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하는 방식 혁신’ 삼행시 웃음...이천포럼 앞서 임직원 관심 유도 ‘자처’
- "SK가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의 디자인 능력과 공감대 형성에 기여할 것"
- "'성(城)'을 무너뜨린 최 회장의 솔선수범은 '롤모델'로서 다른 총수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
- "최 회장의 리더십은 자연스런 시대 변화에 맞는 트렌디한 리더십' 평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B급 개그 연기에 도전한 '최태원 클라쓰' 소통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은 사내홍보를 위한 동영상에 깜짝 출연해 ‘B급 감성’ 연기를 펼치며 파격 행보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소프트파워 리더십이 중요해진 가운데 경영철학을 자연스럽게 기업문화로 승화시키려는 '총수 리더십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오는 8월 열리는 ‘이천포럼 ’붐업을 위한 사전행사 격인 '이천서브포럼' 동영상에 등장해 ‘삼행시’ 개그에 도전했다.
영상에는 ‘일(하는) 방(식) 혁(신)’으로 삼행시를 지어보려던 최 회장의 모습이 담겼다.
최 회장은 인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패러디한 '최태원 클라쓰'라는 제목과 함께 '요즘 스탈로 일.방.혁을 소개해줄께!'라는 말풍선이 시선을 끈다.
최 회장이 ‘일’이라고 혼잣말을 하자, 옆에서 숫자 게임인 줄 알고 ‘2! 3!’이라고 외치며 벌떡 일어서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낸다.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이천포럼에 직원들이 흥미를 갖도록 최 회장이 출연을 자처했다는 후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포럼이 온라인으로만 열리고 근무 시간에 시청해야 하다 보니 참여가 느슨해질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
소통 방식은 2030 세대 젊은 직원들에게 맞췄다. 최 회장이 그룹 총수의 근엄한 무게를 내려놓고 직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소프트리더십은 4차 산업혁명 및 언택트 시대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포럼을 통해 산업기술, 경영환경, 고객취향은 물론 지정학적 변화 등의 큰 흐름을 따라잡아야만 근본적 혁신(딥체인지)이 가능하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최 회장은 유머와 예능 코드를 가미한 ‘최태원 클라쓰’ 영상을 매주 1개씩 사내에 공개하고 있다. 이번 ‘삼행시’ 영상은 세번째다.
전주 2편은 “40초 안에 SV Account(사회적 가치 측정)를 몸으로 설명하라”는 미션을 받고 난감해하는 최 회장이 등장했다.
최 회장은 “미션을 주기만 했지 받기는 오랜만”이라며 말로 설명하려다가 제작진이 ‘몸으로만 해야 한다’고 하자 “이거 참 좋은데 표현할 수가 없네”라며 유명 광고문구를 따라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6월 공개된 1편에선 최 회장이 SK이천포럼 홍보 아이디어 회의 중에 불쑥 들어와 “직접 유튜브를 통해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고선 머리 위에 말풍선으로 “내가 무슨 일을 벌인 거지?”라는 자막이 떠 후속 영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천서브포럼'은 '이천포럼'에 앞서 지난 5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임직원 상대 온라인 포럼이다. 2018년부터 시작했다.
최 회장이 강조하는 딥체인지(Deep Change, 근원적 변화) 토론이 단기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올해는 ‘행복지도’를 첫 번째로 지금까지 사회적 가치 측정(SV Account), 환경 등을 주제로 매주 1회씩 진행되고 있다.
메인 행사인 '이천포럼'은 지난 2017년 처음 시작됐으며, SK그룹 계열사 최고 경영자(CEO)와 임원들이 모여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 행사다. 올해는 8월 17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포럼을 통해 산업기술, 경영환경, AI(인공지능)/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고객취향은 물론 지정학적 변화 등의 큰 흐름을 따라잡아야만 근본적 혁신(딥체인지)이 가능하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최 회장은 직원들의 사업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 내부용 이천포럼을 만들었고 이후 논의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도록 이천서브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 등 딥체인지 경영철학의 방법론 중 하나가 지식경영인데 이천포럼은 이를 구체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자리"라며 "SK가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의 디자인 능력과 공감대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이천포럼은 '딥체인지 디자인'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을 모색하는 자리여서 서브포럼에서 이해를 높여둬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창업자 시대의 총수는 범접하지 힘든 존재였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며 "기업문화가 경쟁력인 시대다. 기업의 비전과 경영철학 등을 전파하기 위해 총수가 솔선수범해 변한다는 건 CEO 및 중간관리자의 변화로 이어지고 직원들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수가 움직이는 게 가장 효과가 크고 문제 해결도 빠르다"며 "직원 속으로 들어가는 '총수 패러다임' 변화 시대다. 과거 총수의 '성(城)'을 무너뜨린 최 회장의 솔선수범은 '롤모델'로서 다른 총수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 회장은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최종현 학술원을 통해 베이징포럼, 상하이포럼, 톈진포럼, 난징포럼, 도쿄포럼, 하노이포럼 등을 개최해왔다. 스위스 다보스포럼과 중국 보아오포럼은 매년 참석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에는 행복경영을 전파하기 위해 직원들과 100차례에 걸쳐 만나는 '행복토크'를 약속한 대로 완주했다.
최 회장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방역 강화에 힘쓰는 서린빌딩 SK본사 건물관리 직원들에게 홍삼 등 선물과 감사카드를 전했고 직원들과 함께 헌혈 릴레이에 참여했다.
특히 최 회장은 경기 중 쓰러진 SK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에게는 위로 메시지를 전했다. 5월엔 올림픽 연기와 리그 중단 등으로 힘들어하는 스포츠단 선수들을 화상으로 만나 격려했다.
HR전문가인 안현진 코치는 "요즘 젊은 세대는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소통이 중요하다. 과거 총수처럼 행동하면 '꼰대' 소리 듣는다"면서 "최 회장의 리더십은 자연스런 시대 변화에 맞는 트렌디한 리더십'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