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상 문제 발생"...17분간 시연 지연돼
- 무단횡단 ‘급정거’ 상황엔 다소 늦은 대응...“기술적 결함 아냐”
“지금 스마트폰으로 자율주행차를 호출했는데, 도로 사정상 다시 처음부터 시연을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LG유플러스가 10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자율주행’ 공개시연이 재차 진행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시연을 진행한 LG유플러스 관계자가 자율주행차량을 주정차 된 위치에서 탑승 위치로 호출하자마자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자율주행차량을 다시 원위치한 후에 시연이 다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시연이 약 17분간 지연됐다.
최순종 LG유플러스 기업기반사업그룹장(상무)는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상황적 문제가 발생해 벌어진 일”이라며 “경찰의 통제를 받아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시연을 진행하려 했으나, 그러지 못해 안전 요원만으로 상황을 진행했다.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시연을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5G-V2X(차량·사물간 통신) 기반의 ‘일반도로’ 자율협력주행 기술을 공개 시연했다. 자율주행으로 ‘통제되지 않은’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게 이번 행사의 목적이다.
그러나 LG유플러스가 보여준 시연은 최순종 상무의 설명처럼 완전한 일반도로의 주행을 상정하고 진행되지 않았다. 아직 자율주행을 현실화하기엔 남은 과제가 많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다.
LG유플러스의 당초 시연 시나리오는 5G-V2X를 탑재한 제네시스 G80이 LG사이언스파크 일대 일반도로 2.5km 구간을 15분간 주행하며 6가지 핵심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었다.
LG유플러스 측은 “자율주행으로 통제되지 않은 일반도로를 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자신했으나, 사실상 이날 자율주행은 통제된 도로환경에서 정해진 ‘우발’ 상황을 대처하는 시연에 불과했다.
다시 시작한 시연에선 큰 문제가 없이 자율주행이 진행됐다. LG전자의 5G-V2X 통신단말과 마곡 일대에 구축된 관제센터·다이나믹 맵·정밀측위 등이 활용됐다. 그간 업계에서는 라이다, 레이더 등 차량 센서를 통한 자율주행이 기술 시연만 진행하거나, 5G-V2X 기반의 셔틀버스 솔루션만 공개해왔다.
최주식 LG유플러스 기업부문장(부사장)은 “이동통신 기반의 모빌리티 사업은 내비게이션 서비스로 시작해, 이제 주변 차량·사물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단계까지 성장했다”라며 “이를 기반으로 각 지역의 C-ITS 고도화를 추진하고, 궁극적으로 운전대 없는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5G-V2X 탑재한 ‘제네시스 G80’ 2.5km 15분간 ‘자율주행'
◇무단횡단 ‘급정거’ 상황엔 다소 늦은 대응...“기술적 결함 아냐”
C-ITS(Cooperative-Intelligent Transport Systems)는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 차량이 주행 중 운전자에게 주변 교통상황과 급정거, 낙하물 등의 사고 위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LG유플러스가 진행한 이번 자율주행시연이 당초 목적과 다르게 통제된 일반도로에서 정해진 상황에 대처하는 수준이었지만, 단순 자율주행 기술을 넘어선 기술을 보였다는 점에선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LG유플러스는 자율주행차-스마트폰-스쿨버스-보행자-구급차 등이 실시간으로 연결된 교통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5G-V2X를 탑재한 제네시스 G80은 스마트폰을 통한 ‘원격 호출’로 탑승자가 위치한 장소까지 왔다. 이후 도로를 주행하면서 다양한 도로 상황에 맞는 대응 시연을 선보였다.
가장 처음 발생한 돌발 상황은 선행차량 급정거였다. 선향차량이 트럭 등의 대형차일 경우, 운전자가 시야가 제한된다. 선행차량 급정거 상황에서 운전자가 교통 상황을 파악하기 힘든 때를 대비한 영상 전송(See Through)기술이 탑재됐다.
5G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 기술을 기반으로, 선행차량에서 촬영되고 있는 영상을 자율주행차가 제공 받아 운행자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보행자가 무단횡단으로 갑자기 나오는 상황에서도 급정거 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다만, 시연에서 무단횡단자를 가정한 마네킹이 도로에서 나오자마자 차량이 멈추진 않았다. 마네킹이 차량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쳤을 정도로 급정거한 시간이 다소 늦어진 것처럼 보였다. 현장에선 긴급 상황에 대처가 원활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강종오 LG유플러스 미래기술담당은 “자율주행차는 1차선에 있었고, 그 옆 2차선에 택시가 있었던 상황이라 현장 요원이 안전상황을 파악하느라 마네킹을 늦게 밀었던 것 같다”면서 “그러나 긴급 상황에 대한 알람은 문제없이 작동됐고, C-V2X 전용인 5.9㎓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반응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측은 “자율주행차의 카메라 센서는 통행신호인 녹색불을 확인했지만, 주변 지능형CCTV로부터 받은 무단횡단 보행자 정보로 사고를 선제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이밖에도 주변 지능형CCTV로 보행자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다이나믹 맵(Dynamic Map)을 통해 사각지대가 조금이라도 발생할 시 스스로 주행 속도를 낮추는 기술을 선보였다. 또한, 구급차 등 긴급차량 접근 알림 시스템도 탑재됐다.
자율주행차량은 다이나믹 맵(Dynamic Map)을 통해 전방에서 발생한 실시간 사고 정보를 받고 차선을 변경하기도 했다.
최주식 LG유플러스 기업부문장(부사장)은 “자율주행의 4대 기술로 꼽히는 차량제어, 경로생성, 상황인지, 위치정보 중 차량제어를 제외한 나머지 3가지 영역에서 5G 통신이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라며 “특히 당사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강점을 지녔다. C-ITS 기술의 양적·질적 고도화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점진적 성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안업계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량은 해킹 등을 원천 차단해야 할 필요가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자율주행이 5G 등의 통신ㆍ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만큼 해킹의 우려가 있다. 만약 자율주행차량이 해커의 악의적인 의도로 정해진 움직임에서 벗어난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조병림 LG전자 모빌리티주행솔루션 연구실장(상무)은 이에 대해 “자율주행의 보안성은 중요한 이슈다.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개발 단계, 시스템 설계부터 제조 생산 단계까지 전반에 걸친 보안 프로세스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통신 단말에 대한 보안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