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관계나 한미동맹은 늘 변하는 것...국민적 합의가 중요"
- "핵잠3대 보다 디젤 10대가 나을 수도...운용비용과 유지보수도 고려해야"
지소미아 정식 종료가 한달도 남지 않았다. 기자는 통일·안보관련 최고 권위의 전문가들과 릴레이 인터뷰를 갖고 한반도 안보강화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찾고 있다.
작은 목소리를 대표하며 군내에서는 드물게 진보성향으로 지난 4일 정의당 입당식을 가진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이병록 (예)해군준장을 만나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해 물어봤다.
▲한일정보보호협정 정식 종료 시한이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난 주 사법부는 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놨다.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견해를 달라.
정보보호협정은 최근 태국과도 맺었으며 러시아 등 20여 국과 협정을 맺고 있다. 다다익선이겠지만 없으면 큰일이 나는 그런 협정은 아니다.
과거에는 우리 군의 정보능력이 취약했다. 노무현 정부 때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글로벌호크 등 정보능력을 보강했다. 군사위성도 곧 올릴 것이다. 인간 정보수단도 있다. 3년 전에 협정이 없을 때도 불편하지 않았다. 3년 간 29건을 주고 받았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이지, 우리가 일본정보에 의존해 온 것은 아니다. 북한에 대한 정보는 한미 간 정보공유로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한국에 주 위협이 되는 것은 장사정포, 중단거리 미사일이다. 대응시간에서 볼 때 일본이 우리에게 줄 것이 없다. 장거리 미사일도 가까운 우리가 먼저 잡을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 미사일을 다 잡았다. 멀리 태평양으로 날아가는 것은 일본이 잡겠지만 우리 안보에 필수불가결한 정보가 아니다. 과거 우리군의 정보능력으로 비교하면 안 된다. 차후에는 영토분쟁 중 가장 확실한 지역이 독도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개 협정이 쟁점이 된 것은 군사적 실효성 보다는 한미일 삼각공조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한일관계에 대해 통일안보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어떻게 보나?
일본 국민 개개인은 친절하고 교양이 바르다. 섬으로 대륙과 떨어져있고, 무사들이 집권한 국가로써 집단적으로는 독선적이고 배타적이다. 식민지배와 그것이 원인이 되어 분단 고통을 겪고 있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 독도에 대한 야욕 등으로 가까우면서 먼 나라다.
그러나 과거에 얽매여 사는 것보다는 미래지향적으로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무의식에 깔려있는 일본에 대한 좋지 않는 감정은 통일이 되면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동의 하는지.
불가에 ‘무상’이란 말이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뜻이다. 한미동맹은 어떤 상태가 최상의 상태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미국에게 ‘아니요, 우리 생각은 다른데요’라고 하면 동맹균열인지에 대한 판단기준도 없다. 동맹이라도 국가목표가 다르고 국가이익이 다르다. 1950년대와 2019년의 안보상황이 다르고, 우리 국력이 다르다. 어떤 상태가 한미동맹이 굳건한 것이지 어떤 상태가 균열된 것인지는 주관적 판단에 불과하다.
동맹은 상호간 국가이익이 일치하면 오래갈 수 있다. 이익이 배치되면 균열 될 수 밖에 없다.
동맹이 국익에 역행하는 역사적 사례도 있다. 윤집의 ‘척화론’에 “중국(명)은 곧 부모요, 오랑캐(청)는 부모의 원수…. 차라리 나라가 없어질지언정 의리는 저버릴 수 없다”.고 했다. 그 외교안보결정에 따라 병자호란이 일어났다.
민주주의 국가에는 어떤 결정이든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부정적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한 마디로 부정적이다. 재래식무기에서 경쟁이 불가하면 비대칭무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성문을 열고 항복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이 경제적 생존을 위해서 비핵화를 한다면 동결, 축소, 폐기의 순서가 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북한이 위협을 못 느끼거나 안전을 보장해줘야 한다.
우리는 군사력을 강화하고, 평화체제는 북한의 노림수이니 절대 안 되고, 한미동맹은 불변의 상태를 바란다.
북한의 비핵화는 북한이 변화하는 것이고, 비핵화를 바란다면 그에 상응해서 우리도 무엇인가 변화해야 한다.
▲북한 핵무기 위협에 대해 과대 평가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ICBM이나 SLBM전력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다수 관련분야 전문가들은 여전히 과소평가하면 안된다는데 무게를 두고있다. 전망해 달라.
핵무기는 위험한 무기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은 면적이 넓어서 한 지역쯤은 포기할 수 있다. 우리는 면적이 좁고 인구밀집도가 높다. 단 한발이라도 수도권에 떨어지면 끝장이다. 그래서 비핵화가 필요하다.
문제는 핵무기만 제거하면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가 하는 것이다. 화학생물학 무기는 투발수단이 더 간단하다. 장사정포는 어떤가?
해결방법은 이런 무기를 쓰지 않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군사합의를 통한 신뢰구축, 군비통제 등 평화체제를 만들어 가는 방법일 것이다.
▲북한 SLBM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핵잠수함 3척을 보유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해군 제독을 지낸 경험으로 평가해 달라.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에 둘러쌓인 우리가 중·일과 같은 영역에서 군비경쟁을 해서는 당할 수 없다.
독일이 영국해군을 잠수함으로 괴롭힌 것처럼, 혹은 북한방식처럼 비대칭전력을 더 갖춰야 한다. 잠수함을 늘리면 육해공군을 통틀어서 주변국에게 가장 위협적인 전력이 될 수 있다.
승조원 확보와 전력화 일정을 고려하면 당장이라고 잠수함 보유 척수를 늘려야 한다. 단기적과제다.
다음 단계는 디젤잠수함의 잠항능력과 탑재무기에 대한 고민이다. 현무 미사일을 사정거리를 늘리고, 탄두중량도 늘려야 한다.
핵추진 잠수함이 기한 제한 없이 작전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미국과 주변국의 반응,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단 3 척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운용유지에 문제가 있다. 또 북한의 SLBM 대응문제 등을 고려할 때 기존 잠수함을 여러척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핵잠수함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우리가 보다 실현 가능한 범위내에서 더 효율적인 대안들을 더 생각해 볼필요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국방 중기 계획에는 경항공모함건조와 F-35B 도입에 대한 예산이 큰 규모로 잡혀 있다. 실효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항공모함의 항공작전은 공군 작전반경을 벗어난다는 의미다. 즉 해외에 군사력을 투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이익과 목표, 국방목표 등이 선행돼야 한다.
항공모함을 호위할 전력구축 비용도 함께 고려돼야 하고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운영유지비도 반영돼야 한다.
그 뿐 아니라 조종사, 작전범위 등 공군과 맞물린 문제에 대한 해결도 필요하다. 또한 현재 공군이 보유한 F-35A와 호환성도 감안해야 한다. 군사작전은 3군이 함께 해야하기 때문에 공군과 충분히 상의하는 과정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독도를 방어한다는 개념이라면 우리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유도미사일과 레이더를 울릉도에 설치하는 편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장차 항모를 보유하게 되는 시기가 오겠지만 전력 공백기 혹은 과도기라는 개념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병록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약력 ; 해군사관(항해) 36기, (예)해군 준장, 충남함(1500t급) 함장, 인천해역방어사령관, 해군기초군사교육단장, 2017년 민주당 국방안보위원회 부위원장, 민주평통 자문위원,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등을 역임.
아들(해사114기),딸(해사 109기), 사위(해사 109기)가 해사 동문 가족이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