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원의 디지털 경영] 타산지석(他山之石)·반면교사(反面敎師): 디지털 전략 쉽게 성공하기 
상태바
[차동원의 디지털 경영] 타산지석(他山之石)·반면교사(反面敎師): 디지털 전략 쉽게 성공하기 
  • 녹색경제신문
  • 승인 2024.08.05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은 《시경(詩經)》의 <소아편(小雅篇)>에 나오는 사자성어다. 다른 산에서 나는 거칠고 나쁜 돌이라도 자신의 옥(玉)을 가는 숫돌로 쓸 수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사소한 언행이라도 자신의 지혜와 덕을 닦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나쁜 면을 보며 자신은 그러지 않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타산지석은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본받자는 뜻으로, 반면교사는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을 닮지 말자는 뜻으로 사용된다.

디지털 혁신 전략을 잘 수립하는 법 

언젠가 한 후배가 ‘디지털 혁신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하는 방법’을 물은 적이 있다. 필자는 “신문, 잡지를 많이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대답이 지나치게 간단해서인지, 아니면 뜬금없다고 여겨서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후배에게 “신문, 잡지와 같은 미디어에서 선진 기업의 다양한 성공 사례를 접하면 새로운 혁신 과제의 발굴도 쉽고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자 후배는 반론을 제기했다. “다른 기업이 하는 것을 따라 하는 것으로 어느 세월에 선진 기업이 되겠는가?’라는 것이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을 줄 안다.) 후배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좀 더 설명이 필요했다.

《논어(論語)》에 "삼인행(三人行), 필유아사언(必有我師焉), 택기선자이종지(擇其善者而從之), 기불선자이개지(其不善者而改之)”라는 말이 나온다.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거기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될만한 사람이 있으니, 그들 중 선한 사람(善者)을 골라 따르고, 선하지 않은 사람(不善者)으로 나를 바로잡는다"라는 뜻이다. 선한 사람은 타산지석의 대상으로, 선하지 않은 사람은 반면교사의 대상으로 삼으라는 가르침이다. 현대 경영학에서 얘기하는 ‘벤치마킹 전략’이다.

‘따라 하기’로 세계 최고가 된 기업들

필자의 옛 직장이기도 한 H사는 압도적인 국내 1위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의 위치에 있었다. 동종 업계의 글로벌 선두를 장악하고 있던 미국, 일본, 유럽의 선진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업종의 출중한 글로벌 혁신기업의 성공 사례에서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았고, 제대로 따라가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H사는 지금 명실상부한 글로벌 선두기업의 반열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비슷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월마트의 창업차 샘 월튼은 자서전에서 “내가 한 일의 대부분은 남이 한 일을 모방한 것이었다”라고 고백했다. 자동차 대량생산의 시대를 연 포드 자동차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도 창업자 헨리 포드가 시카고 대형 도축장의 도축 시스템을 본뜬 것이었다. 삼성 역시 한 때 ‘카피캣(Copycat)’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심지어는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전 애플 CEO 스티브 잡스조차 "우리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화씨지벽과 이모베이터 

천하의 보배를 뜻하는 사자성어 ‘화씨지벽(和氏之璧)’에서 ‘벽(璧)’은 가공된 옥을 말한다. 아직 다듬지 않은 옥의 원석은 ‘박(璞)’이라 한다. 그런데 제아무리 진귀한 옥을 품고 있어도 ‘박’의 상태에서는 보통 돌과 모양이 비슷해 보석으로서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옥에 대한 충분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장인이 될성부른 ‘박’을 골라 정성을 다해 갈고 닦아야 비로소 진귀한 ‘벽’이 만들어진다. 

《카피캣》의 저자 오데드 센카는 “혁신에 성공하고 싶다면, ‘모방가(imitator)’와 ‘혁신가(Innovator)’의 합성어인 '이모베이터(Imovator)’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혁신은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며,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같은 급격한 혁신은 현실에서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센카는 “혁신 성공 기업들은 먼저 모방하고 혁신을 통해 차별화했다”라며, “모방이 혁신보다 먼저”라고 강조한다. 

