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타2 엔진 탑재 차량 리콜 관련해 규모와 시기, 은폐 여부 놓고 수사 중
검찰이 현대·기아차 본사 압수수색에 나섰다.
지난 2월 현대·기아차 양재동 본사와 남양연구소, 생산공장 등을 압수수색한 지 4개월 만의 2차 조사다.
25일 검찰과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형진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품질본부와 재경본부,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남양연구소 등을 찾아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그간 현대·기아차는 세타2 엔진 결함을 알고도 당국의 조사가 있을 때까지 숨긴 채 리콜 등의 적절한 사후 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뒤늦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아 왔다.
세타2 엔진은 현대차의 쏘나타와 싼타페, 기아차의 쏘렌토와 소포티지 등에 탑재된 핵심 파워트레인 부품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5년 9월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이 탑재된 차량 47만대를 1차 리콜했다. 소음과 진동, 주행 중 시동 꺼짐 등의 각종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1차 리콜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현대차 내부 제보자가 현대차가 세타2 엔진 결함을 은폐·축소했다고 고발하면서, 현대·기아차는 2017년 3월 미국에서 쏘나타와 싼타페, 옵티마(한국명 K5)와 쏘렌토, 스포티지 등 총 119만대를 2차 리콜했다.
미국서 두 번에 걸쳐 총 166만여대를 리콜했음에도 세타2 엔진에 대한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현대·기아차가 세타2 엔진을 미국 판매 차량에만 탑재한 게 아니었기 때문.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미국서 문제가 된 세타2 엔진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가며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 판매 차량에 탑재된 세타2 엔진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국내 세타2 엔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이에 대한 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국내 세타2 엔진 탑재 5개 차종 17만대를 리콜했다.
미국과 한국 등에서 벌인 세타2 엔진 탑재 차량에 대한 리콜 시기와 규모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당시 현대·기아차는 미국서 진행된 리콜과 국내 리콜은 세타2 엔진이라는 점만 같고 원인과 사유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 모두 세타2 엔진 핵심 부품인 커넥팅 로드(피스톤과 크랭크 축 연결한 막대) 부분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동일한 이유로 리콜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가 2017년 단행한 리콜은 국내 리콜 사례로는 역대 세 번째 규모였다.
한편, 지금까지 검찰은 세타2 엔진 리콜 당시 현대차 임원이던 인물들을 잇달아 소환해 리콜 규모와 시기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왔고, 이번 두 번째 압수수색 또한 이 조사의 연장선에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결함 은폐, 리콜 규정 위반 사건과 관련해 2월 조사에 이어 추가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자동차관리법상 제작사는 결함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공개한 뒤 시정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10년 이하 징역 혹은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