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국내은행 규제비율 상회... 씨티은행·카카오뱅크 등 16% 이상 안정적
- 1분기 은행지주사 순익 6.1조원 전망... CET1 비율 개선 여부에 투자자 관심 집중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가 '고환율 쇼크'로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31일 발표한 '2024년 말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 BIS 기준 자본비율 현황'에 따르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07%로 전분기(13.34%)보다 0.26%p 하락했다. 작년 말 기준 기본자본비율은 14.37%, 총자본비율은 15.58%로 각각 전분기 대비 0.28%p, 0.26%p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하락의 핵심 원인은 지난해 4분기 계엄과 탄핵 정국 불안에 따른 환율 급등으로 위험가중자산(RWA)이 크게 증가한 데 있다. RWA 증가액은 3분기 21조5000억원에서 4분기 36조8000억원으로 약 1.7배 확대됐으며, 서울외환시장에서 지난해 9월 말 달러당 1307.8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말 1472.5원으로 165원 가까이 상승했다.
금융지주사별로는 NH농협금융의 총자본비율이 전분기와 비교해 0.79% 하락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는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두드러진 하락폭으로, KB금융(0.32%), JB금융(0.13%), 신한금융(0.06%), BNK금융(0.03%) 등 타 금융지주사들의 하락폭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자본비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현재 모든 국내은행이 감독당국의 규제비율(보통주자본비율 8.0%, 기본자본비율 9.5%, 총자본비율 11.5%)을 상회하고 있어 당장의 위험은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감원이 발표한 총자본비율 기준으로 은행별 건전성 현황을 살펴보면, 씨티은행(34.28%), 카카오뱅크(27.24%), SC은행(19.73%), KB금융(16.43%) 등은 16%를 넘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산업은행(13.71%)은 14%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인 것으로 풀이됐다. 5대 금융지주에서는 총자본비율을 기준으로 KB금융(16.43%), 신한금융지주(15.79%), 우리금융지주(15.71%), 하나금융지주(15.59%), 농협금융지주(15.37%) 순으로 비율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자본건전성 지표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지주사들의 1분기 순익이 약 6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실적 개선은 원화대출이 은행 전체적으로 소폭(약 0.7%) 성장하고, 예대마진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도 예상과 달리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소폭(약 0.01%p)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1분기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등 대규모 추가 충당금 적립 요인이 거의 없어 실적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2025년 들어서도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으며, 경기회복 지연, 미국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도 증가하는 등 자본여력을 계속 제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금융환경 악화 시에도 은행이 신용공급 축소 없이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보를 유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분기 어닝시즌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실적보다 CET1 비율의 개선 여부에 집중될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1분기 CET1 비율이 최소 0.2%p 이상 상승을 기대했으나,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과 바젤 3 규제의 단계적 도입에 따른 위험가중치 상향 등으로 실제 개선 폭이 0.1%p를 밑돌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주와 달리 국내 은행주만 상대적 약세를 보이는 점이 두드러진다. 올해 들어 일본 은행주는 니케이 지수 대비 19% 초과상승, 유럽 은행주는 지수 대비 17% 초과상승, 미국 은행주도 S&P500 대비 3% 초과상승한 반면, 한국 은행주는 코스피 대비 5% 이상 초과하락 중이다. 이는 글로벌 관세전쟁 우려 외에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은행법 개정안 수용 관련 규제 우려가 더해진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