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압수 코인 지킴이 된 두나무…수익보다 '공공 레퍼런스' 노린 승부수
상태바
경찰 압수 코인 지킴이 된 두나무…수익보다 '공공 레퍼런스' 노린 승부수
  • 박금재 기자
  • 승인 2026.07.08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두나무 종합평점 94.73점 1위…KDAC·헥토월렛원 제치고 7개사 경쟁서 사업권 확보
강남경찰서 비트코인 22개 유출 사고가 외부 위탁 전환 계기…검찰·관세청·지자체로 확산 예고
두나무 로고
두나무 로고.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경찰청의 압수 가상자산 보관·관리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계약 규모는 2억6700만원. 연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두나무 입장에서는 사실상 푼돈이다. 그럼에도 두나무가 이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따로 있다. 공공 부문에 발을 걸어두는 것 자체가 전략이다.

8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경찰청이 지난달 발주한 '압수 가상자산 보관·관리 사업'에 두나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두나무는 종합평점 94.73점으로 1위에 올라 사실상 사업권을 확보했다. 이번 입찰에는 업비트 커스터디·케이닥(KDAC)·비댁스·한국디지털에셋(KODA)·헥토월렛원·DSRV 등 7개 이상의 주요 디지털자산 보관·인프라 사업자들이 도전장을 냈다. 2위는 KDAC(종합평점 91.29점), 3위는 헥토월렛원(87.27점)이었다. DSRV·KODA·비댁스는 부적격 판정을 받아 우선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업 예산은 2억6700만원으로, 앞서 국세청이 발주한 압수 가상자산 보관 사업(예산 800만원)에 비해 대폭 확대됐다. 대기업 참여 제한 없는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커스터디 기술력을 갖춘 대형 사업자들의 참여가 가능해진 점도 경쟁이 치열해진 배경이다.

두나무가 이 사업에 공을 들인 건 숫자로 읽히지 않는 이유 때문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공공 기관 대상 커스터디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향후 기관 사업의 발판이 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현재 법인 계좌 허용과 기관 투자자 진입을 앞두고 있다. 법인이 가상자산을 보유하려면 안전한 보관·커스터디 서비스가 필수다. 경찰청 사업 수주는 "우리는 공공 기관도 믿고 맡기는 커스터디 사업자"라는 신뢰 서사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카드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국세청·검찰·법원 등 공공기관의 가상자산 관리 수요가 늘어나고 법인 시장 개화까지 맞물릴 경우 이번 수주는 공공부문 커스터디 시장에서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외부 위탁 보관으로 선회하게 된 배경에는 뼈아픈 사고가 있다. 강남경찰서는 2021년 11월 범죄에 연루돼 임의제출받은 비트코인 22개가 외부로 유출된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 당시 시세로 약 21억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이동식 전자장치(USB) 형태의 콜드월렛은 그대로였지만 내부에 저장된 비트코인만 사라진 것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 내부 관리 체계의 허점이 드러났고, 전문 기관에 위탁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됐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 피해액이 총 6조7428억원에 달하고, 같은 기간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비트코인 약 461개·테더(USDT) 112만개 등 약 450억원 규모로 늘어난 것도 체계적 관리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사업 자체의 요건도 까다롭다. 경찰청은 이번 사업 제안요청서를 통해 압수한 가상자산을 외부 인터넷과 완전히 분리된 100%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주문했다. 경찰관서별로 독립된 지갑주소를 발급하고 24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자산 손실 발생 시 전액 보상 체계도 갖춰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또 압수 자산은 스테이킹이나 투자, 대출 등 수익 창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단순 보관을 넘어 공공 기관 수준의 보안과 책임을 요구하는 구조다.

두나무 입장에서 이번 수주는 불황기 돌파구 모색과도 맞닿아 있다. 두나무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7.8% 급감한 880억원에 그치며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 감소로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커스터디·기관 서비스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것이 중장기 과제다. 이번 경찰청 사업이 기준점이 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범죄 수사 과정에서 가상자산을 압수하는 검찰·관세청·해양경찰청은 물론 체납 징수 과정에서 가상자산을 압류하는 지방자치단체까지 외부 위탁 보관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국세청에 이어 경찰청까지 공공 레퍼런스를 연달아 쌓은 두나무가 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