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부산은행, '시금고 사수' 성공했지만... "다음번은 장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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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부산은행, '시금고 사수' 성공했지만... "다음번은 장담 못해"
  • 이준성 기자
  • 승인 2024.10.17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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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부산은행, 시금고 유치전서 각각 승리... 1금고 지위 사수
지역 특화 금융 앞세웠다는 점이 지방은행의 연승 비결
다만, 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상 자본력 중요... 향후 승부서 지방은행 경쟁력 저하 우려돼
[사진=광주은행]
[사진=광주은행]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광주은행과 부산은행이 시금고 유치전에서 각각 승리하며 기존 1금고 지위를 사수했다. 두 은행 모두 '지역 특화 금융'이라는 고유의 강점을 앞세웠다는 점이 승리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다만, 두 은행을 포함한 지방은행이 향후 지자체 금고 유치전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상 중요한 자본력 측면에서 추후 지방은행의 경쟁력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광주광역시는 차기 시금고 선정을 위한 금고지정 심의원회를 열고 1금고에 광주은행을 선정했다. 광주은행은 국민은행과 1금고를 두고 경합을 벌인 끝에 기존 1금고 지위를 지켜냈다. 광주은행은 1969년부터 현재까지 55년간 광주시 1금고를 맡고 있으며, 이번 승리로 오는 2028년까지 1금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앞서 부산광역시 시금고 유치전에서도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이 승리를 거뒀다. 지난달 24일 부산광역시는 시금고 지정 심의위원회를 열고 주금고로 부산은행을 선정했다. 부산은행은 해당 경쟁에서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등 2개 시중은행을 꺾었다. 이로써 부산은행은 2001년부터 지켜온 부산시 주금고 자리를 오는 2028년까지 4년 더 차지하게 됐다.

이 같은 지방은행의 '연승'은 금융권 등의 예상과 다른 결과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지자체 금고 경쟁에서 지방은행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도전자' 시중은행의 존재감이 워낙 강렬했던 탓이다.

그러나 광주은행과 부산은행은 예상을 뒤엎었다. 두 은행 모두 자신들이 지역에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하며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다.

먼저, 광주은행은 시민이용 편의성 항목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광주은행은 현재 광주지역에만 총 70개의 영업점을 운영 중으로, 이는 15개의 영업점을 둔 국민은행 대비 4.7배 많은 규모다.

아울러 광주은행은 금융감독원의 '관계형금융 우수은행 평가'에서 3년 연속으로 중소형 부문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은행은 지역 중소기업과의 거래에서 취득한 정보 등을 대출심사에 반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해당 평가에서 호성적을 달성해오고 있다.

 

[사진=부산은행]
[사진=부산은행]

부산은행의 경우, 부산시가 솔깃할 수 밖에 없는 공약을 제시하며 승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은행은 이번 시금고 입찰 과정에서 현재 부산시에서만 운영 중인 고액 체납자 모바일 전자고지시스템을 부산 16개 구·군으로 확대하는 한편, 각 구·군의 무인 수납기를 전면 교체할 것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부산은행은 자신들의 지역 영업 실적 또한 집중 조명했다. 부산은행 가치의 78%가 지역에서 창출되고 중소기업 대출 35조원 중 74.3%에 해당하는 25조5000억원이 부산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소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두 은행의 이번 승리에도 불구하고 향후 지자체 금고 유치전에서 지방은행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상 자본력의 중요성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후에는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에 밀리는 사례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행 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은 총 100점의 점수 중 89점을 금리·신용도 등의 공통항목으로, 11점을 지자체 출연금 규모·지역 공헌도 등의 자율 지정 항목으로 각각 배분한다.

문제는 각 은행이 공통항목에서는 비슷한 점수를 받아 자율 지정 항목에서 당락이 갈린다는 점이다. 즉, 현재까지는 지역 특화 금융 등으로 지역 공헌도에서 앞선 지방은행이 승리를 거뒀지만, 앞으로는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뛰어난 시중은행이 지자체 출연금 등을 한층 확대하며 승패를 뒤집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구 유출 및 지역경기 침체 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이라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자본력 차이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자체 금고 경쟁에서) 시중은행이 출연금을 대폭 늘리는 등 자본력 격차를 적극 활용하면 지역 특화 금융이라는 지방은행의 승부수는 더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자체 금고를 두고 지방은행이 자본력으로 시중은행과 정면승부하는 것은 현재로서도 불가능하다"며 "지방은행들이 지자체 금고 선정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인센티브를 달라고 당국에 요청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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