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국내 증시에서 주가가 1000원에 미치지 못하는 이른바 ‘동전주’와 시가총액이 상장 유지 기준을 밑도는 초소형주에 대한 퇴출 절차가 본격화됐다. 지난 7월 상장폐지 기준 강화 이후 처음으로 주가 미달 요건이 본격 적용되면서 36개 종목이 무더기로 관리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주가 또는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총 36개 종목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 가운데 30개 종목은 새로 관리종목에 편입되며,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던 6개 종목은 지정 사유가 추가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총 9개 종목이 신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대영포장·형지엘리트·일신석재·온타이드 등 4개 종목은 주가 미달, SUN&L·한국전자홀딩스·태원물산·대원화성·남성·온타이드 등 6개 종목은 시가총액 미달 사유에 해당했다. 온타이드는 두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지 못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총 27개 종목이 대상에 올랐다. 주가 미달 종목은 우리엔터프라이즈·티케이지애강·CMG제약·샤페론·좋은사람들·제이엠아이·SDN·옴니시스템·랩지노믹스·뉴인텍·에이비온·형지글로벌·E8 등을 포함해 총 23개다. 국일신동·한탑·패션플랫폼·에스앤더블류·형지글로벌·E8 등 6개 종목은 시가총액 200억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형지글로벌과 E8은 주가와 시가총액 요건에 동시에 해당했다. 이 가운데 기존 관리종목 6곳을 제외하면 코스닥 신규 지정 종목은 21개다.
이번 대규모 지정은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지난 2월 발표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이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융당국은 시가총액과 동전주, 완전자본잠식, 공시위반 등 4대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상장폐지 심사 기간도 단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했다.
특히 지난 7월 1일부터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가 새로운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됐다.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밑돌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이후 90거래일 동안 주가가 1000원 이상인 상태를 연속 45거래일 유지하지 못하면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시가총액 미달 종목에도 같은 방식의 회복 요건이 적용된다.
시가총액 기준은 지난 7월 새롭게 생긴 규정이 아니라 기존 기준을 단계적으로 높인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은 2009년 50억원에서 올해 1월 200억원, 7월 300억원으로 높아졌으며 내년 1월부터는 500억원으로 다시 상향된다. 코스닥시장 역시 2009년 40억원에서 올해 1월 150억원, 7월 200억원으로 강화됐고 내년부터 300억원이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당초 연 단위로 올릴 예정이던 기준을 반기 단위로 앞당겼다.
관리종목 지정이 당장 상장폐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보다 회복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기업들의 상장 유지 부담은 커졌다. 종전 시가총액 기준은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 및 누적 30거래일’ 기준을 회복하면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었지만, 개정 이후에는 ‘연속 45거래일’ 동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단기간 주가를 끌어올려 퇴출 요건을 피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주가 미달 기업들이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통해 주당 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지만, 금융당국은 반복적·과도한 병합을 통한 우회를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최근 1년 이내 주식병합·감자를 한 기업은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 이후 추가 병합·감자가 제한되고, 관리종목 지정 이후 10대 1을 초과하는 병합·감자 역시 금지된다.
퇴출 대상 기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지난 2월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단순 시뮬레이션을 통해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약 150개사 내외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주가 회복이나 주식병합 등에 따라 실제 규모는 100~220여개사로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번 36개 종목의 관리종목 지정은 단순 투자주의 조치를 넘어 정부가 추진해온 ‘부실·한계기업 신속 퇴출’ 정책의 첫 시험대로 평가된다. 관리종목에 편입된 기업들이 향후 90거래일의 관리기간 동안 주가와 시가총액 기준을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가 실제 상장폐지 규모를 가를 전망이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