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별 PF 리스크에 따른 충당금 적립 판단 '엇갈려'
미래에셋·한투·키움, 손실 확정 이후 충당금 '축소'
신한·한화·대신, 여전히 공격적 충당금 적립..."리스크 완화 목적"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지난해 주요 증권사들이 적립한 충당금이 전년 대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2조원 이상을 추가 적립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7399억원 증가에 그쳤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충당금 적립 규모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신한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여전히 공격적인 적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충당금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증권사 충당금 증가폭 둔화...2023년 대비 3분의 1 수준
18일 한국신용평가(K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요 증권사 24개사의 충당금 규모는 총 4조8446억원으로, 2023년 말 보다 18%(7399억원) 증가했다. 2023년 한 해 동안 2조원 이상을 추가 적립했던 것과 비교하면, 연간 충당금 증가 폭은 크게 줄어든 셈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부동산 PF 리스크에 따른 충당금 적립 부담이 전반적으로 완화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악성 사업장에 대한 분류 작업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신규 PF 취급도 거의 없던 만큼 적립률이 개선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윤 연구원은 "지방 본PF 전환 가능성이 낮은 일부 사업장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존재하고, 평가 기준 '유의' 이하로 떨어진 사업장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지만 연간 영업이익 내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도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이 남아 있긴 하지만, 회계 처리 방식에 따라 충당금이나 평가손실로 반영될 수 있어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 "나이스신용평가 추산에 따르면 60~70% 이상은 이미 반영된 상태이며, 올해 이후 추가 적립은 이어지겠지만, 이전보다는 완화된 흐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과거 주요 증권사의 국내 부동산 PF 관련 예상 손실 규모를 약 1조1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 바 있다.
미래에셋·한투·키움, 손실 확정 이후 충당금 축소
일부 증권사들은 손실 확정 이후 충당금을 축소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2년 964억원에서 2023년 1845억원으로 충당금을 대폭 늘렸지만, 2024년에는 1224억원으로 줄였다. 지난해 평가자산의 손실이 확정되면 더 이상 충당금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도 2023년 5811억원에서 2024년 4462억원으로, 키움증권은 2023년 5717억원에서 2024년 5303억원으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장 평가가 완료되면서 손실이 확정된 자산에 대해선 더 이상 충당금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긴 하지만 작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고, 증권사들도 선제적으로 손실을 반영한 만큼 추가 충당금 압박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신한·한화·대신, 공격적 충당금 적립..."리스크 관리"
반면 신한투자증권을 비롯한 일부 증권사는 여전히 공격적으로 충당금을 쌓아올렸다.
24개 증권사 중 신한투자증권은 2023년 5017억원에서 2024년 7252억원(42.0%) 증가하며, 지난해 가장 많은 충당금을 적립했다. 충당금 적립 규모 기준으로 가장 많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사업장 평가를 보수적으로 진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충당금 규모는 2023년 919억원에서 2024년 2194억원으로 1275억원(138.7%) 증가하며 2배 이상 늘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보다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았으며, 선제적으로 반영한 만큼 올해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역시 충당금 규모가 88억원에서 2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44.5%(604억원) 증가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회계법인 변경에 따라 보수적으로 회계처리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며 "구조조정을 통해 전반적인 충당금 부담은 오히려 완화된 상황이며, 충당금 규모 증가가 전반적인 사업장 건전성 악화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이엠증권(iM증권)도 충당금을 전년 대비 115.0%(1835억원) 증가한 3430억원까지 늘렸다. iM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자기자본의 50% 이내로 관리되고 있지만,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지난해 최대한 반영해 안정성과 수익성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충당금은 회계 판단의 영역”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관련 예상 손실 규모는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이며, 최종 충당금 적립 규모는 각 증권사와 신용평가사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신용평가사들은 높은 수준의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고 전망했지만, 올해 들어 전반적인 사업장 평가가 마무리되고 리스크가 일부 해소되면서 예상보다 적은 규모의 충당금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김민수 금융감독원 건전경영팀장은 "금융당국은 최소 충당금 적립률 기준을 제시할 뿐, 이후는 회계 판단에 따른다"며 ”며 “각 증권사들이 리스크와 회수 가능성을 고려해 적립 규모를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PF 등 고위험 자산에 대한 충당금 증가는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