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 임단협 ‘희비 엇갈림’
해외 금융사 복지·지원 제도 ‘구체적 변화’
아직 합의 못 한 곳은 어디
‘확산’보다는 ‘변주’ 가능성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은행권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둘러싼 기류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전자신문 단독 보도를 통해 알려진 우리은행 노사 합의가 신호탄이 되면서, 다른 시중은행과 외국계 금융사들까지 협상 테이블에서의 계산법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각 은행의 재무 여력과 노사 관계, 본사 정책이 제각각인 만큼 ‘일괄 확산’보다는 은행별로 다른 해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 합의, 업계 기준점으로 부상
우리은행은 최근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통해 복지카드 지원금을 기존 월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하고, 매주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을 도입하는 데 노사 합의했다. 인상된 복지카드 지원금은 올해 1월부터 소급 적용되며, 오는 11일 소급분이 먼저 지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생일 휴가, 반반차, 자기계발 휴가를 새로 도입하고 사무지원·고객서비스 직군의 승진 요건을 완화하는 등 인사(HR) 지침도 전면 개정했다. 이번 합의는 단순 임금 인상을 넘어 근무환경 개선과 조직 효율화, 고객 서비스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노린 패키지형 타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 사례가 사실상 기준점(레퍼런스)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이를 두고 ‘우리은행만의 특수성’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실적 구조와 인력 구성, 노조 조직력이 다른 은행들이 동일한 조건을 그대로 따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은행권 임단협 ‘희비 엇갈림’
금융권 전반에서는 이미 임단협 타결 여부와 내용에 따라 은행별 온도 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신한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은 2025년 임단협에서 임금 3.1% 인상과 함께 200~350%대 성과급 지급에 합의했다. 신한은행은 직군별로 3.1~3.3% 임금 인상과 성과급 350%를 확정했고, 하나은행은 임금 3.1% 인상과 성과급 280%, 현금 200만원 지급에 합의했다. NH농협은행도 임금 3.1% 인상과 성과급 200%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은행 간 성과급 격차는 최대 150%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격차가 80%p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두 배 가까이 확대된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성과급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기본급이 높은 은행일수록 실제 총보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고 말했다.
근무 제도 측면에서는 5대 은행이 올해부터 금요일 1시간 단축근무를 골자로 한 ‘주 4.9일제’를 전면 시행한다. 다만 임금과 성과급 수준을 둘러싼 협상 결과는 은행별 실적과 재무 여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해외 금융사 복지·지원 제도 ‘구체적 변화’
국내 은행권과 달리 해외 금융사들은 복지와 보상 체계를 보다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최근 ‘워크플레이스 베네핏(Workplace Benefits)’ 플랫폼을 확장해 퇴직연금(401(k), IRA), 건강보험, 재정 웰니스 교육을 하나의 디지털 시스템으로 통합 제공하고 있다. 여러 중소 사업장이 공동으로 401(k)를 운용하는 ‘풀드 고용주 플랜(PEP)’을 통해 비용과 관리 부담을 낮추는 방식도 도입했다.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는 2025년 저·중소득 직원과 고객의 재정 건강 개선을 위해 1450만달러를 투입하기로 하고, 연 소득 8만달러 이하 직원에게 최대 1000달러를 은퇴계좌 기여금이나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단기 보너스보다 장기 재정 설계 지원에 무게를 둔 것이다.
유럽권에서는 BNP파리바(BNP Paribas) 등이 재택근무 권리와 노동 조건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글로벌 노사 협약을 체결했다. 다만 HSBC처럼 출근 요건 미충족 시 보너스 축소 가능성을 통보하는 등, 일부 은행은 원격근무 기준을 다시 강화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아직 합의 못 한 곳은 어디
현재 5대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은 아직 임금 및 단체협약을 최종 타결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민은행 역시 다른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에서 임단협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임금 인상률 3.1%와 성과급 300% 수준에 노사가 잠정 합의했지만, 성과급을 더 올려야 한다는 노조 조합원들의 의견이 강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상태다. 이에 따라 노사는 성과급 상향 여부를 중심으로 추가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확산’보다는 ‘변주’ 가능성
전문가들은 우리은행 사례가 은행권 전반에 참고 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동일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은행별 실적 차이, 노사 힘의 균형, 외국계의 본사 통제 여부 등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은행권 임단협은 ‘우리은행식 해법’이 그대로 복제되기보다는, 각 은행이 처한 조건에 맞춰 변주된 형태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에서 시작된 변화의 불씨가 어디까지 번질지, 금융권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