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B금융그룹, 베트남 중견 증권사 인수...KEB하나은행, 베트남 1위 상업은행 2대주주 올라
국내 경기 침체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정부 규제로 금융권의 내년 먹거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금융그룹들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국내 시장 대신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에서 현지기업 빅딜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그룹들은 이미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공을 들여왔지만 안이한 경영방식으로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전과 다르게 더욱 공격적인 태세를 취하며 지분 투자나 대형 M&A를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글로벌 성장 전략을 펴고 있다.
▲KB국민은행, 캄보디아 MDI '프라삭‘ 지분 70% 취득에 7천 억 투자...2년 후 100% 인수
KB국민은행(은행장 허인)은 지난 26일 캄보디아 최대 예금수취가능 소액대출금융기관(MDI)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Prasac Microfinance Institution Limited, 이하 프라삭)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프라삭은 은행을 포함한 캄보디아 전체 금융기관 중에서 대출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 29.4%, 순이자마진(NIM) 8.3%, 당기순이익은 미화 약 7800만 달러(907억 원)를 거두는 등 높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 2조 7000억 원, 자본 3675억 원 정도 규모이며, NPL 비율도 0.7%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또한 지난해 말 캄보디아 MDI 시장점유율은 41.4%로 압도적인 1위이며, 캄보디아 내 177개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MDI는 일반 마이크로파이낸스(MFI)와 다르게 정기예금 및 저축성 예금 수취가 가능하다. 캄보디아에는 MFI 74개사, MDI 7개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격은 6억 340만 달러(한화 약 7020억 원)로 올해 말 예상 장부가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2.13배 수준이며, 2015년 이후 캄보디아에서 거래된 금융기관의 평균 인수가격 2.51배(최근 거래된 MDI의 인수가격은 2.66배)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현재 수익창출력을 감안해 2년 후 잔여지분 인수를 포함한 가격은 PBR 1.48배 수준으로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지분 취득으로 1대 주주가 된 후 2년 뒤 잔여지분 30%마저 인수할 계획으로 총 1조 원 가량을 투자하게 된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인수한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는 2020년부터 KB금융그룹의 ROE와 EPS 등 그룹 수익성 지표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지분 100% 인수완료 시 그 개선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번 M&A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자본부담이 큰 생명보험사 M&A가 아닌 해외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동시에 주주가치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M&A라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자본부담이 큰 생보사나 모두가 몰려가는 베트남 시장과 같이 언뜻 쉬워 보이는 길이 아니라 오랜 시간 준비한 딜을 성사시켜 성과를 냈다”며 높이 평가했다.
또한 “프라삭 MFI는 캄보디아 대형 금융사로 은행 전환을 앞두고 있으며, 추가적인 자본투입이 필요 없을 만큼 양호한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은행을 포함해 자산규모 3위 수준이며, 캄보디아 MFI들의 성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수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JB금융그룹, 베트남 중견 증권사 인수...KEB하나은행, 베트남 1위 상업은행 2대주주 올라
JB금융그룹(회장 김기홍)은 지난 16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소유하고 있는 베트남 중견 증권사인 ‘모건스탠리 게이트웨이 증권회사(MSGS)’ 지분 100%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JB금융그룹은 지난 2016년 자회사인 전북은행을 통해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ank)을 인수했고, 같은 해 JB우리캐피탈을 통해 미얀마에 현지 법인을 설립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ank)의 경우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 중 최초로 올해 상반기 당기 순이익 100억원을 돌파하기도 하였다.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국내 금융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성장세가 둔화돼 해외시장 진출로 그룹 수익원을 다각화함과 동시에 미래 수익 창출을 위해 베트남 증권사를 인수했다” 며 “이번 증권사 편입이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EB하나은행(은행장 지성규)도 지난 10월 말 베트남 자산규모 1위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이 발행하는 신주 6억 330만 2706주를 1조 148억 원에 인수하는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지분 15%를 확보한 2대주주가 됐다.
BIDV는 지난 1957년 설립돼 베트남 중앙은행이 95.3%의 지분을 보유하던 국영 상업은행으로 증권, 보험, 리스, 자산관리 등 다양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으로 총자산 규모 66조 3000억 원, 당기순이익 3809억 원을 거뒀으며, Vietcom Bank, Vietin Bank, Agri Bank와 함께 현지 4대 상업은행으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계 금융그룹들은 비은행 수익 다각화와 함께 글로벌화를 공통적인 숙제로 안고 있다”며 “특히, 향후 국내 성장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동안 보수적인 경영 방식으로 글로벌화 추진이 더뎌왔지만 이제는 성과로 입증해야 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