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손에 달린 중소가상화폐 거래소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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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손에 달린 중소가상화폐 거래소의 운명
  • 이단비 기자
  • 승인 2018.02.2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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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은행들, 당국 눈치보지 말고 가상화폐 거래소와 자율적으로 거래 해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중소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은행의 신규 가상계좌 발급을 받지 못하면서 존폐위기에 놓였지만 은행들은 아직 거래소에 신규 계좌를 내어줄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가상화폐 거래소에 규제를 조여 왔던 금융당국마저 은행에 신규 가상계좌 개설을 독려하는 등 입장을 바꾸면서 금융당국,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자들 모두 은행만 바라보는 입장이 됐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B국민, KEB하나은행 등 실명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하지 않는 은행들에 대해 “당국 눈치를 보지 말고 자율적으로 거래해야 한다”며 “거래를 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에 대해 규제 강화가 아닌 정상적인 거래가 될 수 있도록 은행에 주도권을 넘긴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가상계좌 발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중소 거래소들은 은행들의 태도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6일 거래를 중단을 선언한 코인피아 <코인피아 홈페이지 캡처>

중소 거래소들은 은행이 가상계좌 발급을 차일피일 미루자 지난 19일 집단행동에 나섰다. 고팍스, 코인네스트, 코인피아 등 12개 거래소가 한국블록체인협회에 “은행 가상계좌 발급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총회를 열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들은 사안이 지속된다면 협회와 갈라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협회를 통해 은행과의 협상을 촉구하고 있지만 협회 역시 난처한 입장이다. 가상계좌 발급은 은행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의 가상계좌 발급은 이른바 빅4 거래소로 꼽히는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등 4곳에만 제공되고 있다. 나머지 중소 거래소들은 법인계좌 또는 코인간 거래만 이용 가능해 원화입금이 막혀있는 상태다. 앞서 코인피아는 원화입금이 안된 상태로는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 거래중단을 선언하고 문을 닫기도 했다.

실명확인 입출금 시스템을 구축한 6개 은행들(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광주은행)은 당분간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업비트에 가상계좌를 제공 중인 IBK기업은행은 “아직까지 추가로 거래소와 계약하는 등 진행 사항은 없다”며 “실명제 전환이 된지 채 한달도 안된 시점이다 보니 일단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빗썸과 거래중인 신한은행은 “중소거래소 같은 경우 기존 사용자들부터 실명제 전환을 검토할 예정이었으나 거래소가 시스템을 안정화시켜야 은행이 거래를 할 수 있다”며 거래소의 시스템 불안정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명 거래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바 없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일축했다.

한편, 은행 신규계좌 발급에 차질을 빚으며 오픈을 연기한 가상화폐 거래소 ‘지닉스’관계자는 “다른 신규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은행측의 가상계좌 신규 발급만을 기다리는 입장”이라며 “빅4 거래소에만 가상 계좌를 열어주는 은행의 기준을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단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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