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시 1.8조 회수 구조” 주장 속 금융-유통 갈등 격화
정부 개입 요구까지 번지며 회생 절차 ‘정책 이슈’로 확산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홈플러스가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확보에 실패할 경우 파산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추가 대출을 거부하면서 회생 절차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법원이 설정한 시한은 오는 6월 30일로, 유통업 구조조정이 금융·정책 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회생절차에 돌입한 이후 점포 축소와 사업부 매각 등 자구 노력을 이어왔지만, 현재 운영자금이 고갈되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노사 측은 24일 공동성명을 통해 “6월 30일까지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이 조달되지 않으면 파산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자금 조달의 핵심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참여 여부다. 홈플러스는 메리츠 측에 긴급운영자금(DIP) 형태로 2000억원 대출을 요청했지만, 메리츠는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1000억원 규모의 연대보증을 제시했지만 자금 구조를 둘러싼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와 회사 측은 메리츠가 현재 담보로 확보한 64개 매장을 기반으로, 청산 시 1조8000억원 이상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산 시에는 경매를 통해 원리금과 연체 이자를 우선 회수할 수 있어, 오히려 회생보다 청산이 금융적으로 유리한 구조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메리츠가 추가 지원 대신 청산을 선택할 유인이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 같은 갈등은 단순한 개별 기업 문제를 넘어 유통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 이슈로 번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전국 단위 오프라인 점포망을 보유한 대표적 대형마트 사업자인 만큼, 파산 또는 대규모 축소는 협력업체와 입점업체, 물류망 전반에 연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고용 영향도 변수다. 노조는 직·간접 고용 인력이 약 10만 명 수준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파산 시 대규모 고용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협력업체와 중소 납품업체까지 포함하면 지역 경제 전반에 파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사안은 단순 기업 회생을 넘어 정부 개입 요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금융권과 회생법원,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공공성이 큰 유통 인프라가 시장 논리만으로 정리될 경우 사회적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유통업 구조 변화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오프라인 대형마트는 이미 온라인 중심 소비 구조 변화 속에서 성장 둔화가 장기화된 상태이며, 이번 사례는 자산 기반 기업의 회생 모델 자체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대형마트 산업은 이미 구조적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금융 구조와 회생 전략이 충돌하는 전형적인 케이스”라며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 회생이 아니라 유통 산업 재편 속도와 방향을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