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지수 선방에도 국내 증시 하락에 발목...지수형 상품도 차질
7월 ELS 발행액 3조5265억원 '연중 최대'...홍콩 H지수 사태 재현 우려
증권가 "원금손실 우려 아직 일러"....증시 부진 속 추가 상환 지연 가능성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최근 국내 증시 급락으로 올해 7월 고점 부근에서 발행된 일부 주가연계증권(ELS)이 첫 조기상환에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개별 종목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지수형 상품에서도 조기상환이 불발됐으며, 해외지수를 함께 편입한 상품마저 국내 증시 하락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다만 조기상환 실패가 곧바로 원금손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서 향후 증시 회복 여부가 투자금 회수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코스피200·반도체 급락에 ELS 조기상환 차질…해외지수 혼합 상품도 불발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200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일부 주가연계증권(ELS)이 첫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ELS는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사전에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 수익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다만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조기상환이 지연되거나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 9일 발행된 미래에셋증권의 '제37899회 ELS'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 상품이다.
지난 10월 6일 첫 평가에서 삼성전자는 최초 기준가격(27만8000원) 대비 약 1.8% 하락한 27만3000원으로 조기상환 기준인 85%를 충족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최초 기준가격(218만6000원)보다 약 18.4% 떨어진 178만4000원에 마감하면서 조기상환이 불발됐다. 이 상품의 약정 수익률은 세전 연 40.60%다.
삼성증권이 지난 7월 20일 발행한 '제31203회 ELS'도 첫 조기상환에 실패했다.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 상품으로, 지난 10월 16일 코스피200이 최초 기준가격(1080.36) 대비 약 18.7% 하락한 878.16을 기록하면서 조기상환 기준인 90%를 밑돌았다. 약정 수익률은 세전 연 20.24%다.
개별 종목보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지수형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국내 증시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해외지수를 함께 편입한 상품에서도 국내 지수가 조기상환의 발목을 잡았다.
삼성증권이 지난 7월 24일 발행한 '제31249회 ELS'는 코스피200과 유로스톡스50, 닛케이225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다.
지난 23일 첫 평가에서 유로스톡스50과 닛케이225는 최초 기준가격 대비 각각 2.3%, 5.6% 하락하는 데 그쳐 조기상환 기준인 85%를 충족했다. 그러나 코스피200은 최초 기준가격(1126.33)에서 862.77로 23.4% 급락하며 기준을 크게 밑돌았다.
ELS는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환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해외지수가 상대적으로 선방했음에도 국내 지수 급락으로 첫 조기상환이 무산된 것이다.
이들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당초 기대했던 시점에 원금과 약정 수익을 돌려받지 못하고 다음 평가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증시 고점에 ELS 3.5조원 몰려…원금손실 우려는 아직
문제는 국내 증시가 고점을 형성했던 7월 ELS 발행이 집중됐다는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7월 ELS 발행액은 총 3조5265억원으로, 발행 종목은 1287개에 달했다. 올해 1~10월 중 월간 최대 규모로, 6월 발행액 2조4811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42.1% 증가했다.
상반기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한 이후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만 유지해도 약정 수익을 얻을 수 있는 ELS에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부 상품은 연 20~40%대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증권사별로는 NH투자증권의 7월 ELS 발행액이 561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투자증권(5594억원), 삼성증권(5528억원), 한국투자증권(4280억원), 미래에셋증권(3822억원) 순이었다.
기초자산별로는 코스피200을 편입한 ELS 발행액이 2조751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7015억원, 6972억원으로 상위권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최근 조기상환 실패 사례가 나타나면서 2024년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시 2021년 상반기 고점 부근에서 발행된 ELS는 홍콩 H지수가 2022년 10월까지 약 60% 급락한 뒤 충분히 회복하지 못하면서 2024년 초 만기 도래와 함께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을 과도하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행 규모는 크지만 단기 만기 상품의 비중이 낮고, 첫 조기상환에 실패하더라도 향후 기초자산 가격이 회복하면 원금과 약정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7월 발행 ELS 중 만기가 2~3년인 상품은 3조141억원으로 전체의 85.5%를 차지했다. 반면 만기가 3~6개월인 상품은 333억원에 그쳤다.
다만 국내 증시가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추가 조기상환 평가가 예정돼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지난 7월 발행된 4개월 평가 상품과 8~9월 발행된 3개월 평가 상품 등이 11~12월 첫 평가를 앞두고 있어 증시 부진이 이어질 경우 상환 지연 사례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정수진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