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주액 1위' 한국 조선업계에 기대를 걸게 하는 몇 가지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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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수주액 1위' 한국 조선업계에 기대를 걸게 하는 몇 가지 징후들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9.2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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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올해 1~8월 글로벌 수주액 113억 달러 기록 '세계 1위'
수주량에선 중국에 이어 2위지만, 그만큼 '고부가가치 선종'서 우위 
세계적인 '친환경 바람'으로 LNG운반선/연료추진선 수요 증가세 
최근 중국 선박 인도량 꾸준히 줄어... 중국 부족한 생산 능력 드러나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1~8월 글로벌 수주액에서 세계 1위를 회복한 가운데, 몇 가지 '긍정적인 징후'들이 포착돼 기대감을 더 높이고 있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수주량에서 모처럼 만에 중국을 제친 한국 조선업계는 올해 1~8월 글로벌 수주액에서도 113억 달러를 기록, 중국(109억 달러)을 앞지르고 세계 1위에 올랐다. 

한국 조선업계는 수주량에선, 50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기록한 중국에 이어 464만CGT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더 적게 수주했지만 더 많이 번 것으로, 중국과 비교해 한국 조선업계가 어느 지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드러난 셈이다. 

국내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하이엔드(High-end)급 제품들에 국내 조선 3사가 특화돼 있고 중국은 다소 보급형 제품들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하이엔드급 선박의 비중이 높아진다면 한국이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료 연합뉴스]
[자료 연합뉴스]

◆ 올해 발주된 '비싼' LNG운반선 10척 중 9척, 한국 '몫'... LNG 수요 증가로 전망도 밝아

한국 조선업계는 '값비싼' 시장에서 중국 조선업계를 크게 따돌리고 있다. 

한국은 올해 1~8월 글로벌 시장서 발주된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27척 중 24척(88.9%)을 수주했고, 초대형유조선(VLCC) 17척 중 10척(58.8%)을 수주했다. 

특히, 한국이 수주하지 못한 LNG운반선과 초대형유조선은 모두 중국과 일본 선사들이 발주한 선박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서 한·중·일의 위상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실가스글로벌 LNG 수요가 증가세일 뿐 아니라, LNG 공급 중심지인 미국의 생산량도 그에 맞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BP 에너지 아웃룩 2018(Energy Outlook 2018)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성장으로 글로벌 에너지 수요는 2016년에서 2040년까지 약 37.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천연가스는 신재생에너지(406.4%) 다음으로 가장 높은 53.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삼성중공업이 7일 공시를 통해 버뮤다 지역 선사로부터 총 4497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 한국, LNG 실어나르는 선박뿐 아니라 LNG로 움직이는 선박서도 '우위'... 환경규제로 LNG연료추진선 수요 증가 전망

또, 한국은 LNG운반선뿐 아니라 LNG연료추진선(연료가 LNG인 선박)에서도 중국과 일본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이미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7513억원 규모의 LNG연료추진선 10척을 수주했고, 현대중공업도 최근 1조원이 넘는 규모의 LNG연료추진 초대형유조선 14척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결과는 단연 '기술력'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초 아시아지역 선사에 인도해 4월 본격 운항에 들어간 LNG연료추진 유조선 2척엔,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LNG연료공급시스템 'S-Fugas'가 적용됐다. 

기존 디젤 연료 선박보다, 삼성중공업의 LNG연료추진선은 'S-Fugas' 탑재로 황산화물은 99%, 질소산화물은 85%, 이산화탄소는 25% 적게 배기가스를 배출한다. 

현대중공업그룹도 포스코와 함께 LNG연료추진선의 연료탱크를 재료에서부터 설계·제작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할 수 있는 상황이다. 향후 LNG연료추진선 수요 증가에 대비해 공급망 안정을 위한 포석이다. 

'타입C' LNG탱크가 탑재된 LNG추진선 조감도.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의 '타입C' LNG탱크가 탑재된 LNG추진선 조감도. 현대중공업은 포스코와 함께 LNG탱크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국제해사기구(IMO)가 내년 1월부터 해상 연료의 황산화물 함량을 3.5%에서 0.5%로 대폭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LNG연료추진선 수요는 불가피해, 이같은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조선업계는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조선·해운정보업체 로이드(Lloyd)는 "2025년까지 최대 1962척의 LNG연료추진선이 건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 조선업계 관계자는 "발주량을 전망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IMO가 요구하는 사안은 말 그대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친환경 기술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품질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분야에서 경쟁국에 비해 앞서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회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이 14일 공시를 통해 올 상반기 영업이익 3945억원을 기록하며 6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 8월14일 공시를 통해 올 상반기 영업이익 3945억원을 기록하며 6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 "더욱 심해진 중국의 선박 건조 지연"

한편, 대내외적인 긍정적인 징후들과 함께 경쟁국의 지지부진한 상황도 기대감을 더 갖게 만든다.

박무현 하남그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5일 밝힌 리포트에서 "중국 조선업의 선박 인도량은 2017년부터 2년 연속 줄어들고 있고 감소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일본 조선업 역시 선박 인도량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한국 조선업의 선박 인도량은 연평균 균일한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며 "모든 선종에서 LNG(연료)추진 사양이 탑재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과 일본 조선업의 선박 인도 지연을 더욱 (더) 심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간 가격 경쟁력과 압도적인 자국 발주로 수년간 한국을 앞지른 중국 조선업계의 부족한 생산 능력이 드러난 셈이다. 

중국은 8월 한 달 기준으로 2017년 243만CGT를 인도했지만, 2018년엔 13.2% 감소한 211만CGT를, 2019년엔 19.5% 감소한 169만CGT를 인도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128만CGT→150만CGT→144만CGT로 소폭 증가했다가 감소했지만, 중국에 비해 변동폭이 적다. 일본은 100만CGT→100만CGT→781만CGT로 특히 최근 1년 사이에 인도량이 22%가량 줄었다. 

중국의 건조량이 지난 3년 사이 꾸준히 줄었다. LNG 관련 선박처럼 기존 선박 대비 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선박들의 수요가 늘어나면, 이같은 건조 능력은 수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료 하나금융투자]
중국의 건조량이 지난 3년 사이 꾸준히 줄었다. LNG 관련 선박처럼 기존 선박 대비 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선박들의 수요가 늘어나면, 이같은 건조 능력은 수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료 하나금융투자]

한편, 한국 조선업계의 주력 선종인 LNG운반선을 포함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최근 감소세라는 점은 부정적이다. 

올해 8월 말까지 글로벌 발주량은 1331만CGT로 전년동기대비 43% 감소했다. LNG운반선 발주는 작년 39척에서 27척으로 31% 감소했다.

이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발주량이 줄고 있지만 LNG 관련 선박의 발주량은 그보다 덜 줄었다"며 "최근 트렌드인 친환경 선박 기술과, 고객사들의 운항비를 저감시켜줄 스마트 선박 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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