피터 드러커 역시 저서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경영 혁신의 원리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기적과 같은 혁신’은 아예 배제한다. 때로 기적과 같은 혁신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이해할 수도 없을뿐더러 체계화해 다른 곳에 전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본 것이다. 올바른 분석과 시스템적 접근, 그리고 고된 노력에 기초를 둔 목적 지향적 혁신만이 우리가 연구하고 공부할만한 의미 있는 혁신이라는 것이 드러커의 주장이다. 

잘 따라 하면 따라 잡을 수 있다

잘 따라 하면 따라 잡을 수 있다. 일단 따라 잡아야 제치는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중요한 것은 ‘무작정’, ‘그냥’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형편에 맞게 ‘제대로’, ‘잘’ 따라 하는 것이다.

혁신의 원리를 이해하고 디지털 전략을 세우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각종 미디어나 경영서, 경영 구루의 글, 석학의 강연 속에서 흥미로운 글로벌 혁신 사례를 찾았다 해도, 그 사례를 참고해 국내 기업의 경영환경에 적합한 전략을 만드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이미 글로벌 선도기업의 반열에 오른 일부 국내 대기업의 성공 사례는 우리 경영환경에 보다 잘 맞을 수 있겠지만, 그 사례를 바탕으로 개별 기업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는 역시나 많은 지식과 경험이 요구된다.

새로운 혁신 과제를 만들고 추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 투자가 필요하지만, 성공에 대한 보장도 없다. 하지만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해서 혁신을 포기할 수는 없다. 혁신을 포기하는 순간, 기업은 급속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니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혁신의 관건이다. 

타산지석 접근으로 CIO 아젠다 세팅

성공하는 CIO가 되기 위해서는 ‘영적 비전(Inspirational Vision)’과 ‘열망적 목표(Aspirational Goals)’가 필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소명의식과 비전 하에 ‘CIO로서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의제(CIO Agenda)’를 명확히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적 CIO의 정체성을 뛰어넘어 포괄적 CIO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크고 작은 성공 사례를 끊임없이 만들어 성장과 성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때 비로소 성공하는 CIO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탐색, 학습을 통해 사례를 발견하고 변화, 도전, 성장, 성과를 만들고 다시 학습을 강화하는 선순환 사이클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이러한 선순환 사이클을 가장 쉽게 적용하고 성공을 보장받는 방법은 타산지석의 방법론을 활용하는 것이다.

선진 기업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CIO 아젠다를 확보하기 쉽고 추진하기도 쉽다. CIO 아젠다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CEO 및 CFO의 전략 방향과 일치해야 하고 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CIO 아젠다를 달성하려면 당연히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 예산이나 일정 등 무엇이 장애가 될지 미리 생각하고 극복을 위한 대안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해외 선진 기업의 전략과 성공 사례, 국내 선진 기업의 성공 사례는 CEO와 CFO를 설득하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남의 돌을 숫돌 삼아 내 옥구슬을 만드는 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통찰은 시대를 초월한 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한다. 선진 기업으로부터 배우는 벤치마킹 전략의 중요성 역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성공 사례가 나오는 디지털 혁신 부문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선진 사례나 전문가의 조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키는 아니다. 문제는 회사의 업무와 내부 사정을 이해하고 회사의 상황에 맞게 제대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기업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CIO가 해야 할 일이다. 

‘선진 기업의 사례(타산지석)’를 숫돌 삼는 것이야 말로 ‘성공하는 디지털 혁신 전략(화씨지벽)’의 핵심이자 지름길이다. 그리고 ‘박’을 갈고 닦아 ‘벽’으로 만드는 일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남의 돌이라고 버려두고 있을 일이 아니라, 둥근 돌인지 모난 돌인지 살펴보고 얻어서 나의 옥돌을 가는 숫돌로 사용하면 될 일이다.

차동원 HNIX 대표/디지털 경영 에반젤리스트 (dongwoncha@gmail.com)

 

녹색경제신문  gogree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