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개발자들이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와 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시도하는 보건복지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2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를 통해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판(ICD-11)에 게임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등재를 승인한 바 있다.
이에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28일 판교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WHO의 게임 이용장애에 대한 질병코드 부여 확정 및 보건복지부의 국내 도입 반대에 대한 기자 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휘 학회장, 한국인디게임협회 최훈 협회장,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차상준 지회장,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전명진 회장, 게임 개발자 출신이자 'G식백과'를 운영 중인 유튜버 김성회가 참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게임질병도입 및 게임중독과 관련해 게임 산업 구성원인 게임 개발자 및 게임 서비스 관련 종사자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부여가 성급한 판단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협회장은 '게임=중독물질'이라는 단서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정 협회장은 건국대학교 정의준 교수가 게임 과몰입 증상을 보인 2,000명의 청소년을 5년간 추적 연구한 결과 98.5%의 아이가 별도 치료나 상담 없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다는 연구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정 협회장은 "게임을 안전하고 즐겁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업계 내부에서 자정의 노력, 대책이 보이지 않았다는 의견도 일부 인정한다"며, "이에 이번 WHO 질병코드에 대해서는 공대위를 통해 강력하게 의견을 주장하고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훈 한국인디게임협회 협회장은 "이번 질병코드 부여는 문화 콘텐츠에 대한 악영향이 될 것"이라며 "개발자 스스로의 입지가 콘텐츠 창작자에서 질병 만드는 창작자로 위축될 것"이라고 큰 유감을 표했다. 아울러 "20대부터 40대까지의 남녀 중 6개월 이내 모바일 게임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유저는 10% 미만으로 게임은 대중화된 콘텐츠인데 게임 장르 하나에 대해 질병코드 도입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의 배수찬 지회장은 넥슨 내부에서도 포괄임금제보다도 공대위 참여에 대한 투표율이 더 높았다고 밝혔다. 게임 업계 노동자들이 처우보다 사회적 차별이 더 심각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배 지회장은 "사교육으로 인해 청소년 자살률이 높다고 해서 사교육을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 게임에 접촉이 잦다고 질환이 있다고 하기에 게임 개발자들은 잘 살고 있다"고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과 풍토를 비판했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지회장은 "부모 간섭, 여가활동마저 무너지는 환경에서 게임으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 삶의 경쟁에 지친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재미를 찾는다"며, "게임을 반대하는 일반인에게 '게이머가 노력하는 만큼 소통하고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게임업계와 게이머들을 마녀사냥하는것이 아니냐"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전명진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회장은 개발자로서가 아닌 아버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 아이는 아빠와 게임을 하기위해 퇴근하면 콘트롤러를 쥐고 나를 기다린다. 과연 우리 아이는 게임 중독인가?"라며, "아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지, 아이들 손을 붙잡고 정신병 치료를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상호 존중이 필요하고, 존중하려면 이해가 필요하다. 새로운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성회 씨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세돌이 바둑 중독인가. 프로게이머 연습생은 게임 중독인가. 말 그대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100분 토론의 명대사를 인용했다. 이에 "게임업계는 먹음직스러운 코끼리로 하이에나같은 이권집단에게 휘둘리곤 했다. 의학적 합의가 되자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판단"이라며 "게임은 허비가 아닌 하비(HOBBY)"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최명진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