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NH, '돈 빌려주기 꺼린다'...20년 만에 대출 감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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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하나·우리·NH, '돈 빌려주기 꺼린다'...20년 만에 대출 감소세
  • 나아영 기자
  • 승인 2025.04.14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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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 대출 증가율 4.1%로 20개월래 최저...자영업자·중소기업 대출 '역대 최저'
- BIS 자기자본비율 관리 부담에 은행들 '돈 묶기' 가속화...저원가성 수신은 31조원 급증
- 금융당국, 가계부채 관리 강화...7월 3단계 DSR 시행 앞두고 금융권 준비 상황 점검
5대 시중은행. [사진=각사]
5대 시중은행. [사진=각 사]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연말도 아닌 3월에 은행권 대출이 1조원 감소하는 이례적 현상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의 자기자본비율(CET1) 관리 압박으로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RWA) 축소에 나서면서 2005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2000년 이후 비연말 시점에 대출잔액이 감소한 것은 2004년과 2011년 6월 단 두 차례뿐이었다. 이는 은행들이 연체율 상승과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3월 기준 연간 대출 증가율은 4.1%로 2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통계 집적 이래 처음으로 1%를 밑도는 0.8%에 그쳤으며 법인 중소기업 대출 역시 7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과거 3년간 높은 증가세를 보였던 대기업 대출마저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가계부문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일반대출이 9000억원 감소해 2023년 평균 대비 활용률이 43%로 급락했다. 주택담보대출만 2조2000억원 증가했으나, 이 역시 전월(+3조4000억원)보다 증가폭이 대폭 축소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4000억원으로, 2월(+4조2000억원)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흥미로운 점은 은행권에서 자금조달은 활발한 반면, 대출은 적극적으로 축소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한화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3월 중 은행권 저원가성 수신(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은 31조원 급증했다. 대출자금 활용률은 예년에 비해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대내외 불확실성과 연체율 상승 위험으로 은행들은 기업여신 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RWA 비중이 높아 보수적 접근이 두드러진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과 위험가중자산 관리 필요성이 대출 심사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신중한 행보는 BIS에 따른 자기자본비율 관리 부담에서 비롯됐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5년 대부분의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주안점이 여신 성장보다 위험가중자산 및 마진 관리에 있다"며 "예상 이상의 역사적인 저성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가계대출은 규제로 억제되고, 기업대출은 수요보다 공급 차원의 문제로 낮은 성장세를 보인다는 것이 김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선 영업점의 대출 행태도 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은행은 3월부터 연체율 상위 10% 영업점에 대해 핵심성과지표(KPI) 가중치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3월 부동산 규제 재시행 이전 활발했던 주택거래는 다소 시차를 두고 가계부채 통계에 반영되는 만큼, 4월 이후가 향후 가계대출 관리에 있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3월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에 대해 "분기 말 부실채권 매·상각 등에 따른 대출 잔액 감소효과가 더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 2월 서울 일부 지역의 규제 완화 이후 부동산 거래 증가로 인한 주담대 승인물량은 아직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2025년 은행 원화대출 증가율이 전년보다 2%p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대폭 확대된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당국이 기업대출 지원을 요구한 데 따른 집행 규모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이후 대출 제한 효과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강남3구 등 서울 주요 주거선호지역을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으로의 풍선효과 발생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고, 지역별 가계대출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7월부터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상환비율(DSR)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금융권의 준비 상황도 점검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초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전산 개발을 진행 중이며, 충분한 시범운영을 통해 개선 사항이 현장에 조속히 안착하도록 금융권의 이행 준비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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