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입주 7만2907가구도 잔금대출 ‘잠재 수혜층’
무주택·연소득 2억원 일반 신용대출 1억원 한도는 그대로
실제 수혜자 수 공개 안 돼…“대출 확대 체감하기 어렵다”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금융당국이 올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 여력을 약 30조원 확대하고 중저신용자 대출과 주택공급 관련 집단대출에 우선 배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반 금융소비자의 신용대출 한도가 일괄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요 시중은행의 신규 일반 신용대출은 집이 없는 무주택자이거나 연소득이 2억원에 달하더라도 최대 1억원으로 제한돼 있다.
그렇다면 이번 정책으로 실제 혜택을 받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금융당국은 정확한 수혜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공급 목표와 올해 입주 물량을 토대로 보면 중금리대출은 수만∼수십만명의 추가 이용 가능성이 생기고 집단대출은 연말까지 최대 7만여가구가 정책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잠재적인 대상 규모다. 실제 대출 승인 여부는 개인별 DSR과 소득, 기존 부채, 금융회사의 신용심사에 따라 달라진다.
중저신용자는 ‘일부 취약계층’ 아닌 신용평점 하위 절반
이번 정책의 첫 번째 수혜 대상은 중저신용자다.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 대상으로 분류하는 중저신용자는 개인신용평점 하위 50%에 해당한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는 NICE평가정보 889점 이하, 코리아크레딧뷰로(KCB) 875점 이하가 해당했다. 신용점수가 800점대인 일반 직장인도 중저신용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뜻이다.
대상 범위만 보면 신용평가를 받는 금융소비자의 절반에 해당한다. 중저신용자가 소수에 그치는 정책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신용점수가 하위 50%라는 이유만으로 누구나 대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금리대출 상품을 실제로 신청한 뒤 소득과 기존 부채, 상환 능력 등에 대한 금융회사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정책 대상’과 ‘실제 수혜자’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올해 31.9조원 공급…추가 혜택은 5만5000∼11만건 추산
금융당국은 올해 사잇돌대출 3조6000억원과 민간 중금리대출 28조3000억원 등 총 31조9000억원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할 계획이다. 전년보다 약 1조1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공급액을 대출 건수로 단순 환산하면 정책 규모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체 31조9000억원을 1인당 1000만원씩 빌린다고 가정하면 약 319만건, 2000만원씩이면 약 159만건에 해당한다. 다만 기존 대출의 재취급이나 동일 차주의 복수 대출이 포함될 수 있어 이를 실제 수혜자 수로 볼 수는 없다.
전년 대비 늘어난 1조1000억원만 놓고 보면 1인당 1000만원 기준 약 11만건, 2000만원 기준 약 5만5000건의 추가 공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 중금리대출의 총량 제외 비율을 30%에서 50%로 높이려는 것도 이 같은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은행이 중금리대출 1000만원을 내주면 지금까지는 700만원이 가계대출 총량에 반영됐지만 앞으로는 500만원만 반영된다. 차주가 갚아야 하는 빚은 1000만원으로 같지만 은행이 소진하는 총량은 줄어든다.
제2금융권의 중금리대출은 총량에서 전액 제외해 저축은행과 카드·캐피털사, 상호금융의 대출 공급을 유도할 방침이다.
중금리 공급 감소액만 1조3500억원…‘대출 절벽’ 실제 존재
중저신용자의 대출난이 단순한 우려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올해 1분기 5대 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 신규 취급액은 79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68억원, 29.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도 2조7467억원에서 1조7235억원으로 1조원 넘게 줄었다.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감소한 금액을 합하면 약 1조3500억원이다.
이를 1인당 1000만∼2000만원으로 단순 환산하면 약 6만7000∼13만5000건의 대출 기회가 줄어든 것과 비슷한 규모다. 실제 대출액과 차주 수는 금융회사와 상품마다 다르지만 중저신용자 대출이 총량규제 과정에서 상당 폭 위축됐다는 점은 확인된다.
