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CEO 제한'보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가 대세…韓·美·유럽·日 방식 유사
싱가포르는 CEO 아닌 '독립이사' 장기재직 제한…印·나이지리아·탄자니아는 CEO 임기 직접 상한
"의결요건 높여도 회추위가 현직 회장 우호 인사로 채워져 있으면 무력화" 지적도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법으로 직접 제한하려던 당정 논의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와 주주총회의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재임기간을 법률로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직업수행의 자유와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다만 회추위원 상당수가 현직 회장 재임 중 선임된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면 강화된 절차만으로는 실질적인 견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6년 상한' 논의…'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지적에 후순위로
26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당정은 당초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회장은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해 최장 재임기간을 사실상 6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CEO의 재임기간을 법률로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해당 방안은 후순위로 밀렸다.
대신 3연임을 추진하는 후보에게 회추위 전원 동의나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 강화된 절차를 요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법적으로 3연임 가능성은 열어두되 세 번째 임기를 위해서는 이사회와 주주의 보다 높은 수준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구체적인 의결 기준과 적용 대상, 시행 시점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美·유럽·日은 'CEO 직접 제한'보다 '이사회 독립성'에 무게
해외 주요 금융시장의 지배구조 규율도 CEO의 연임 자체를 직접 제한하기보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은 상장기업 이사회에서 독립이사의 역할을 강화하고 후보추천위원회와 보수위원회 등을 독립이사 중심으로 운영해 경영진을 견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CEO의 연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보다 이사회가 CEO의 경영성과를 평가하고 승계계획을 점검하도록 하는 데 무게를 둔다.
유럽 은행권은 경영집행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CEO의 이사회 의장 겸직을 제한하는 방식이 중심이다. 일본 역시 지명·보수·감사위원회에 사외이사 참여를 확대해 CEO 선임과 보수, 내부통제 등에 대한 이사회의 독립적인 판단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CEO가 아닌 '견제자' 역할을 하는 독립이사의 장기 재직을 관리 대상으로 삼는다. 독립이사가 한 회사에 장기간 재직할 경우 경영진과 가까워져 독립적인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독립이사의 누적 재직기간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CEO의 재임기간을 직접 제한하는 국가도 있다. 인도는 민간은행 CEO·전무이사의 재직기간을 최대 15년으로 제한하되 일정한 냉각기간을 거치면 재선임을 허용한다. 나이지리아는 은행 MD·CEO의 재임기간을 최대 12년, 금융지주 CEO는 최대 10년으로 제한한다. 탄자니아는 은행·금융기관 CEO와 이사의 연속 재임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제한하고, 인수·합병 시 재직기간을 합산해 규제 우회를 막고 있다.
'회추위 만장일치'도 이사회 독립성 확보돼야 실효성
국내에서 회추위 의결 요건을 강화하더라도 이사회의 독립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추위 전원 동의를 요구하더라도 회추위원 상당수가 현직 회장 재임 중 선임되거나 연임된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면 강화된 의결 요건이 실질적인 견제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CEO의 이사회 참호화' 문제다. CEO가 재임기간 동안 우호적인 사외이사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이들이 다시 CEO 연임이나 후계자 선임 과정에 관여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회추위의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8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평균 재직기간과 연임 횟수, 현직 회장 취임 이후 선임된 사외이사 비중 등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회추위 만장일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결 요건 강화뿐 아니라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다양화하고 장기 재직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재검증하는 한편 복수 후보에 대한 비교평가와 추천 사유 공개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3연임을 허용할 것인가보다 회장의 연임을 심사하는 이사회가 얼마나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지가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안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