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조사 조사1국 아닌 '재계 저승사자' 조사4국이 연쇄 투입
하나금융·하나은행 경영진 고액연봉·퇴직공로금, 메리츠증권 탈루혐의…KB국민은행은 사유 미공개
조사4국 조직 보강·인사교체 시기와 맞물려 배경에 관심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올해 들어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 메리츠증권, KB국민은행 등 금융사 4곳을 잇달아 상대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1국이 아닌 조사4국이 금융권에 연이어 투입되면서 세무업계에서는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세청은 개별 세무조사의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19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조사4국은 지난 5월 8일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조사 인력을 투입한 데 이어 사흘 뒤인 5월 11일 메리츠증권에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약 3개월 뒤인 8월 13일에는 KB국민은행에도 조사요원 약 30명을 투입했다.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은 별도 법인이지만 하나의 조사로 진행됐다. 법인 기준으로 올해 조사 대상 금융사는 4곳, 조사 건수는 세 차례다. 이들 금융사는 최근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뒤 4년 안팎이 지난 시점에 다시 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은 2022년 10월, KB국민은행은 2023년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
조사4국 연쇄 투입…개별 조사 쟁점은 달라
은행·증권사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는 통상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이 맡아온 반면, 특정 혐의나 사안이 포착됐을 때 이뤄지는 비정기 세무조사는 조사4국이 담당한다. 조사4국은 강도 높은 세무조사로 업계에서 이른바 ‘재계 저승사자’로 불린다. 올해 금융권을 대상으로 비정기 조사를 잇달아 진행하면서 조사4국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선 조사에서는 일부 구체적인 배경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은 경영진 고액 연봉과 퇴직자 고액 자문료 등 비용 처리의 적정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회장에게 지급된 약 50억원의 퇴직 공로금도 거론됐다. 메리츠증권은 국세청이 세금 탈루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착수 당시 메리츠화재 전직 임원이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 합병 관련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관련 배경에도 관심이 쏠렸다. 반면 KB국민은행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조사 사유나 대상 거래가 공개되지 않았다. 조사 기간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으며, 모회사인 KB금융지주는 이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조사 착수 당일 “관련 내용을 내부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조직 보강·인사 변화도 주목
조사4국의 금융권 연속 투입은 최근 조직 보강 및 인사 변화와도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25년 초 조사4국의 현장조사 역량을 확대했다. 조사관리과의 팀 수는 11개에서 10개로 줄었지만 실제 현장조사를 담당하는 조사2과와 조사3과는 각각 4개 팀에서 5개 팀으로 늘었다. 올해 4월에는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의 조사팀 일부가 조사4국으로 이동했다. 이전가격, 고정사업장, 거주자 판정 등 국제조세 분야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배치해 역외탈세와 국제거래 관련 과세 쟁점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였다.
조사라인 지휘부도 7월 교체됐다. 이성글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은 7월 13일자로 본청 조사국장에 임명됐고, 서울청 조사4국장에는 김영상 전 부산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이 고위공무원 승진과 함께 발령됐다. 김 국장은 과거 서울청 조사4국 조사2과장과 국세청 역외정보담당관 등을 지냈다. KB국민은행 조사는 김 국장이 서울청 조사4국장으로 부임한 이후 처음으로 착수한 금융사 세무조사로 부임 한 달 뒤인 8월 13일 시작됐다.
국세청 조사기획과 관계자는 4월 인력 재배치와 금융권 조사 착수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개별 과제라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딱히 없다"고 답했다. 인력 재배치와 조사 착수 시점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저희는 조사국이라 인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고 이게 조사와 연관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부분"이라며 "법이 그래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조사 결과가 향후 변수
업계에서는 향후 4대 금융지주 계열사나 다른 증권사 등으로 국세청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KB국민은행 조사의 구체적인 대상과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비용 처리나 지배구조 관련 사안이 중심인지, 국제거래·해외거래 등 다른 쟁점까지 포함됐는지에 따라 앞선 금융사 조사와의 연관성도 보다 분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과 메리츠증권 조사 역시 현재까지 최종 과세 여부나 추징액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을 비롯한 앞선 금융사들의 조사 결과와 추가 조사 착수 여부가 향후 국세청의 금융권 세무조사 방향을 가늠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며 “비정기 조사가 올해만 여러 차례 이어지면서 금융권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지안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