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코인원 8월·신한-코빗 연장 유력…조건부 동행 구조 확산 조짐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KB국민은행이 빗썸의 자금세탁방지(AML) 체계를 점검하는 현장 실사를 최근 완료했다. 오는 9월 24일 실명계좌 제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이다. 하반기 들어 주요 거래소의 실명계좌 계약이 줄줄이 만료되면서 은행과 거래소 간 재계약 시즌이 본격화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빗썸을 대상으로 AML 체계와 내부통제 현황을 점검하는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9월 24일 실명계좌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뤄진 통상적인 절차다. KB국민은행은 실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계약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과 빗썸의 관계는 올해 초부터 '조건부 동행' 구도로 재편됐다. 빗썸이 지난 2월 이벤트 보상 과정에서 비트코인 62만개를 오지급하는 사고를 내고 같은 날 경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으면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KB국민은행은 이 여파로 기존 1년 단위 계약을 절반인 6개월로 단축했다. 형식은 재계약이지만 실질은 관망이었다. 계약서에는 내부통제 강화와 소비자 보호 관련 조항도 보강됐다. 6개월간 운영 경과를 점검한 뒤 추가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구조다.
빗썸 입장에서 KB국민은행과의 재계약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빗썸은 지난해 3월 24일 제휴 은행을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교체한 이후 신규 가입자가 174만명 급증하고 시장 점유율이 30%를 돌파했다. KB 브랜드가 빗썸 이용자 유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재계약이 불발될 경우 가입자 이탈과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빗썸은 이후 PQC 보안 도입, 자문위원회 가동 등 신뢰 회복을 위한 행보를 이어왔다. 이번 현장 실사가 어떤 결론으로 이어지느냐가 빗썸 하반기 전략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반기 실명계좌 재계약 시즌은 빗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카카오뱅크와 코인원의 계약은 8월 만료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코인원에 대한 현장 실사를 마쳤으며 재계약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이 코인원 지분 20%를 확보한 점도 카카오뱅크 입장에서 제휴를 이어갈 이유가 된다. 카카오뱅크의 2대 주주가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코빗도 추가 계약 연장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 이후 제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은행은 지난 2월 고팍스와의 실명계좌 계약을 1년 연장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재계약 시즌이 거래소 간 신뢰도 경쟁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거래소와의 제휴를 단번에 끊기 어렵다. 업비트·빗썸 양강 체제로 굳어진 국내 시장에서 특정 거래소와의 제휴를 종료하면 곧바로 고객 기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빗썸의 잇따른 내부통제 부실 사례가 보여주듯 리스크 관리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6개월 단기 계약이라는 '조건부 동행' 구조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실명계좌 제휴는 이제 거래소의 사업 성과보다 내부통제와 AML 역량을 평가하는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며 "은행들이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단기 계약이나 조건부 연장 방식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