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롤러코스터’를 탔던 국내 주식시장이 지난 12일 반등하면서 한숨 돌렸지만 신흥국 금융불안이 번질우려에 금융시장이 숨죽이고 있다.
지난 12일 코스피지수는 9거래일 만에 상승하면서 4% 넘게 폭락한 11일보다 1.51%(32.18포인트) 상승한 2161.85에 마감했다. 한주간 동안 4.66%(105.67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날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글로벌 동향 및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급락에 따른 동향과 전망을 살펴보고, 금융시장의 리스크 요인을 점검했다.
금융시장 불안 배경에는 미국의 금리 상승, 미·중 무역전쟁, 기술주 우려, 국내 기업이익 하향 전망 등이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도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악재’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증시 전망이 밝지 않다.
우선 美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기조가 계속 유효할 것으로 예상되고, 최근 미국 장기 국채금리도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美국채 10년물은 8월말 2.86% → 9월말 3.06% → 10.10일 3.16%로 급등하고 있다. 이는 내외금리차의 역전 폭을 확대시키고 환율상승으로 이어져 대내외 건전성이 취약한 국가 위주로 외국인 채권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증시 폭락영향으로 지난 11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고 코스피의 낙폭(-4.44%)도 2011년 11월 10일(-4.94%) 이후7년 만의 최대 낙폭이었다. 코스닥 낙폭(-5.37%)은 2016년 2월 12일(-6.06%) 이후 1년 8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48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8거래일 연속 ‘셀 코리아’에 나섰다. 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4원 급등해 달러당 1144.4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9월 29일(1145.4원) 이후 최고치다. 7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등 이달 들어 오름 폭만 35.1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시장 불안이 2~3개월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돼 미국 시장도 부메랑을 맞았고 미국 기업 실적과 세계 경기가 꺾이고 있어서다. 특히 글로벌 경기둔화에 이어 미국 경기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이익 전망도 낮아지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일 발표한 ‘세계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신흥시장에서 연간 최대 1,000억달러가 빠져나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먹는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아르헨티나가 지난 6월 페소화 가치 급락을 못 견뎌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데 이어, 파키스탄도 이달 구제금융 협상을 요청했다.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도 글로벌 자본이 달러 채권,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빠져나가면서 위기가 고조되는 모습이다.
한국 역시 신흥국에 속해 있기 때문에 자본이탈과 통화가치 하락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확산되면서 한국도 향후 자금 유출 압력에 더욱 크게 시달릴 수 있다. 게다가 대내외 금리 상승압력도 상당해 가계부채 및 대출건전성 유지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는 신흥국으로부터 시작된 금융 불안이 한국에도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최근 증시 폭락을 금융위기의 전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장 오는 15일(현지시각) 발표되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 지정이라고 한다면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오는 18일 공개되는 미 9월 FOMC 의사록도 관심사다.
특히,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금융시장에서 미·중 간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도 이번 환율보고서의 영향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중국 관련 소비주·수출주 하락폭 확대 우려에 외국인 현·선물 대량 매도가 출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8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가계대출 영향, 한·미 금리차 확대 등으로 올해 처음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과 고용 부진,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금감위 김용범 부위원장은 앞서 대출자산 건전성 관리 뿐만아니라 "시장성부채와 그림자금융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비은행권發 시스템리스크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며 "비은행권 거시건전성 관리방안도 빠른 시일 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