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갈라지고 체력 바닥나도 일정 소화…투약시간 짧고 높은 수익성 홍보
[녹색경제신문 = 강성기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짐펜트라(램시마 SC 미국 제품명)' 미국 출시에 맞춰 직접 현지에 거주하며 판촉을 독려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작년 10월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짐펜트라에 대한 판매 허가를 획득하고 지난 3월부터 출시에 나섰다.
짐펜트라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 성분을 기존 정맥주사(IV)에서 SC 제형으로 변경해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으로, 성인 크론병을 비롯, 강직성 척추염, 궤양성 대장염, 머티스성 관절염 등에 효능이 있다.
셀트리온은 제약·바이오 기업 중 유일하게 해외 직접 판매(직판)망을 구축해 놓고 있지만 서 회장은 직판 성과를 보기에는 다소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서 회장은 차남 서준석 미국 법인장과 함께 미국 전역을 누비면서 짐펜트라의 미국 시장 조기 안착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직판은 해외 파트너사와 손잡고 현지 시장 진출을 하는 것과는 달리 해외 제약사를 통하지 않고 현지 법인을 설립하거나 또는 현지 제약사를 인수 합병해 직접 영업망을 운영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짐펜트라의 미국시장 안착이 올해 셀트리온 매출 목표 달성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매출 목표를 작년 2조1764억 원 대비 60.8% 늘어난 3조5000억 원으로 잡았다.
짐펜트라는 기존 정맥주사(IV) 형태인 인플릭시맙 성분을 피하주사로 변경해 치료 편의성을 크게 개선했다. IV제형은 투약시간이 2~4시간 인데 반해, SC제형인 짐펜트라는 빠르며 10초 이내 완료된다. 약가 역시 IV제형보다 높아 수익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미국에 머문 서 회장은 짧은 국내에서의 휴가를 가진 뒤 미국 활동을 재개하고 짐펜트라 조기 안착을 위한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국 전역을 9개 권역으로 나눠 총 2800여 의료기관을 7번에 걸쳐 순회하면서 의료진과 직접 만나 제품을 소개하고 처방 확대를 유도했다.
주말도 없이 하루 4~5시간만 자며 수많은 현지 의사와 직접 만나 짐펜트라의 경쟁력을 알렸다. 목소리가 갈라지고 체력이 바닥날지언정 바쁜 스케줄을 멈추지 않고 소화했다.
서준석 미국 현지법인장도 여러 학회에 직접 참가하면서 부친 서 회장을 측면 지원했다. 부자간의 노력에 힘입어 현지 의료진으로부터 문의가 줄을 이었다. 문의에 응대하느라 업무를 볼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에 따라 현지 인력을 60명에서 150% 증가한 100여명선으로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성과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짐펜트라를 출시한 이후 5개월여 만에, 현지 보험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3대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 전부와 처방집 등재계약을 체결하고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 보험 시장은 유형별로 사보험과 공보험으로 나뉘는데, 3대 PBM도 각각 사-공보험을 별도로 나눠 처방집 등재 계약을 따로 체결한다. 이들 3대 PBM은 미국 전체 보험시장에서 80%의 커버리지(가입자 수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계약 체결을 완료한 3대 PBM 사-공보험 처방집을 비롯해 짐펜트라가 이름을 올린 미국 전역의 PBM 및 보험사 처방집은 총 26개로, 이를 통해 짐펜트라는 이미 미국 보험 시장에서 75% 규모의 커버리지를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짐펜트라의 보험사 환급이 지난 6월부터 본격화 되면서 실질적인 처방집 등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의사들이 처방전을 발행한다는 것은 환자들이 이 처방전으로 약국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도소매상은 구매처로 짐펜트라를 공급하는 선순환 체계가 구축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판매를 통한 실질적인 매출 확대 기반이 마련되면서 향후 미국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 회장은 미국 출시 2년 차인 2025년 짐펜트라를 연매출 1조 원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성장시킨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강성기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