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윤덕제 기자]최근 음주운전 못지않게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 중 하나로 '약물운전'이 꼽히고 있다. 특히 치료를 위해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다이어트약과 같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역시 운전에 주의를 요하는 약물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사고 방지를 위한 단속 및 처벌기준 등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마약 운전 근절 분위기 조성을 위한 특별단속을 시작했다. '약물운전'에 대한 경찰의 이번 단속은 사상 처음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교통사고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운전자의 반응 속도와 집중력 저하가 꼽힌다"며 "우리가 흔하게 복용하고 있는 약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질 경우 언제든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악사손해보험에 따르면 실제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약물운전 위험성을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되는 점은 매년 마약운전 사범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가 4년 새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9년 58건에서 지난해에는 91건으로 집계됐다.

악사손보의 이번 '운전자 교통안전 의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91%)이 '약물운전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해 인식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만 19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1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전체 운전자 5명 중 4명(79.6%)은 약물운전 단속 필요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1년 이내 음주운전 경험이 있었던 운전자의 64.3%는 약물운전에 대한 별도 단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해, 안전에 다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 것은 우려되는 점이다.

또한 현행법상 복용 후 운전이 금지되는 약물 종류를 인지하고 있는 이들은 전체의 25.4%에 그쳤다. 흔히 대마와 같은 위험약물 외에 복용 후 운전이 금지되는 약물 종류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45조에서는 '자동차등의 운전자는 술에 취한 상태 외에 과로, 질병 또는 약물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의 '약물'이란 '마약, 대마 및 향정신성의약품과 그 밖에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특히 치료를 위해 정상적으로 처방받은 다이어트약과 같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역시 운전에 주의를 요하는 약물로 분류되고 있다.

악사손보 관계자는 "약물운전은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운전자 본인의 안전을 위협하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약물운전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 제고를 위해 사회 구성원 전체의 노력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