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은행 참여…8곳은 30일, 나머지 7곳은 10월 중 개시
'내계좌 한눈에'서 빠졌던 숨김계좌도 조회…고객 신청·동의 없는 조회는 금지
2금융권 계좌는 아직 미포함…조회 범위 확대·비대면 신청 도입 검토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연체 대출금을 갚는다는 명목으로 은행이 예금을 가져가더라도 법이 보호하는 최저생계비 250만원은 돌려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 돈이 최저생계비라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사실상 법원 판결문이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은행 창구에서 계좌 잔액을 한꺼번에 조회하면 된다.
29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감독원과 금융결제원은 '최저생계비 조회용 계좌통합조회서비스'를 오는 30일부터 은행별로 순차 도입한다. 참여 은행은 모두 15곳으로, 각 은행의 준비 상황에 따라 시작 시점은 다르지만 늦어도 10월 안에는 전 은행이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현행 민사집행법과 시행령은 개인별 잔액 250만원 이하의 예금을 압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민법은 이처럼 압류가 금지된 채권을 은행이 대출금과 상계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지난 2월 1일 시행된 개정 시행령에 따라 압류금지 예금 한도가 185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라 보호 범위도 넓어졌다.
문제는 이를 은행 창구에서 인정받는 과정이었다. 대다수 은행은 예금이 최저생계비에 해당한다는 입증자료로 법원의 판결문이나 결정문만을 요구해 왔다. 기초생활수급자가 금융결제원의 '내계좌 한눈에' 조회 결과와 수급자 증명서를 함께 냈는데도 판결문이 없다는 이유로 반환을 거절당한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미 2024년 판결에서 금융결제원의 계좌통합조회 내역이나 개별 계좌의 입출금 내역으로도 최저생계비 여부를 입증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일부 은행이 판결문을 고집하면서 소비자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송을 거치거나, 금액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반환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이어졌다. 금감원이 금융결제원과 함께 입증자료를 넓히고 절차를 단순화하기로 한 배경이다.
새 서비스의 이용 방법은 단순하다. 최저생계비 확인이 필요한 소비자가 취급 은행 영업점을 찾아 계좌통합조회를 신청하고 동의하면, 해당 은행이 금융결제원에 조회를 요청한다. 금융결제원은 다른 은행에 개설된 계좌까지 포함해 은행권 전체 잔액을 취합한 뒤 신청 은행에 전달하고, 은행은 이 결과를 고객에게 안내하는 한편 최저생계비 판단과 상계 업무에 활용한다.
기존 '내계좌 한눈에'와 가장 다른 점은 '숨김계좌'까지 조회된다는 것이다. 숨김계좌는 본인인증 수단을 확보한 제3자에게 계좌가 노출되지 않도록 고객이 별도로 설정해 둔 계좌로, 기존 '내계좌 한눈에' 조회 결과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취급기관은 KB국민·우리·하나·신한·iM·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NH농협·IBK기업·수협·산업·카카오뱅크 등 15곳이다. 이 가운데 부산·경남·광주·전북·NH농협·IBK기업·산업·카카오뱅크 8곳이 30일부터 먼저 대고객 업무를 시작하고, KB국민·우리·하나·신한·iM·제주·수협 7곳은 10월 중 순차적으로 합류한다.
상계 시 이미 최저생계비를 제외하고 있는 8개 은행은 참여 여부를 자율에 맡겼다. 이 중 하나은행·iM뱅크·부산은행·카카오뱅크는 취급기관으로 들어왔고, 씨티·SC제일·토스·케이뱅크 4곳은 별도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민감한 계좌 정보가 오가는 만큼 안전장치도 뒀다. 은행은 최저생계비 확인이 실제로 필요한 시점에 고객의 신청과 동의를 받은 뒤에만 조회할 수 있으며, 대출 약정 단계에서 포괄적으로 동의를 미리 받아두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조회 결과에 숨김계좌 정보가 포함된다는 점도 사전에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다만 이번 조회만으로 모든 입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은행이 예금을 상계한 시점과 계좌를 조회한 시점이 다르면 정확한 잔액 판단을 위해 타행 계좌의 거래내역 등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 또 현재 시스템은 은행권 계좌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 예금이 있는 경우 '내계좌 한눈에' 조회 결과 등을 따로 제출해야 할 수 있다.
금감원은 이번 서비스로 판결문 발급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고, 소액이라는 이유로 반환을 포기하는 사례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당장 생활비가 급한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생계자금을 신속히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과제도 남아 있다. 금감원과 금융결제원은 조회 대상에 2금융권을 포함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신청할 수 있는 비대면 절차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은행들이 최저생계비 입증 기준과 입증자료 제출 시 업무처리 절차를 명확히 갖추도록 하고, 일관된 고객 응대가 이뤄지는지 지속 점검할 방침이다.
최정윤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