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 서비스인 통신서비스...고민의 출발점 돼
재난대응, 인프라 구축과 닮아...예방이 핵심
재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ESG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ESG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ESG는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다. ESG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ESG를 이끄는 사람들을 연중 기획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註)>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이명섭 LG유플러스 ESG추진팀장의 답변에서는 '현장'의 생생함과 '필요'에 대한 깊은 고민이 묻어났다.
이 팀장은 "사실 사회공헌이라는 영역은 우리가 해결하는 그 영역에만 초점을 맞출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서 우리쪽으로 커스터마이징 해야 할 영역을 찾아내는게 실제 사회공헌 부서에서 해야 할 일 중 하나인것 같다"고 설명했다.
진정한 필요에 대한 고민이 현장 경험과 합쳐지자 남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재난대응 대민구호 체계 강화' 프로젝트다.
이 팀장은 "사실 통신서비스라는 것은 보편적 서비스다. 자연재해가 있다면 휴대폰부터 들고 대피하게 된다. 이재민 대피소도 임시시설이다 보니 인프라가 부족하다. 급하게 연락해야 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재난방송도 봐야 하니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고민의 출발점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생생한 현장 경험담을 전했다.
이 팀장은 "현장에 가서 보니 생각보다 자원이 집중되는 분야에만 집중되더라"며 "예를 들어 재난현장에 기업과 NGO의 지원으로 먹을거리는 많다. 구호키트도 성인용 생존 키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먹을 것은 많지만 대피소에서 할 일이 없고, 생존 키트는 있지만 아이들을 위한 학용품은 없는 것이다.
재난이 없을 수록 LG유플러스의 활동은 더욱 묻힌다. 하지만 이 팀장은 통신사 재직자다운 소신을 전했다.
그는 "재난 대응이라는 분야는 인프라 구축과 비슷한 것 같다. 사전 예방 및 준비가 중요하지, 일이 벌어지고 난 뒤에 그 때부터 준비하는 건 의미가 없다. 다행히 올해 재난이 발생하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섭 LG유플러스 ESG추진팀장 약력
이명섭 LG유플러스 ESG추진팀장은 단국대에서 국문학과 경영학을 공부했다.
LG유플러스에 2013년에 입사하여 2020년부터 사회공헌업무를 맡아, 24년 ESG추진팀장이 되었다.
기업의 비즈니스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20년 과학창의재단 기업과학기술 CSR 컨퍼런스 사례 발표를 시작으로 22년 대한적십자사 국제재난복원력 세미나 패널, 23년 서울사회공헌 포럼, 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트너스 클럽 사회공헌 강의 등 유플러스의 사례를 사회공헌 담당자와 NGO에 지속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다음은 이명섭 팀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Q. LG유플러스의 ESG추진팀의 역할을 무엇인가요?
LG유플러스는 보다 체계적으로 ESG 경영을 추진하고자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여 ‘22년에 ESG추진실을 설치했습니다.
ESG추진실은 전사의 ESG 전략 수립과 실행을 총괄하고 있으며, ESG추진실 산하 ESG정책팀과 ESG추진팀 2개의 팀이 있습니다.
ESG정책팀은 ESG위원회 운영 및 정책기획, KCGS/CDP 등 ESG평가 대응, 탄소중립/재생에너지 확대, 탄소배출권 대응 및 ESG 공시 준비 등 회사의 ESG 정책과 ESG 경영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SG추진팀은 환경보호, 취약계층/아동/지역사회 지원을 위한 CSR 및 재난 대응 등 사회공헌활동을 전담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LG유플러스의 ICT 기술과 콘텐츠를 활용한 아이드림 챌린지(교육격차 해소사업)가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사실 ESG라는 것은 말 그대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로서 이는 회사의 많은 영역 및 부서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ESG 경영은 저희 ESG추진실의 힘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저희 ESG추진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관련된 회사내 유관부서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전사가 ESG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올해 LG유플러스의 사회공헌 활동 중 뜻깊었던 사례들을 공유해주세요.
늘 LG유플러스의 사회공헌은 ‘통신업’과 연계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해왔습니다.
올해는 사회공헌 전담팀 신설로 인해 단순히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의 사회공헌에서 벗어나, 사회의 한 구성원인 ‘기업시민’의 역할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한 방향을 짰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LG유플러스가 수행하고 있는 본질적인 사업영역이 있을것 같구요. 우리의 서비스를 활용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큰 목표 아래 환경 영역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확대와 기존 수행하고 있던 프로그램의 질적 강화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환경 분야의 경우 올해 1월 부터 실시한 ‘배리원’ 프로젝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폐보조배터리 및 건전지를 같이 수거해보자는 ‘느슨한 연대’의 모임체계 입니다.
