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압박에도 농협금융에 짙게 드리운 농협중앙회 그림자...원인은 농협금융 비상임이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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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압박에도 농협금융에 짙게 드리운 농협중앙회 그림자...원인은 농협금융 비상임이사직?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4.18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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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이사회, 이사회 내 일부 소위원회 구성
박흥식 비상임이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포함
지금까지 농협중앙회장 측근이 주로 비상임이사에 중용
금감원, 비상임이사 선출 방식에 제동
NH 농협금융지주
NH 농협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 비상임이사로 선임되면서 농협금융의 독립경영 보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확인하고자 지주사와 계열사에 대해 수차례 검사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농협금융의 비상임이사 선출 방식을 놓고 당국과 농협중앙회 간 갈등이 벌어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농협금융 비상임이사는 농협 관련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선임돼 왔다"며 "선임할 때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 이사회는 최근 회의를 통해 이사회 내 일부 소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3월 선임된 박흥식 비상임이사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보수위원회, 그리고 이사회운영위원회에 포함됐다는 부분이다. 박흥식 비상임이사는 광주 비아농협 조합장 출신으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추천한 측근이다. 

이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에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5명으로 구성된 임추위에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을 전달할 수 있는 비상임이사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갖고 있어 실질적으로 모회사라고 불리는 만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인사 그립감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의 운신 폭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이 계열사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과 달리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임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농협중앙회장의 측근이 포함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사진=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커지는 농협중앙회 영향력을 견제하고자 지난 3월 7일부터 3주간 농협금융과 계열사들에 대해 전방위적인 검사를 실시했다.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다고는 하나 농협 특성상 그것이 명확한가는 조금 더 고민할 지점이 있다"며 "금산분리 원칙이나 내부통제 등이 흔들릴 여지가 있기에 이를 챙겨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검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금융 이사회가 기존 관행대로 비상임이사를 선출하자 금감원은 이번엔 선출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최근 금감원은 3월 농협금융이 제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 로드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측은 비상임이사가 은행 등 금융권의 경영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사외이사에 준하는 전문성을 갖춰야 하며 선임절차 방식도 투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농협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비상임이사 추천 대상은 '농·축협 전·현직 조합장, 농협중앙회 및 계열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경력자 등 농협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험이 풍부한 자'에 제한돼 있다. 이번에 비상임이사 추천 풀을 금융권까지로 늘려 농협중앙회의 입김을 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 비상임이사들이 은행장인 것과 달리 농협금융은 특이하게 농업 출신 인사만 중용해 왔다"며 "농업인뿐만 아니라 금융인에게도 비상임이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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