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 등 중소형사보다도 존재감 미비한 성과
트랙 레코드가 승부…내년에도 부진하면 입지 약화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고객 계좌 수와 청약 고객 기반을 앞세운 대형 증권사 중심 구조가 한층 더 고착화됐다. 실제 대형 딜과 중소형 딜 모두 KB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 등 주요 대형사로 집중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반면 국내 10위권 주요 증권사군에 속하는 하나증권과 교보증권은 조직 확충과 인력 보강에도 불구하고 직상장 대표주관 실적 '0건'에 그치며 존재감을 입증하지 못했다. 두 회사는 "올해는 제도 변화와 심사 지연 등 외부 요인이 컸다"며, 내년 IPO 시장 회복과 함께 반등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IPO 시장 대형사 '쏠림' 속 하나·교보는 대표주관 0건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했거나 연내 상장을 마무리할 종목은 총 75개다. 지난해 77건보다 소폭 줄었지만, 7월 이후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 규제가 강화되며 9~10월 직상장 IPO가 각각 1건에 그칠 정도로 시장이 위축됐던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는 통상 증시 흐름을 뒤따르는 후행적 성격이 강하다"며 "올해 주식시장 강세가 이어지면서 연말까지 신규 상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2월 IPO 상장은 11건으로 2024년(8건), 2023년(6건)보다 활발했다.
이 흐름 속에서 대형 증권사들은 계좌 수와 청약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발행사 선호를 확보하며 대형 딜뿐 아니라 중소형 딜까지 가져가는 구조를 강화했다. 미래에셋증권(자기자본 10조3016억원·대표주관 건수 16건), 삼성증권(7조3870억원·16건), KB증권(6조8646억원·10건), 신한투자증권(5조6311억원·6건), 대신증권(3조7312억원·8건) 등 자기자본 2조원 이상의 주요 대형사는 모두 대표주관 건수가 전년 대비 상승했다.
반면 하나증권과 교보증권은 단 한 건의 대표주관 실적도 내지 못했다. 두 회사 모두 자기자본 규모만 보면 업계 상위권에 속하지만, 정작 IPO 시장에서는 하위권 증권사보다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셈이다. 실제로 신영증권(1조7781억원)은 최근 3년간 매년 4~5건의 직상장 대표주관을 꾸준히 수행하며 중소형사 가운데 유일하게 뚜렷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SK증권(5906억원)도 올해 1건 직상장에 성공하며 최소한의 '마수걸이'는 해냈다.
내년 IPO 환경 개선…그러나 성과 없으면 대형사 위상 약화 우려
하나증권(자기자본 6조1058억원)은 ECM(주식자본시장) 인력을 약 25명까지 확대하며 조직을 키웠음에도 '마수걸이'에 실패했다. IPO 대표주관 실적이 전무한 것은 2010년 이후 15년 만이다.
하나증권은 외부 요인과 심사 일정 지연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기술기반 기업 중심으로 IPO 딜을 진행했지만 기술평가 수요 증가와 제도 변경 등이 겹치며 심사 일정이 밀렸다"며 "다만 이미 심사 단계에 진입한 딜과 상장 예정 기업들이 있어 내년에는 성과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보증권(자기자본 2조1231억원)도 상황은 유사하다. 2021년부터 IPO 조직 강화 기조를 이어왔지만, 올해뿐 아니라 2023년과 2024년에도 대표주관 실적 '0건'에 머물렀다. ECM 인력은 10명 후반대로 중견사 규모를 확보했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교보증권은 전략 자체가 직상장 중심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단기 성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직상장 IPO에만 집중하기보다 코넥스·스팩(SPAC) 상장을 통해 합병 상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강화해 왔다"며 "스팩 분야에서 높은 합병 성사율을 유지하고 있고, 발굴 기업에는 자기자본투자(PI)·사모펀드(PEF) 등을 통해 동반 성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IPO는 기업 발굴부터 자문·관계 구축까지 최소 3~4년이 걸리는 시장인 만큼 올해의 공백이 반드시 경쟁력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동안 쌓아온 기반이 올해 하반기부터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직상장 딜도 등장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의무보유확약 완화, 기술특례 상장 제도 정비 등 주관사 부담을 낮추는 제도 변화가 이어지고, 케이뱅크·무신사·SK에코플랜트 등 대어급 상장 후보군이 대기하고 있어 '실적을 낼 수 있는 판' 자체는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회가 커진 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강력한 리테일 흡수력이 있는 KB·미래에셋·삼성 등이 이미 상단을 굳힌 가운데, 신한·대신·신영 등 중견 증권사들도 특화된 체력과 트랙 레코드를 바탕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청약 흥행을 위해서는 판매 조직·지점망·계좌 기반이 중요한 요소지만, 결국 발행사가 주관사를 선택할 때 가장 크게 보는 것은 트랙 레코드(대형주관 성공 경험)"라며 "만약 하나·교보증권이 내년에도 대표주관 실적을 쌓지 못한다면 대형사로서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