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소액 연체채권 대손인정, ‘시효 완성’ 조건 붙는다…4분기 신청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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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소액 연체채권 대손인정, ‘시효 완성’ 조건 붙는다…4분기 신청분부터
  • 박지안 기자
  • 승인 2026.10.12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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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험사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상호금융·여전사 등 3000만원 이하
채권 매각해도 의무 승계…은닉재산 발견·채무조정 등은 예외
[사진=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앞으로 금융회사가 소액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을 세법상 손실로 인정받으려면 미리 신고한 날짜에 소멸시효를 완성하거나 채권을 포기해야 한다. 대손인정으로 법인세 부담을 덜면서도 지급명령 등으로 시효를 반복 연장해 추심을 이어온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시효 완성 예정 채권이 실제로 얼마나 정리될지, 예외적인 시효 연장이 남용되지 않을지가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12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조건부 대손인정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된다. 대상은 은행·보험사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회사 등 3000만원 이하 채권으로, 올해 4분기 대손상각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이번 개정은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의 후속 조치다.

금융회사는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의 대손인정을 신청할 때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을 기재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사전예고 당시 이 같은 금액 기준을 적용하면 계좌 수 기준 전체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의 90% 이상이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제도 운영 경과를 살펴 적용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세제혜택 받고 추심 계속…'원칙적 완성·예외적 연장'으로 전환

그동안 금융회사는 회수 가능성이 낮은 연체채권을 추정손실로 분류한 뒤 금융감독원에 대손인정을 신청할 수 있었다. 승인을 받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도 세법상 손실로 인정받아 법인세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대손인정과 채권에 대한 권리 정리는 별개였다. 금융회사는 대손인정 이후에도 지급명령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소멸시효를 반복적으로 연장하면서 장기 연체채권을 보유하고 추심을 이어갈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이런 반복적·기계적 시효 연장을 줄이기 위해 연체채권 관리 원칙을 '소멸시효의 원칙적 완성, 예외적 연장'으로 전환했다. 회수가 어렵다는 이유로 세제혜택을 받은 채권은 예정된 시점에 정리하도록 대손인정에 시효 완성 의무를 연계한 것이다. 다만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 부담과 소액 채무자 보호 필요성을 고려해 일정 금액 이하 채권부터 적용한다.

채권 팔아도 의무 승계…은닉재산 발견 땐 예외

시효 완성을 조건으로 대손인정을 받은 채권을 다른 회사에 매각하더라도 관련 의무는 양수인에게 승계된다. 매각계약서에는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과 시효 완성 의무를 명시해야 하며, 원채권 금융회사는 양수인의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보고해야 한다. 채권 소유자가 바뀌더라도 조건부 대손인정의 취지가 유지되도록 한 장치다.

시효 연장이 전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의 은닉재산이 발견되거나 파산·회생 절차 등으로 법률상 시효 중단이 불가피한 경우, 신용회복위원회나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을 이행 중인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연장이 허용된다.

업권별 소멸시효 관리 모범규준 개정안도 함께 시행된다. 예외적으로 시효를 연장한 채권은 연장 이후 3년이 지나면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재평가해야 한다.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다음 시효 완성 시점이 도래하기 전이라도 채권을 포기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채무조정과 채권 매각, 소멸시효 완성 등 금융회사별 연체채권 관리 실적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번 제도가 대손인정과 동시에 채무를 면제하는 방식은 아니다. 대손인정 시점과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 사이에는 시차가 있을 수 있고, 담보채권이나 업권별 금액 기준을 넘는 채권에는 이번 조건이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채권 매각 이후에도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멸시효 관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금융회사도 채권별 회수 가능성과 시효 관리 계획을 보다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라며 "예외적인 시효 연장 사유와 절차를 명확히 적용하고, 채권 매각 이후에도 관련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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