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중국 판매 부진 해법 모색...하반기 경영계획 점검
구광모, AI·전장 등 미래 먹거리를 비롯 경영 구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주요 그룹 뉴리더들은 본격 총수로서 원년을 맞아 여름 휴가 시즌에도 휴식 보다는 위기관리경영에 집중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에다가 일본의 수출규제 악재까지 겹치며 향후 생존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비상체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는 국내외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해 사실상 ‘비상경영체제’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5대 그룹 총수들도 올해 여름 휴가도 반납하고 글로벌 위기 대응책 마련은 물론 하반기 경영 구상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올 여름 주요 그룹 총수들의 특별한 휴가계획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의식이 부쩍 높아지면서 비상경영 상황에서 향후 경영계획이 시급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 정부의 일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동시에 비상경영에 나섰다. 지난 7~12일 엿새간 일본을 방문한 이 부회장은 현지 파트너 업체 등을 만나 수출규제 우회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일본 수출규제로 소재 대응책 마련 '시급'
귀국 직후 디바이스솔루션(DS) 및 디스플레이 부문 긴급 사장단 회의를 갖고 소재 수급 현황, 사업 영향, 향후 대응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스마트폰, TV 등 주력제품에 대한 상황별 대응책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 가동에 들어간 모양새다. 또한 반도체 핵심 소재 거래처 다변화와 국내 소재산업 육성책 마련 등 ‘탈(脫) 일본’ 행보를 본격화하려는 모양새다.
국내 상황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국내외 실적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중국시장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판매전략 마련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최근 정 수석부회장은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글로벌 행보에 나섰다. 지난 1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해외법인장 회의를 주재했다. 이어 17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차의 베이징 1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 관련 현지 점검을 진행했다.
18일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양궁협회장으로서 일정을 마친 뒤 현지 부품수급 동향과 공급망 등을 점검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등 현안 문제와 함께 하반기 국내외 환경분석 및 경영계획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을 받는 SK하이닉스의 대책마련에 집중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석희 사장이 21일 일본행에 나서 현지 파트너 등과 만나 소재 문제에 대해 논의를 가질 계획이다. 앞서 16일에는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사장이 일본에 건너간 대응책에 나선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국내 불화수소 제조업체가 생산한 제품을 실제 공정에 적용할 수 있을지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추가적인 일본의 제재가 발생할 경우 등 다각도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반도체 피해 방지에 역점을 두고 경영구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다음 달 초 휴가를 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사업 점검은 물론 AI, 전장 등 미래 먹거리 비롯 하반기 경영계획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일본제품 불매운동 직격탄...위기극복 대응체제 가동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일 경제전쟁 여파··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민감한 상황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무인양품, 유니클로와 아사히주류 등 일본기업과 롯데그룹의 합작사가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
신 회장은 일본에서 귀국 직후 계열사 사장단과 ‘롯데 Value Creation Meeting(VCM)’을 5일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사업군별 현안과 중장기 전략을 점검했다. 20일 끝난 VCM에서 신 회장은 최근 위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비상경영에 나섰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올해 들어 쉴 틈도 없이 국내외 위기상황에 대응해 왔지만 여름 휴가 조차 마음놓고 갈 수 없는 처지다.
안현진 HR전문가는 "올해는 이재용, 정의선, 구광모 등 뉴리더가 경영 전면에 나선 첫 해라고 할 수 있는데 유난히 글로벌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며 "뉴리더들이 위기 속에서도 내부 기업문화 혁신과 함께 외부로도 리더십을 강화할 기회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