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종목별 주가 추이 차별화…시장 전반적 회복은 아직
중소형주 흥행 속 대형주 부진…"IPO 시장, 단순 수급 논리로 움직여"
[인사이트녹경=박준형 기자] 부진한 흐름을 이어오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다시금 훈풍이 불고 있다. 상장 첫날 ‘따블’, ‘따따블’을 기록하는 새내기주가 등장하고 올해 상장한 새내기주들이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IPO 시장 자체의 반등으로는 보기 힘들다고 분석한다. 높은 수익률을 보인 새내기주들이 중소형주 중심인데다, 종목별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수 양호한 주가에 IPO 시장 회복 기대감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상장한 엠디바이스는 공모가(8350원) 대비 115.57% 오른 1만8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장중 121.56% 강세로 1만8500원까지 오른 후 조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100% 안팎의 오름폭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상장한 엘케이켐은 상장 첫날 공모가(2만1000원) 대비 180% 오른 5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위너스 역시 상장 당일 공모가(8500원)보다 300% 상승한 3만 4000원에 마감, 올해 첫 ‘따따블’을 기록했다.
상장 첫날 새내기주들이 공모가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내면서 공모주 투심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부터 IPO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습이다. 올해 초까진 상장 당일 새내기주들의 주가가 줄줄이 급락했지만, 지난달 상장한 신규 상장사들은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일 종가 기준 지난달 국내 증시에 상장한 새내기주 12곳(스펙 상장, 스펙 합병 제외) 중 8곳이 공모가 대비 상승했으며, 상장 후 공모가 대비 상승률은 평균 27.79%를 기록했다. 작년 전체 신규 상장사의 공모가 대비 상승률과 1개월 등락률이 각각 –3.22%, 3.35%였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다만 최근 새내기주들의 상승은 국내 증시의 상승에 따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IPO 시장 자체의 반등보다는 업종별 차별화가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들어 지난 6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7.36% 8.36%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나스닥(–6.43%), S&P500(-2.43%), 니케이225(-7.51%), 상해종합(0.88%) 등 주요국 지수들의 수익률은 저조했다.
새내기주 주가, 업종·종목별 차별화…'옥석가리기 심화'
상장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는 기업들 역시 업종 및 실적 기대감 등에 따라 차별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상장한 피아이이는 상장 이후 공모가(5000원) 대비 100.20% 급등했으며, 최근 한달간 120.97% 상승했다. 다만 상장 첫날 실적은 저조했다. 공모가 대비 12.70% 하락한 436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피아이이는 지난해 실적 반등과 함께 삼성전자 유리기판 사업 수혜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AI 소프트웨어를 개발기업 피아이이는 AI가 불량품을 잡아주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한다. 현재 적용 분야는 2차전지지만, 최근 유리기판 검사 솔루션 신규사업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의 유리기판 사업 관련주로 엮였다.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매출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1240억원, 영업이익은 142% 증가한 96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상장한 아스테라시스 역시 2월 들어 상승폭을 키웠다. 지난 6일 종가 기준 공모가 대비 상승률은 114.57%를 기록했다. 아스테라시스 역시 미용의료 사업에서의 고성장 기대감과 함께 지난해 호실적이 예상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아아스테라시스는 지난해 연결 매출 288억원, 영업이익 6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4.8%, 328.6% 증가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각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들이 속한 전방 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높고, 안정적 실적흐름이 예상되는 기업들이 상장 후 수익률도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올해 국내 증시의 반등 역시 신규상장 기업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종목별로 큰 차이가 날뿐만 아니라, 상장 이후 종가 및 월말까지도 주가의 변동성이 커졌다”면서 “종목에 대한 ‘옥석 가리기’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조언했다.
대형주 부진…"IPO 시장 회복으로 보기 힘들어"
시가총액 1000억원 내외의 중소형 새내기주들이 IPO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형주들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던 LG CNS(LG씨엔에스)는 상장 첫날 공모가(6만1900원) 대비 9.85% 하락한 5만5800원에 거래를 마감했으며, 전날까지 17.61% 하락했다. 서울보증보험 역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공모가 희망벤드를 지난 2023년 상장 시도 당시보다 30% 가량 낮췄음에도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인 2만6000원에 확정했으며, 5일부터 6일까지 진행한 일반투자자 청약 경쟁률은 7대 1에 그쳤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상대적으로 공모 규모가 작은 중소형주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달리 대형주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는데 전반적인 IPO 시장 회복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현재 IPO 시장은 기업 자체의 가치를 보고 투자 판단을 하고 있다기보단 단순한 수급의 논리로 결정되고 있다”면서 “시초가가 400%까지 오를 수 있는 상황에서 유통물량이 적고 부담이 적은 중소형주에 수급이 몰리는 것인데, 대형주의 경우 수급의 논리가 먹히지 않다보니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신규 상장 기업 상장 첫날 및 최근 거래일 등락률. [자료=한국거래소]](/news/photo/202503/324088_368202_1831.jpg)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