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에서 4관왕에 오르며 한국 영화 역사를 새로 쓴 가운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기생충 제작을 위해 온 힘을 쏟은 일이 주목받고 있다.
10일 '기생충'은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에서 언어의 장벽과 오스카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깨고 작품상과 각본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모두 4개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생충은 올해 아카데미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영화가 됐다.
한편 기생충의 연이은 수상행진을 놓고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든든한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의 트로피를 받기 위해 무대에 올라 수상의 기쁨을 표현했다.
이 부회장은 먼저 영어로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봉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의 웃음과 독특한 크레이지 헤어, 걸음걸이, 패션 모든 것을 좋아한다"면서 봉준호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기생충'을 사랑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내 남동생을 비롯한 형제들에게도 감사하다. 영화를 봐주신 관객들과 특히 '기생충'을 사랑해주신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서 "여러분의 의견 덕에 우리가 안주하지 않고 창작자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의 남동생은 이재현 CJ 회장이다.
이 부회장이 이끄는 CJ ENM은 '기생충'의 투자 제작을 맡았다. 특히 이 부회장은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를 맡아 기생충이 좋은 작품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부회장은 CJ그룹이 삼성으로부터 독립한 1990년대부터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국내 첫 멀티플렉스극장인 CGV와 영화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바 있다.
그러나 과거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권 아래서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로부터 영화 '광해'와 '변호인'이 노무현을 미화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노골적인 경영 퇴진 압박을 받는 등 피해를 받았다. 결국 이 부회장은 2014년 미국으로 건너가 국내 그룹 경영 일선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 있어야 했다.
절치부심한 이 부회장은 '기생충'을 통해 그야말로 '금의환향'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영화 사업을 펼치는 데 숱한 난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기생충'으로 큰 성공을 이룬 이 부회장의 행보 속에서는 영화 산업에 대한 큰 열정이 엿보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J ENM은 기생충의 흥행가도에 힘입어 2020년에도 굵직한 한국영화들을 배급할 계획을 세웠다. 2월 개봉 예정인 하정우 주연의 스릴러 영화 '클로젯'이 가장 먼저 관객들을 맞을 채비를 마쳤고 공유, 박보검 주연의 SF영화 '서복'도 개봉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서도 CJ ENM은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소식에 힘입어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10일을 기준으로 CJ ENM의 주가는 14만8300원으로 전일보다 2.35% 상승했다.
'기생충'과 함께 한국 영화 산업의 위상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이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금재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