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의 일관성 결여로 금융시장과 국민의 혼란 가중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최근 정부가 가계대출 축소를 목표로 강력한 대출 규제를 시행했지만, '실수요자 예외 규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대출을 완화하는 조치를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경제계 등 전반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의 줏대없는 정책이 금융시장과 국민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복현 금감위원장은 최근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나자 이를 줄이라며 은행을 압박했다. 은행권에서 '금리 인상안'을 내놓자 그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추가적으로 더 강력하게 대출을 줄이라'는 주문을 던졌다. 이에 따라 대출 한도 뿐만이 아니라 만기일까지 축소되는 등 정상적인 대출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막히게 됐다.
이에 대해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실수요자는 예외'로 하라는 주문을 내리는 등 갈팡질팡하며 은행권과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당연히 '관치금융'이라는 비판도 따라왔다.
이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10일 은행장 간담회 이후 "국민과 소비자, 은행 창구 업무 담당자분들께 불편과 어려움을 드려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실수요자'라는 이름의 대출 완화, 그 이면의 위험성
한편 정부가 이렇게 대출 규제의 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열탕에 발가락만 담궜다가, 한발짝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며, 다시 가계부채가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실수요자 예외 규정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가계부채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가계의 재정적 안전성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일관된 규제와 시장 안정이지, 단기적 인기 영합을 위한 대출 완화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대출 정책은 이미 수차례 변경되며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해왔다.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는 정책 변화는 신뢰를 떨어뜨리고, 금융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낮추며, 가계와 금융기관 모두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이런 '관치금융'은 시장에 큰 혼란을 주고 있으며, 결국 국민의 경제적 불안감을 조성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정책의 일관성이 없으면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정책의 일관성과 장기적 비전 필요
가계부채 문제는 단순히 대출 규제와 완화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대출 규제의 강화를 외치다가, '실수요자 보호'라는 구실로 완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대증적 처방에 불과하다. 이는 가계의 재정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
금융권 내 대출분야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문제는 단기적인 대출 규제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반복적으로 규제를 강화했다가 완화하는 방식은 장기적인 부채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단기적인 인기 영합에 그치지 않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출 규제는 일관된 정책 기조 아래에서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정책 전문가들은 "대출 완화를 통한 시장 부양이 아닌, 가계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경제 안정을 목표로 한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정부의 정책은 장기적인 비전과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하며, 이는 시장과 국민 모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홍주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