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장비·배기장치로 안전 확보
"축구장만한 공장에 사람은 2명"
과거에 비해 안전..."70년 노하우"
반도체 공정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던 A씨는 비소(arsenic)가 공정에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흔히 비소는 독극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비소가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는 이유와 안전장치에 대해 알아봤다.
비소는 주로 임플란트 공정에 쓰인다. 이 때 비소의 역할은 N형 반도체를 만드는 것이다.
우종창 한국폴리텍대학교 반도체공정장비과 교수는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를 만들어 주기 위해 비소를 실리콘에 섞어 웨이퍼를 만든다. 고온의 용광로 안에 비소와 실리콘을 넣으면 N형 반도체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병훈 포항공과대학교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는 "공정 전반으로 봤을 때 비소는 많이 쓰이는 편은 아니다"며 "임플란트 공정에서만 쓰고, 이 때에도 모든 작업이 진공 상태의 장비 안에서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워낙 적은 양만 쓰는 데다가, 비소가 웨이퍼 안에 주입되고 난 다음에는 빠져나올 일이 없다. 설령 웨이퍼에 묻어 나온다고 해도 사람이 만질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공정에 필수인 위험 물질이 있지만 각 상황에 맞는 안전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HF(Hydrofluoric Acid)라는 극독물질이 있다. 웨이퍼 클리닝에 쓰이는데, 유독가스도 나오고 살에 닿으면 뼈를 녹인다. 하지만 이 물질이 들어가는 장비는 뚜껑으로 닫히고 배기장치도 있기 때문에 유독가스가 새어나갈 일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공정에는 애초에 사람이 개입할 일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요즘은 축구장만한 공장에 사람은 두 세명밖에 없다. 모든 것이 자동화돼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술이 수십 년간 축적되면서 더욱 안전해졌다는 평가다. 이같은 안전 노하우가 쌓인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교수는 "반도체도 70년에 달하는 역사가 있다"며 "오랜 시간동안 연구자들이 수만 편의 논문을 쓰고 연구를 한 결과가 쌓인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기술이 온전하지 않아 위험한 면이 있었다고 이 교수는 회고했다. 그는 "인(phosphorus)을 실리콘 안에 집어넣기 위해서 쓰는 '포클'이라는 공정이 있었다. 상당히 위험한 부분이라 별도로 포클방을 만들고 엔지니어도 그 방 안에는 오래 있지 않는 식으로 작업했다. 과거에는 이런 것들이 완전히 밀봉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요즘 장비들은 사람이 들어가는 것은 커녕 장비 근처에도 갈 일이 없다"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