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96년 ‘새너제이’ 표기 채택
“한국인 귀에 들리는 발음 존중했을 것”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San Jose)’의 외래어 표기법이 현지 발음과 차이가 커 논란이 되고 있다. 현지 발음보다 한국인 귀에 들리는 소리를 존중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너제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1월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연 곳이 만큼 국내 언론에서도 언급이 많다. 인텔과 엔비디아 등 다수의 IT 기업 본사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현지 발음은 ‘샌호제이’에 가깝지만 국립국어원의 외래아 표기법에 따르면’새너제이’라고 표기해야하는 상황이다.
‘샌호제이’라는 표기가 원칙적으로는 맞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배주태 가톨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메리암 웹스터 사전(Merriam-Webster’s Learner’s Dictionary)에는 해당 지명의 미국식 발음이 [ˌsænhoʊˈzeɪ]로 되어 있다. 세 음절의 강세는 순서대로 ‘제2강세-제1강세-무강세’이고, 이를 외래어 표기법따라 적으면 ‘샌호제이’가 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국어원은 1996년 새너제이’라는 표현을 채택했다. 이유는 한국인 귀에 들리는 발음을 존중한 결과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배 교수는 “‘새너제이’로 정한 것이 외래어 표기법에서 조금 어긋난 결과가 된 것 같다”며 “추측컨대 한국인 귀에 들리는 발음을 존중한 결정이 아닌가 싶다. 한국인 귀에는 ‘ㅎ’이 약하게 들리고 모음 ‘ㅗ’도 ‘ㅓ’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에 ‘샌호제이’는 ‘새너제이’로 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외래어 표기 방식에 관한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아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는 “외래어 표기법에 있어서는 먼저 현지 발음을 존중하자는 현지음주의가 있다. 반면 우리말에는 P와 F 소리를 구분해 표기하기 힘든 만큼, 한국인 귀에 들리는 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성음주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표현을 두고서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립국어원은 위원회를 구성해 표기법을 정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심의위원들마다 의견이 다르다”며 “발음 기준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고, 관용으로 봐야한다는 위원도 있다. 외래어를 표기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만큼 위원회를 열어 이를 논의한다”고 말했다.
민원이 많은 표기법은 위원회를 열어 수정될 수도 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보통 들리는 소리와 표기법이 다른 것에 관한 민원이 많다. 관련 민원이 많이 들어오면 재심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드시 외래어 표기법을 따를 필요는 없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국립국어원은 원칙대로 심의하고, 심의 결과를 공개한다. 그 결과를 따를지 여부는 직접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