한국 배터리순환자원협회와 같이 협의체를 만들었고, 여기에 에너자이저, 고려대학교, 대중소 농어업협력재단, 한국청소년재단, 고려대학교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12월에는 대한상공회의소도 이 협의체에 같이 참여할 예정이구요.
환경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재난대응 대민구호 체계도 강화했습니다.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출시한 대민구호 차량을 시작으로 7월 대피소 내 아동친화공간 구축, 8월 반려동물 케어 까지 정신없이 달려왔던 것 같습니다.
시행 3년차에 들어간 아이드림챌린지(구,12주 챌린지)는 실제 대상 고객 수요에 맞춰서 24주로 모두 늘렸습니다.
신규로 소아암재단하고도 협약을 맺고, 소아암환아에게도 교육을 시작했구요.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계속 고도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Q. 통신사에서 배터리 수거를 한다는 생각이 잘 와닿지 않는데, 왜 이 협의체를 출범하게 되었나요?
올해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입니다.
사실 사회공헌이라는 영역은 우리가 해결하는 그 영역에만 초점을 맞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서 우리쪽으로 커스터마이징 해야 할 영역을 찾아내는게 실제 사회공헌 부서에서 해야 할 일 중 하나인것 같습니다.
배터리 수거를 생각하게 된 것은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보조배터리였습니다.
행사장에서 사은품으로 많이 주고 있고, 우리 개통 대리점이나 일선 판매점에서도 많이 증정하고 있죠.
문제는 보조배터리 품질이 그렇게 까지 좋지 못하다보니 어중간하게 사용하다 버려지게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된다는 점입니다.
아마 기자님 집에도 굴러다니는 보조배터리가 몇 개 있을 것 같은데요.
이게 겉면은 플라스틱이고, 안은 건전지이다 보니 사람들이 재활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들 모르는 상황입니다.
일단 건전지 수거함에 넣으면 되긴 하는데, 그걸 모르는 분들도 많이 있고 이러한 배터리를 또 일반쓰레기나 플라스틱에 넣는 경우도 왕왕 있다보니 그로 인한 환경오염과 원활한 재활용품 수거가 안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심지어 이 보조배터리가 EPR 체계에 들어와있지 않다 보니 생산자가 의무적으로 수거할 의무도 없죠.
생산은 많이 되는데 수거나 폐기가 제대로 안되다 보니 유플러스가 먼저 나서서 이러한 논의에 불을 당겨보면 어떨까 싶어 폐보조배터리 수거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환경과 재난 대민구호도 언뜻 듣기에는 바로 연결고리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태풍, 국지성 호우의 발생빈도가 늘어나고 있고, 그 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통신 서비스라는게 보편적 서비스다 보니 당장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발생 시 휴대폰부터 들고 대피하게 됩니다.
문제는 급하게 대피하다보니 이재민 대피소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임시시설이다 보니 휴대폰 충전 등 이런 인프라가 많이 부족해지죠.
또 가족들이나 급하게 연락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유튜브 등을 통한 재난방송도 봐야 하니 데이터 사용량도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LG유플러스 고민의 출발점은 여기서 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회사와 비슷하게 이재민대피소에 직접 나가 휴대폰 충전 테이블도 설치하고 그랬는데요.
힌남노 때 아파트 정전으로 인해 수백명의 인력이 동시충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이동형 충전차량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고, 그래서 충전차량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대민구호 활동을 나가다 보니 이 재난 대응 체계가 약간은 똑같은 체계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수재의연금을 내고 물품을 보내오지만, 생각보다 자원이 집중되는 분야만 집중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재난현장에 나가보면 생각보다 먹을거리들은 많이 있습니다.
각 NGO에서 밥차도 보내오고 주로 식품기업들이 이제 간식류나 이런것들을 많이 공급해주다보니 먹을 것은 크게 걱정이 안되는데, 문제는 이 분들이 대피소에서 할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주로 대피소에서 오래 계시는 분들은 노인과 영/유아 들이죠.
체육관 텐트에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고, 그래서 가장 크게 접근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찾다가 이제 아동과 반려동물을 우선적으로 시작해보자고 해서 올해 7월에 아동친화공간 구축 및 아동구호키트 제작과 8월에 반려동물 친화공간 및 유기동물 구조를 계획하고 관련 단체들과 MOU를 맺어 준비를 마쳤습니다.
