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쌓인 MBK의 의사결정 구조…’비밀유지계약 논란’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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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쌓인 MBK의 의사결정 구조…’비밀유지계약 논란’ 더 키웠다?
  • 우연주 기자
  • 승인 2024.12.08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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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회장 서울, 홍콩 파트너로 이름 올려
투심위의장도 맡는다?...NDA 위반 여부 관건
"사모펀드에 치명적일 수 있는 논란" 관측도
[사진=MBK파트너스]
[사진=MBK파트너스]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MBK파트너스의 '비밀유지계약(NDA)' 위반 여부를 놓고 두 차례 해명이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매체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MBK 측이 2022년 5월 체결해 올해 5월 종료된 고려아연 신사업 관련 핵심자료의 비밀유지계약을 위반했을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앞서 지난 4일 MBK파트너스는 비밀유지계약 위반과 관련해 의혹이 확산되자 관련 입장문에서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MBK 파트너스의 '바이 아웃'과 소수지분투자, 사모사채 투자 등을 하는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은 각기 다른 법인이며 운용 주체(entity)" 라며 "MBK 파트너스의 '바이 아웃' 부문과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은 실질적으로 분리돼 있으며 '차이니스 월'로 구분돼 내부 정보 교류 자체가 엄격하게 차단돼 있다"고 했다. 

또한 비밀유지계약의 대상이 되는 정보가 IR자료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개 자료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주장도 내놨지만 금융투자(IB)업계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공시 의무나 외부 견제 등을 거의 받지 않는 사모펀드 특성 상 자체적인 정보차단 장치가 실효성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2022년 5월 MBK가 고려아연으로부터 신사업 관련 자료를 받으면서 체결한 NDA 위반여부이다.

해당 계약서엔 받은 자료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고려아연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등의 20개 조항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비밀유지효력은 지난 5월 종료됐다.

특히 정보 공유에 따른 비밀유지계약 위반 논란의 핵심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라는 것이 IB업계 분석이다.

MBK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병주 회장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MBK파트너스) 뿐 아니라 홍콩에서도 파트너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있다.

고려아연과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한 MBK홍콩(MBK Partners HK Limited, MBK의 특수관계법인)에서도 활동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또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회장은 MBK파트너스 지분 16%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MBK파트너스의 투자심의위원회 의장도 맡고 있고 비토권까지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비밀유지계약의 존재와 대상이 되는 정보, 그리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등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와 바이아웃 펀드에서 추진하는 모든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비밀유지계약 위반에 대한 MBK파트너스의 해명이 설득력 없다고 평가받는 또다른 이유는 MBK파트너스 A부회장의 역할 범위다.

MBK파트너스에서 소수지분 투자와 사모 대출 등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에 대한 전략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A부회장은 B부회장과 함께 MBK파트너스의 공동 대표업무집행자(주식회사의 대표이사 격)를 맡고 있다.

대표업무집행자로서 바이아웃 펀드가 추진하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관련 사항 등 사내에 있는 모든 정보를 사실상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지 않냐는 의구심이다.

김병주 회장과 A부회장 모두 투자심의위원회 일원이라는 점이 언론 보도로 여러 차례 알려졌다. 

이와 함께 비밀유지계약(NDA)에 서명한 인물은 MBK파트너스 주된 활동지역이 홍콩인 C 파트너로 MBK 파트너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고경영진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투자심의위원회를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IB업계 판단이다.

업무 영역과 역할이 중복되는 인물들이 다수이고 이러한 인물들이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펀드 간 정보 차단을 막는 '차이니즈 월'의 효과는 없거나 극히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언론에 공개된 비밀유지계약의 세부내용을 보면 서명 주체인 MBK홍콩뿐 아니라, MBK파트너스의 모든 계열사와 임직원은 해당 비밀유지계약을 준수해야 한다. 칸막이가 있다는 해명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논란의 핵심은 제8조로 MBK홍콩이 서명한 고려아연의 경영을 통제하거나 고려아연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은 실제론 MBK홍콩을 넘어 MBK파트너스의 모든 계열사와 임직원에 적용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비밀유지계약의 효력이 유효한 기간에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를 준비한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법적 책임 등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영풍과의 적대적M&A 논의 등 경영권 탈취를 위한 협의를 6월 이전 시작했을 경우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MBK 측에 제공한 여러 자료들 중 핵심은 112페이지에 달하는 프로젝트 트로이카 자료로 알려졌다. 해당 자료에는 핵심기술의 종류와 내용, 역량을 비롯해 기업가치와 각종 밸류에이션 평가 내용 등 미공개정보와 기밀 정보가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비밀유지계약 위반 여부는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사모펀드에 치명적일 수 있는 논란거리"라며 "MBK가 영풍과 언제부터 적대적M&A를 논의했는지 등을 정확히 알리지 않을 경우,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도 "MBK파트너스가 내놓은 '차이니즈 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이런 논란 자체가 MBK의 신뢰도에 금이 가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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