저신용자의 제도권 금융 접근성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용점수 750점 이하 차주에 대한 제1금융권 신규 신용대출은 2023년 8조4091억원에서 지난해 11월 말 기준 4조9413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번 총량 제외 확대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새로 풀어준다기보다, 최근 급감한 공급을 정상화하는 성격도 강한 셈이다.
집단대출은 연말까지 입주 7만2907가구가 잠재 대상
두 번째 수혜층은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잔금대출을 받아야 하는 수분양자다.
2026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8만3124가구이며, 이 가운데 수도권은 8만8821가구다.
특히 8월부터 연말까지 입주를 앞둔 물량은 전국 116개 단지, 7만2907가구에 달한다. 이들 모두가 잔금대출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출이 필요한 수분양자에게는 은행의 집단대출 한도 확보가 입주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
실제로 경기 평택의 한 1700가구 규모 단지에서는 집단대출이 확정된 가구가 전체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입주 예정자의 주장이 나왔다. 당시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300가구 이상이 대출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셈이다.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도 2178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었지만 은행의 총량 한도로 잔금대출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이후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별도 한도를 추가하면서 대출이 재개됐지만 접수 물량이 이틀 만에 소진되는 등 수요가 몰렸다.
올해 1∼6월 은행과 상호금융의 집단대출 순증액은 약 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집단대출이 일부 단지에 국한된 작은 시장이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금융당국은 집단대출을 거절당했거나 한도 부족을 경험한 수분양자의 전체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7만2907가구는 연말까지 입주하는 전체 가구 수일 뿐, 정책의 실제 수혜자 수는 이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연소득 2억원 무주택자도 일반 신용대출은 1억원
이번 조치와 일반 신용대출은 별개다.
현재 5대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신규 일반 신용대출의 최고한도를 사실상 1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모든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법정 한도가 아니라 은행별 자체 영업 기준이다.
그럼에도 별도의 전문직 대출이나 기업 협약대출을 이용하지 않는 일반 직장인에게는 사실상 공통된 대출 문턱으로 작용한다.
집이 없는 무주택자가 연소득 2억원을 벌고 신용점수가 높으며 기존 대출이 거의 없더라도, 일반 신용대출은 최대 1억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DSR상 추가 상환 여력이 있어도 은행의 상품별 최고한도가 먼저 적용되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6월 초 열흘 동안에만 1조6022억원 증가했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빚투’ 수요가 커지자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한 배경이다.
최근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은 한 무주택 금융소비자는 “집도 없고 연소득이 2억원 수준인데 소득이 더 많더라도 일반 신용대출은 최대 1억원이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대출을 30조원 더 공급한다는 뉴스를 보면 내 대출한도도 늘어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중저신용자나 입주 예정자의 어려움을 지원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제로 누구의 대출이 얼마나 늘어나는지와 어떤 규제는 그대로 남는지를 함께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혜자는 많지만 ‘모두의 대출 완화’는 아냐
이번 대책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상은 결코 적지 않다.
중저신용자는 신용평점 기준으로 금융소비자의 절반에 해당하고, 올해 중금리대출 공급 목표도 31조9000억원에 달한다. 연말까지 입주를 앞둔 아파트도 7만2907가구다.
다만 실제 혜택을 받는 사람은 이 가운데 중금리대출이나 집단대출을 신청하고 금융회사의 심사를 통과한 차주로 한정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총량 여력이 늘어나면 중금리대출이나 집단대출이 한도 소진 때문에 중단되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면서도 “개인별 DSR이나 신용심사, 일반 신용대출의 상품별 최고한도까지 완화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가계대출의 전체 문을 넓혔지만 모든 금융소비자가 같은 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넓어지는 문은 중저신용자의 중금리대출과 입주 예정자의 집단대출이다.
연소득 2억원인 무주택자가 주요 은행에서 일반 신용대출을 받을 때 마주하는 ‘1억원 벽’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