Q. 아동친화공간과 반려동물 공간이 재난 상황에서 필요한가요?
재난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만 나가봐도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이 대피소 구축할 때 마련됩니다.
또한 터키지진 등에서는 황폐화된 건물 옆에 아이들을 위한 에어바운스 놀이터가 설치되기도 합니다.
넓게 ESG 관점에서 보면 아동권과 동물권의 보장의 영역에서 바라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동부터 먼저 보자면, 재난이 발생하게 될 경우 아동이 굉장한 불안감을 느낍니다.
또 학교를 나가야 하는데 학용품도 변변하게 챙겨오지 못하고 나올 수 있죠. 그런데 정부에서 정한 구호키트는 성인용 생존 키트에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옷이나 안대, 귀마개, 비누, 수건 등은 주지만 학용품은 없죠. 그래서 아동구호키트를 100 세트 정도 제작해서 구비해두었습니다.
아동친화공간이 구축되면 아이들나라를 활용해 아이들이 조금 더 편안한 환경에서 선생님의 케어를 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고, 아동구호키트안에 텐트에서 몸에 끼고 잘 수 있는 바디필로우와 학용품, 피젯토이 등을 넣어서 조금이나마 심리적 안정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같은 경우에는 현행법상 반려동물을 동반하고 대피소에 데려갈 수 없습니다.
작년 강릉 산불의 경우에도 약 30여가구는 같이 사는 반려동물을 대피소로 데려갈 수 없어 대피소 입소를 포기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농촌 지역 같은 경우는 키우던 개랑 대피가 안되다보니 주인이 목줄을 풀어서 살길을 찾아라 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진돗개 같은 경우는 6개월에 걸려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일반적인 개들 같은 경우 돌아와도 주인이 살던 터전이 사라져버리니 자연스럽게 유기견이 되기도 합니다.
이같은 사회적 문제 나 발생할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반려동물과 아동친화공간 두 공간을 놓게 되었습니다.
Q. 노인공간도 필요할 것 같네요.
사실 대피소에 제일 많이 계신 분들은 주로 노인분들이십니다. 사실 그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수혜대상이 넓다보니 우선 아동부터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검토된 것은 아동 프로그램을 노인분들께도 일부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림 그리기 같은 활동은 영/유아/성인/장년 구분이 없죠. 또 간단한 신체 활동도 아동친화공간에서 진행될 예정인데, 뼈나 근력이 약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만큼 투호 던지기 등 노인분들도 하시기 어렵지 않은 활동 들로 예상됩니다.
Q. MOU를 체결한 것 까지는 알겠는데, 실제 구축사례가 없는것 같습니다.
재난 대응이라는 분야는 인프라 구축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사전 예방 및 준비가 중요하지,일이 벌어지고 난 뒤에 그 때부터 준비하는 건 의미가 없는 영역입니다.
군대 치장물자와 같은 개념이죠. 다행히 올해 재난이 발생하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습니다.
실제 재난 대응 현장에 펼치지는 않았으나, 올해 몇 가지 의미있는 성과가 있었는데요.
10월 제주도에서 실시한 재난대응시뮬레이션 훈련에 참여해서 실제 구축을 해봤습니다.
반려견주 10가구가 참여해서 보완점을 찾았고, 아동공간도 그때 구축해서 인근 어린이집 인원이 참여하여 실제 대응을 해봤습니다.
MOU 이후 실제상황이 발생하면 보다 완벽한 서비스의 제공을 위한 훈련을 했고, 내년에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Q. 기타 다른 소개하고 싶은 것은 어떤것이 있을까?
사실 사회공헌이라는 영역이 회사의 매출을 견인하거나, 그렇다고 Risky 한 요소를 다루고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보도자료도 사실 할 때마다 내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임직원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우리회사의 사회공헌이 무엇이 있을까 물어보면 딱히 대답을 못 하는 것 같기도 하였죠.
회사 내부 임직원에게 효과적인 ESG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고민하다가 ESG 캐릭터 같은 것을 만들면 어떨까 고민하였고, LG유플러스의 대표 캐릭터인 ‘무너’를 활용해 ESG 무너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용산과 마곡 각 사옥 마다 ESG 실천 메시지를 담은 무너를 비치해놨고, 지하1층 등 임직원 동선이 많은 곳에도, ‘내컵 쓰고 지구지켜’ 같은 임직원 참여 독려 메시지를 말풍선으로 넣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임직원의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내년부터는 'ESG 데이'에 맞춘 맞춤형 메시지 카드 같은것들을 제작해서 배포할 예정입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