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노력 미흡"...농협금융 겨눈 칼날 더 날카로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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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노력 미흡"...농협금융 겨눈 칼날 더 날카로워질까?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5.28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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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금융지주 및 은행의 지배구조 모범관행 이행계획 점검
은행권 일부 개선 노력 미흡하다고 판단해
당국의 지적이 농협금융을 향한 게 아니냐는 분석 나와
임추위에 농협금융 회장 참여할 수 없어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사진=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들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다소 미흡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은행이 제시한 이행계획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시기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지적이 최근 금융사고가 여러차례 발생한 농협금융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년 만의 정기검사가 실시되고 있는 만큼, 농협금융을 겨냥한 칼끝이 더 날카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1분기 8개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BNK·DGB·JB)와 16개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제주·SC·씨티·카카오·케이·토스)이 제출한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이행계획'을 점검한 결과, 일부 금융지주와 은행 사이에서 미비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에 조만간 보완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작년 12월 은행권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배구조 모범관행(best practice)'를 마련한 바 있다. 해당 모범관행은 사외이사 지원조직 체계,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 및 독립성 확보,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체계 등 4개 분야 30개 핵심원칙으로 구성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금융지주와 은행의 경우 이행계획이 명확하지 않거나 이행여부와 시기가 구체적이지 않는 등 다소 보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경영승계 절차, 이사회 구성 및 평가 등과 관련한 사항의 경우, 각 은행의 CEO 선임 및 사외인사 선임·평가 등의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개선 방안을 빨리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은행권은 지적 사항을 보완한 후 문서화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경영 승계 계획과 CEO 자격 요건에 대한 구체화 작업을 현재 진행 중에 있다. 

NH 농협금융지주
NH 농협금융지주

일각에서는 이번 금감원의 지적이 농협금융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정 은행들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미흡한 게 맞지만, 최근 농협금융의 지배구조 문제가 특히나 수면 위로 올라온 상태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문제시 되는 게 농협금융이 계열사 대표 인사에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다. 현재 농협금융은 지주 회장과 계열사 대표를 뽑는 위원회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한 곳에서 지주 회장과 계열사 대표를 한 번에 뽑고 있는 셈이다. 

이에 농협금융 회장은 이해상충을 이유로 임추위에 참여할 수 없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이 계열사 대표 인사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령, 양종희 KB회장의 경우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으로서 계열사 인사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농협중앙회장의 최측근이 주로 기용되는 비상임이사는 계열사 인사에 끼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현직 조합장 출신이 비상임이사에 주로 기용되는 지라 금융 전문성도 부족한 편이다. 하나은행이 지주 최고재무책임자를, 신한은행이 지주 최고운영책임자를 비상임이사로 두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금감원은 중앙회의 입김이 막강한 현 지배구조가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금융범죄를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올해에만 농협은행 자체 감사를 통해 3건의 배임사고가 적발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앞으로 6주간 진행되는 정기검사를 계기로 금감원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에 보다 세밀하게 메스를 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실질적인 주인인 중앙회는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기에 우회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비단 농협금융만 해당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농협금융은 특히 다른 금융지주들과 달리 지배구조가 기형적인 만큼, 당국이 크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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