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수익성·중국 CXMT 추격에 반도체 고평가 부담 부각
제헌절 휴장으로 미국 증시 이틀치 조정 월요일 국내장에 반영
국민연금 리밸런싱과 외국인 매도 겹칠지 수급 주목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미국 반도체주가 7월 들어 급격한 조정을 받으면서 오는 20일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국내 증시는 17일 제헌절을 맞아 휴장한 만큼 지난 이틀간 이어진 미국 반도체주 하락을 월요일 장에서 한꺼번에 반영하게 된다.
17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01%, 나스닥종합지수는 1.40% 하락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6% 내리며 주간 기준 약 10% 떨어졌다. 지난달 22일 기록한 최고점과 비교하면 20.2% 하락해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
엔비디아는 2.2%, 인텔은 2.0%,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5.6% 하락했다. 마이크론은 장중 큰 폭으로 출렁인 뒤 0.5% 내렸다. 반도체지수 수익률을 세 배 추종하는 SOXL은 5.1% 하락했고, 6월 말 고점 대비 낙폭은 50%를 넘어섰다.
AI 수요보다 투자비 회수 여부에 시선
이번 조정의 중심에는 AI 수요 자체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비 회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자리 잡고 있다.
2분기까지는 데이터센터 투자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반도체주의 실적 전망을 끌어올렸다. 이후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투자 규모에서 실제 AI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토니 메도스 BRI웰스매니지먼트 투자책임자는 최근 하락에 대해 차익 실현과 AI 설비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함께 나타난 결과라고 진단했다. 반도체주 가격에 사실상 완벽에 가까운 수요가 반영됐던 만큼 작은 의문에도 주가가 취약해졌다는 설명이다.
척 칼슨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서비스 최고경영자는 기업의 기초체력 악화보다는 급등 종목의 비중을 줄이는 포트폴리오 조정과 차익 실현의 성격이 아직 더 강하다고 평가했다.
중국 AI 기업 문샷AI가 적은 비용으로 미국의 첨단 모델과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한 ‘키미 K3’를 공개한 것도 미국 빅테크의 대규모 AI 투자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구글의 차세대 AI 모델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 역시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
애플의 CXMT 검토…범용 D램 경쟁 우려
메모리 시장에서는 중국 CXMT의 추격이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애플은 중국에서 판매하는 기기에 CXMT의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관련 제품에 대한 시험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애플은 미국 정부에 CXMT 반도체 구매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보도됐다.
CXMT가 당장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대체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애플 공급망에 진입할 경우 모바일용과 범용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월요일 국내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함께 하락하는지, HBM 경쟁력을 갖춘 SK하이닉스와 범용 D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차별화되는지가 관전 요소다.
국민연금 리밸런싱, 외국인 매도와 겹칠지가 변수
국내 수급에서는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초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넘더라도 기계적으로 매도하지 않도록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유예했다. 이후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올리고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 범위도 확대했지만, 2분기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실제 국내주식 비중은 허용 상단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리밸런싱이 재개된 지난 1일 연기금의 유가증권시장 순매도액은 2178억원으로 우려했던 ‘매도 폭탄’은 나타나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매도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주식의 상대적인 상승 폭이 워낙 컸던 만큼 비중 축소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 매도 규모 자체보다 외국인 매도와 동시에 나타날 경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국민연금이 제한적으로나마 리밸런싱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의 반응은 엇갈린다. 반도체주의 단기 낙폭이 과도하다며 마이크론과 SOXL 저가 매수를 검토하는 투자자들이 있는 반면, 한국 시장의 디레버리징과 기관 매도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경계도 나온다. 실제 미국 옵션시장에서도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등 일부 종목에 저가 매수 성격의 거래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요일 국내 증시의 핵심은 반도체주의 시초가 낙폭보다 장중 수급이 될 전망이다. 외국인 선물 매도와 연기금 현물 매도가 함께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지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장 초반 미국 증시 하락을 반영한 뒤 외국인과 연기금 매도가 잦아들면 단기 과매도에 따른 반등 시도도 나타날 수 있다.
레버리지 상품이 반도체주의 등락 폭을 키운 것은 분명하지만, 월요일 시장의 방향은 AI 투자 수익성 논란과 중국의 메모리 추격, 국민연금·외국인 수급이 함께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