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선박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 인상하는 건 다시 불황의 늪으로 끌고 가는 것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하반기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 가격 협상에 들어갔다. 철강업계는 가격 인상을 조선업계는 원만한 합의를 원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1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이제 막 일어나려고 하는 시점에서 철강과 조선 양 업계가 중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심도 있는 토의를 통해 원한만 협의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취재에서 "철강업계가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이제 일어나는 조선업계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며 "중국이 고부가 선박 수주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지금, 선박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을 인상하는 건 조선업계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켜 다시 장기 불황의 늪으로 끌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장 상황과 국제 시세, 원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가격 안을 마련하고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지 않아 더 말하기는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김원배 현대제철 전무는 2분기 경영실적 설명회 문답에서 "8월부터 하반기 가격 협상에 대해 상반기 원자재가 인상 부분 및 전체적인 시황 변동 감안해서 소폭의 인상 요인이 있으므로 이 부분을 반영해서 가격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재 조선은 올 하반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건조가 예상이 되기 때문에, 수요는 증가가 예상이 되지만 중국 과잉 생산에 따른 중국산 저가 후판의 시장 유입으로 가격 하방 압력이 많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원배 전무는 "다만, 가격 협상 부분은 글로벌 후판 가격, 수급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조선사와 협상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상 철강 업계와 조선 업계는 상반기와 하반기 총 두 차례에 걸쳐 조선용 후판을 두고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올해 상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은 약 4개월간의 난항 끝에 지난해 하반기보다 소폭 상승한 90만~100만원대에서 협상이 마무리됐다.
나이스평가정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의 호재가 휘발성이 아닌 조선업계의 중장기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되기 위해선 친환경 선박에 대한 연구개발이 절실한 상황에서 원가가 발목을 잡게 되면 비용처리를 해야 하는 연구개발에 전폭적인 투자가 어려워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면서도 "철강업계는 중국의 후판 과잉 생산에 따른 글로벌 철강 수요 약화와 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의 영향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기조를 가지게 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양 업계 모두 산업의 특성과 글로벌 경기 및 환경 규제 등의 영향으로 계속기업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양측의 입장을 포용하고 변동성을 줄여 위험도를 낮추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지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