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시장 신뢰 회복' vs '기업 경영 위축'...여야 첨예한 대립
- 27일 본회의 처리 예정...국민의힘 "거부권 행사 요청할 것"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정문 의원실]](/news/photo/202502/323716_367725_3448.jpg)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상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이번 개정안은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첫걸음이라는 평가와 기업 경영 위축을 우려하는 비판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법안심사제1소위를 열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이르면 26일 법사위 전체 회의를 거쳐 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또한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다만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해 왔던 내용 가운데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은 추가 심의를 위해 소위에 계류됐다.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정문 민주당 정책수석부의장은 법안심사 과정에서 "주주 전체를 하나의 집단으로 봐서 집합적으로 보호한다는 것"이라며 "전체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드디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적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법 개정안이 24일 법사위를 통과했고, 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라며 "2월 임시국회 중 상법 개정안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LG화학 물적 분할, HD현대의 중복상장 시도 등 국내 자본시장에서 반복되는 편법적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현행법 제도로는 우리 자본시장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편법적 행태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주주 전체의 이익을 중시하지 않고 소수 지배구조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왜곡된 의사결정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례들이 보고돼 왔다. 일부에서는 지주회사가 지분 50%를 직접 보유한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시키는 '중복 상장' 관행을 문제로 지적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LG그룹의 경우 지주사 아래 중간 지주사 6개가 모두 상장돼 있는 구조를 예로 들며, 이러한 방식이 지주사 주주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조항도 포함됐다. 이는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용이하게 해 주주총회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반면 경제계는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로 확대되면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인수합병 등에 대해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8단체는 "위기 상황에서의 상법 개정은 우리 경제와 기업에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이번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정문 의원실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현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상법 개정안은 26일 법사위 전체 회의를 거쳐 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야당은 본회의 단독 처리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어 여야 간 갈등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 경영의 자율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문제로 귀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과 기업 경쟁력 약화라는 우려 사이에서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가 걸려 있다"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합리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