 업종별 대표기업이 참여했다 또 현물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PIECE)’, 미술품 투자업체 ‘투게더아트’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상품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IB 경쟁력 및 디지털 비즈니스 고도화를 바탕으로 업계를 선도할 계획”이라며 “고객 관점의 완성형 플랫폼 구축을 통해 차별적 상품 및 서비스 공급체계를 강화하고 신성장 비즈니스 확대를 통한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