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비서관,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예산 1원도 반영되지 못해
-업계 관계자, 예결위 올라갔던 1조5000억원도 사실 부족해
-업계, 최혜영, 양향자 의원께서 발의한 법안이라도 조속히 통과되길 고대
반도체를 중심으로 첨단산업을 살리기 위한 여러 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에 올라간 가운데,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첨단산업 클러스터에 대한 내년도 예산 자체가 없는데 법안 발의가 큰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16일 본지가 국회 입법예고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등이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발의했다.
우선 최혜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특화 단지 지정 시 수도권정비계획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수도권 외의 지역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기재돼 있는 부분에 대해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혜영 의원은 "용인, 화성, 안성, 평택, 이천 등 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K-반도체 벨트 지역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연구개발, 인력양성 등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이 절실함에도, 단지 수도권에 위치한다는 이유만으로 특화 단지 지정 시 우선 고려 지역에서 배제됨에 따라, 수도권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최 의원은 "전략산업 특화 단지 지정 시 수도권 외의 지역 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수도권에 위치한 산업단지도 수도권 외의 지역에 위치한 산업단지와 동등하게 특화 단지 지정 시 고려될 수 있도록 해,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양향자 대표도 동일 법명을 사용해 법안을 제출했다. 양향자 대표의 경우 기술 보호에 초점을 맞춘 법안으로 확인됐다.
양향자 대표는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보조금 지급기준을 발표하면서 관련 기업에 대해 반도체 기업의 영업 비밀을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국내 반도체 기업의 핵심기술이 유출될 위험에 처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전략기술 보유자로 하여금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해외 사업장에 대해 외국 정부로부터 자료 제출 등의 요구를 받은 경우, 전략기술이 유출되지 아니하는 보호 조치를 하도록 함으로써, 전략기술을 보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국가첨단전략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여러 법안이 발의됨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법이 없는 예산은 불법이고 법이 있는데 예산이 없으면 그것은 허법 즉, 쓸데없는 법안"이라고 했다.
국회 모 의원실 A 비서관에 따르면 현재 우리 국회는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를 만들기 위한 예산이 1원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 비서관은 "특히 용인과 평택 클러스터 같은 경우도 정부 국비지원 예산이 현재 '0'원"이라며 "예결위를 통해 15개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예산을 확보하려고 했으나, 포항과 울산 정도만 예산이 반영되고 용인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핵심 지역은 예산이 반영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와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들은 국회의 입법과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메이저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현재 공업용수부터 시작해 소재, 부품, 장비 관련 자회사에 대한 인적 물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법안은 올라가고 있지만 관련 예산이 없다는 것에서 국회의 입법과 정부의 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국내에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건설을 할 예정이지만, 인프라가 열악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 예결위에서 반영되지 못한 1조5000억원의 예산도 사실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데, 기업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며 "최혜영 의원과 양향자 대표가 발의한 법안들, 지역 역차별 중단 및 기술 유출 방지에 대한 법안만이라도 조속히 통과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최지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